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⑭ 밀양 표충사

기자명 법보신문

이웃 종교인-외국인도 참선하는 世界一花

<사진설명>주지 청운 스님이 표충사를 찾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불교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경남 밀양의 재약산 표충사는 사명 대사가 승병을 양성한 곳이었기에 그 기운은 성성했으며 나라를 구하려는 의기로 가득했다. 사명 대사의 호국을 향한 정진력과 수행 가풍이 면면히 전해 내려오는 표충사(주지 청운), 천년고찰로서의 전통에 앞으로의 천년에 대비한 전법, 정진, 포교 도량으로서의 사격을 더하기 위한 불사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템플스테이에 年 3484명

신라의 원효 성사가 창건한 표충사는 그 세월만도 천년 이상을 지탱해 온 도량이다. 기나긴 세월을 지나오면서 도량은 민초들이 끼니를 거르는 시기엔 민초들의 배고픔을 끌어안으려 노력했으며 ‘조선’이 임진왜란으로 누란의 위기에 놓였을 때 스님들은 목탁과 화두 대신 병장기를 손에 들고 전장으로 나아갔다. 도량 역시 이 땅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일원이기에 늘 중생의 고통을 나누어야 하며 나라의 안녕과 함께 해야 하는 것. 시대의 요구에 도량도 상구보리(上求菩提)하고 하화중생(下化衆生)하라는 가르침에 따라 변해야 한다.

표충사 역시 이제 천년 전통을 밑거름으로 불자는 물론 이웃 종교인도, 외국인도 자연스레 한국 불교의 전통을 체험하고 수행할 수 있는 도량으로 거듭나기 위해 변하고 있다. 표충사가 ‘경남권을 대표하는 포교 제일도량’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역시 표충사의 역사와 자연, 수행 환경을 활용한 템플스테이. 2005년 시작된 템플스테이에는 연 평균 참가인원만도 3484명에 달하며 올해만도 2435명(2007년 8월 현재)이 다녀갔다. 개별 신청이 많은 여름 수련 기간 외에도 관공서, 대기업, 외국인들의 단체 예약이 줄을 잇고 있다. 청운 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으면서 템플스테이를 시작한 지 불과 3년 만에 일구어낸 성과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표충사 템플스테이도 처음부터 인기가 높았던 건 아니다. 템플스테이 시행 초, 사찰 체험을 기초로 한 프로그램으로는 불자들과 일반인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계곡 참선과 같은 표충사만의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동참자 수가 가파르게 늘어났다. 재약산 750m 지점에서 시원스런 물줄기를 뿌리는 층층폭포와 흑룡폭포, 금강폭포를 경책의 도구이자, 도반으로 삼은 참선 수행. 귀를 따갑게 때리는 폭포 소리는 오히려 장군죽비와도 같이 초보 수행자들의 자세와 마음을 다잡았으며 폭포 소리에도 정신을 집중하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는 체험은 폭포 참선을 잊을 수 없는 수행으로 기억하게 했다.

폭포 참선 외에도 대나무 숲 참선, 습지 체험, 전통 사경 등 표충사 템플스테이에는 여느 도량의 그것과는 차별화 된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표충사 템플스테이는 특히 ‘친환경 템플스테이’로도 불린다. 재약산 고산 습지인 ‘산들늪’은 친환경 템플스테이를 위한 교육 도량으로, 이곳은 2008년 람사 등록이 예정될 만큼 보존 가치가 높다. 낙동강 환경청 소속 환경전문가의 안내로 진행되는 습지 생태 체험은 산들늪을 보고 배우고 그 가치를 나누며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으며 각 학교와 교육청의 동참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표충사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호국’이다. 서산, 사명, 기허 대사의 영정을 봉안하고 유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표충사는 템플스테이에도 사명 대사와 호국불교를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을 편성, 운영하고 있다. 표충사 총무 혜원 스님은 “신입 불자들에게도 불교 입문 과정으로 템플스테이를 권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초심자를 위한 템플스테이뿐만 아니라 수행자를 위한 전문 수련 과정도 별도로 마련, 시행할 계획”이라며 템플스테이를 활용한 포교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폭포-습지 활용 특성화 수행

<사진설명>표충사 템플스테이의 특성화 프로그램인 대나무 숲 참선.

표충사는 템플스테이 전용 버스를 운행, 밀양을 대표하는 대기업의 직원들과 관공서 공무원들의 단체 동참도 활성화되고 있다. 밀양시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표충사의 지리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방편이다. 각 기관에서 단체로 템플스테이를 신청할 경우 밀양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에서부터 표충사까지 이동할 수 있도록 45인승과 25인승 전용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표충사는 지역 사회와 종교가 화합하는 어울림의 마당이자, 상생의 마당이다. 해마다 봄, 가을 유교와 불교가 함께 서산, 사명, 기허 대사를 기리는 향사를 봉행하고 있으며 특히 가을에는 ‘사명제전’이라는 이름으로 전환, 산사 문화축제를 봉행하고 있다. 올 해도 10월 13일부터 14일까지 제3회 사명제전을 거행한다. 이 축제에서는 청소년들이 백일장에 동참, 그 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겨루고 종교간 화합을 위한 평화 음악회를 열어 밀양이 하나 되는 대동 한마당을 연출한다.

표충사는 불교 국가이지만 이제는 불교 복원 불사가 절실한 이웃 나라들과 교류에도 앞장서고 있다. 몽골에서 연례행사로 한-몽 우정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고 주한 몽골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후원 행사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티베트 세라 사원과 불교교류협의회를 결성했으며 구한말 독립군으로 활동하다가 티베트에서 생을 마친 故 박준의 씨의 유골을 이운해 와 망자의 한을 달래기도 했다.

