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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⑨

기자명 법보신문

하나의 법계임을 모르는 게 무명

시각의 마지막 단계인 구경각이 바로 본각이며 이 본각에 지정상과 불사의업상의 두 가지 모습이 있음을 이미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지정상과 불사의업상이 수염본각(隨染本覺) 즉 생멸문에서 본 본각의 성질임에 비해 성정본각(性淨本覺) 즉 진여문에 있는 본래부터 자성청정한 본각의 성질에 네 가지가 또 있다.

첫째 여실공경(如實空鏡)은 모든 마음의 경계상들을 멀리 여의어서 나타낼만한 법이 없는 것을 뜻한다. 둘째 인훈습경(因熏習鏡)은 여실불공(如實不鏡)이니 일체 세간의 경계가 모두 그 가운데 나타나지만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않으며 잃지도 깨지지도 않아 일심에 항상 머무른다.

그리하여 이러한 성공덕으로 바른 인연을 지어서 중생의 마음을 훈습하여 불과(佛果)에까지 이르게 한다. 셋째 법출리경(法出離鏡)은 위의 불공법이 번뇌애와 지애의 두 번뇌를 벗어나고 진망화합상을 여의어서 깨끗하고 맑고 밝은 것이다. 네 번째 연훈습경(緣熏習鏡)은 위의 법출리에 의해 중생의 마음을 두루 비추어 선근을 닦도록 하여 중생의 생각에 따라 나타내는 것이다.

원효는 이 성정본각의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것은 인성(因性)에 있고 뒤의 둘은 과지(果地)에 있다고 풀이한다. 그렇다면 연훈습경과 앞의 수염본각의 불사의업상과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이에 대해 불사의업상에서는 응신과 시각의 업용을 밝힌 것이고 연훈습경에서는 법신과 본각의 작용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불사의업상에서는 중생들과의 연(緣)의 상속에 따라 이익을 얻게 하므로 친소가 있으며 연훈습경에서는 연의 상속을 가리지 않고 근기가 성숙된 정도에 따라 널리 이익되게 하므로 일체에 고루 통하여 친소가 없다.

지금까지 아라야식의 각의와 불각의에 의해 심생멸의 여러 모습들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이 생멸의 인(因)과 연(緣)에 대해 살펴볼 차례이다. 『기신론』에서는 아라야식의 심체가 모든 법을 변작하는 것이므로 이것을 생멸인이라 하고, 근본무명이 심체를 훈습하여 움직이게 하므로 이를 생멸연이라 한다. 또한 무명주지(근본무명)는 모든 염법의 근본으로 모든 생멸을 일으키기 때문에 인이라 하고, 육진경계(색성향미촉법)는 칠식의 물결의 생멸을 요동시키니 이를 생멸연이라 한다. 생멸의 인·연은 이상과 같이 두 가지 뜻이 있다.

요컨대 중생은 아라야식의 자상심(自相心)과 그 안에 있는 무명에 의해 의(意)와 의식(意識)으로 전변한다고 한다. 여기서 의란 업식(무명업식), 전식, 현식, 지식, 상속식의 다섯 가지를 말한다.

우리는 앞서 아라야식의 불각의에서 삼세육추를 논할 때 삼세는 아라야식에, 지식은 제 칠식에, 그리고 상속식에서 기업식까지는 분별사식 즉 제6의식에 배대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생멸인연편에서는 상속식을 오의(五意) 안에 두어 의식과 구별하고 있으니 이 뜻이 무엇인가?

원효는 이에 대해 이 오의가 차례로 업식에서 상속식까지 전성(轉成)함에 의해 모든 경계에 대해 의식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이 다섯 가지를 의라고 하며, 이 가운데 제 5상속식은 오히려 의식이지만 뒤의 의식을 낸다는 뜻에 의해 의(意) 가운데 함께 넣어 포함시킨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이 상속식은 법집(法執)과 상응하여 끊어지지 않고 오래 상속함으로 상속식이라 한 것이며 이 식이 애취번뇌(은애에 집착하여 뗄 수 없는 정)를 일으켜 과거 무명에서 일으킨 모든 행위를 인지하여 미래의 과보가 있도록 하고 또한 윤생번뇌(임종시 자기와 자기의 경계에 대해 연연해 하고 집착하여 중유(中有)의 생을 윤택케 하는 세력을 가진 번뇌)를 일으켜 업의 과보가 계속 생겨서 끊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에 지식(智識)의 미세한 분별과는 같지 않아 의식 쪽에 더 가깝다고 보는 것이 원효의 견해이다.

생멸의 연인 무명이란 하나의 법계임을 알지 못한데서 홀연히 망념이 일어나는 것을 뜻하는데, 이 때 무명은 가장 미세하여 능(能)·소(所)와 심왕·심소의 차별이 아직 없다. 기신론은 이 근본무명을 제거함에 있어 거친 것으로부터 미세함에 이르기까지의 그 차례를 밝힌다. 먼저 상응염으로서 첫째는 집상응염(執相應染)이니 바로 의식이다. 둘째는 부단상응염(不斷相應染)이니 상속식이다.

셋째는 분별지상응염(分別智相應染)이니 지식이다. 다음은 불상응염으로서 넷째 현색불상응염(現色不相應染)이니 현식이다. 다섯째는 능견심불상응염(能見心不相應染)이니 전식이다. 여섯째는 근본업불상응염(根本業不相應染)이니 업식이다. 이상의 여섯 가지 염심은 아라야식의 불각의의 삼세육추에서 이미 밝힌 것이므로 상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 육염심 중의 상응, 불상응의 뜻은 우선 상응심은 거친 염심으로 지(知)·연(緣)·체(體)가 같음(三等)을 말하며 불상응심은 미세한 염심으로 지·연·체가 같은 뜻이 없음을 말한다. 

은정희 전 서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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