새천년을 위한 전법도량으로 거듭나기 위해 템플스테이와 지역 화합, 국제 교류 등 전법 내용을 충실하게 하는 불사와 함께 도량을 확충하는 불사도 한창이다. 템플스테이 전용관은 지하 1층에 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되고 있으며 현재 지하 1층이 완성된 상태,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표충사의 전통을 재조명하는 불사로는 임진왜란 당시 사명 대사와 승병들의 활약상을 기리는 승병추모기념관 조성을 꼽을 수 있다. 표충사가 현재 보관 중인 관련 유물은 국보 제75호인 청동함은향완을 비롯한 700여 점, 이 중에서 사명 대사와 관련한 유물만 500여 점에 달한다. 현 유물관에 전시돼 있는 성보는 150여 점에 불과하며 아직 완공시기가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기념관을 조성하면 이곳에 소장 유물을 전시하고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몽골-티베트 불교 복원 진력

표충사에는 템플스테이와 사명제전의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생겨난 신도 조직화 프로그램이 두 개 있다. 그 하나는 매월 정기적으로 봉행하는 탑돌이 기도이며 다른 하나는 경전 공부이다. 바라밀회를 비롯한 관음회, 지장회, 아미타회가 이 두 개 신행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내실을 기하며 성장하고 있다. 바라밀회 정옥배(67 일심화) 회장은 “정적이었던 표충사가 템플스테이와 사명제전을 봉행하면서 각 신행 단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며 “민족의 혼을 일깨운 사명 대사의 호국성지에서 활동하는 불자로서 사명감과 자부심도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흡족해 했다.

옛 큰스님들의 희생과 정진이 있었기에 표충사는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호국도량이다. 새천년을 준비하는 표충사의 노력으로 다시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서산, 사명, 기허 대사의 가르침 아래 사부대중이 함께 정진하면서 이웃 나라의 불자, 이웃 종교인이 함께하는 세계일화(世界一花)를 피울 것이다. 055)352-1070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밀양=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전법-포교가 이 시대 호국불교
산문 활짝 열고 정진의 힘 나눠야”

호국성지 표충사 주지 청 운 스님

“문을 닫으면 바깥에서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합니다. 마음의 문을 닫으면 폭포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경쟁과 이기심이 만연한 현대인들이 진정으로 마음의 휴식을 체험하고, 세간으로 돌아가 그 행복과 당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두는 것이 바로 오늘날의 호국불교라고 생각합니다.”

폭포 소리가 제법 웅장하게 경내 곳곳을 휘감고 있는 표충사를 이끌고 있는 주지 청운〈사진〉 스님이 머무는 방사 한쪽에는 신문 꾸러미가, 다른 한 쪽엔 스님이 직접 경구를 쓴 한지 다발이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간에 전하려는 청운 스님의 일상적인 전법 정신과 노력이 배인 것들이다. 신문들에는 스님이 틈틈이 원고 청탁을 받아 쓴 감로수 같은 법문이 담겨 있고 한지 다발들은 불자들이나 일반인들에게 보시하기 위해 준비해 둔 시물(施物)이다.

지역 위한 이타행 실천

“표충사를 창건한 신라의 원효 성사는 귀족들에게 국한된 불교를 대중들에게, 바닥에 전하면서 어느 누구나 마음자리를 볼 수 있도록 바른 길을 보여주셨습니다. 현대의 포교도 이와 같습니다. 바른 수행자상은 정진의 힘을 대중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스님은 “옛 큰스님들은 이제 갓 출가한 스님들에게는 중물이 안 들었다고 야단을 치셨으나 제법 법랍의 숫자를 늘린 중참 스님들에게는 오히려 중물이 안 빠졌다고 호통을 치셨다”며 “이러한 가르침은 바로 사찰에서 밥을 먹는 이라면 산문을 열고 세상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는 정진의 정신을 강조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청운 스님은 통도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기장 묘관음사의 향곡 스님 회상에서 수선안거를 성만한 이래 제방선원에서 10안거를 회향했다. 이후 영산 법화사 주지, 창녕 포교당 주지, 통도사 취운암 감원 등을 역임하면서 수행과 포교에 진력해 왔다.

2005년 1월부터 표충사 주지 소임을 맡아 온 청운 스님은 천년고찰 표충사에 현대적인 수행법과 정진 프로그램을 가미했다. 불자는 물론 이웃 종교인, 외국인들도 자연스레 동참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가 바로 그것이다. 표충사의 산문을 활짝 열고 수행과 포교를 바탕으로 지역을 위한 이타행(利他行)에도 앞장서고 있다. 밀양시와 협력해 사명 대사의 업적을 선양하는 유훈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한-몽골 불교 교류 및 몽골 불교 복원 불사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재약산의 고산 습지를 보존하기 위한 환경 보호 운동에 진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 세계 습지의 날 공로패를 수상하기도 했다.

스님은 “사찰 인근에 연꽃 단지를 조성하고 재약산의 약초를 연구하는 친환경 모임을 결성, 자연을 보존하면서 그 소중함을 널리 알리는 생명보존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옛 큰스님들이 그랬던 것처럼 도량을 청정하게 하는 친환경 불사에도 소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약산 환경 모임 결성

청운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표충사 각 신도 단체는 매월 연말이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밀양지역 독거어르신 100명에게 쌀과 생활비를 보시하면서 ‘나눔’을 실천한다. 사보인 격월간 「영정」 4000부를 발간, 불자뿐 아니라 밀양지역 관공서와 사찰, 전국 교도소, 경찰서에 배포해 표충사를 중심으로 나눔, 전법, 포교 인드라망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