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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차와 불의 관계

기자명 법보신문

제다-탕법 핵심은 화후(火候)의 완급

<사진설명>추사 김정희가 초의 선사에게 보낸 편지. 『완당선생 문집』 중에 ‘여초의(與草衣)’38편 중 8편 글이다. 추사 진적은 2005년 과천 문화원 주최 전시에 나온 작품이다.

나지막한 둔덕 위에 난 들풀들은 가을빛이 완연하다. 하지만 한낮의 기온은 무더워서 새벽녘 길어 온 샘물, 용기 밖으로 수정 같은 물방울이 맺었다. 필시 깊은 땅 속에서 솟아난 샘물과 밖의 기온차이 때문일 터. 물을 끓여 차를 다렸다. 여름 물에서 느낄 수 없는 맑고 당찬 기운이 가을 하늘처럼 상쾌하다.

맑은 차는 답답한 울증을 사라지게 하는 마력을 지녔는지 한결 가슴이 서늘해졌다. 옛날 사람 추사 김정희도 차를 마신 후 가슴이 서늘해지는 감회를 이렇게 말하였다.

“중략…금강산 가는 것을 누가 막겠습니까. 다만 떠나기 전 저를 한번 만나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하지만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보내 주신 차품은 특히 가슴을 아주 개운하게 해줍니다. 매번 차를 덖는 법이 조금 지나쳐서 차의 정기가 사라지고 가라앉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만약 다시 만들게 되면 불 조절을 조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金剛之行 誰復遮住 但行前與此一見亦可 未知如何 茶品荷此 存甚覺醒肺 每炒法稍過 精氣有銷沈之意 若更再制 輒戒火候 如何如何)”

차의 정기는 차의 핵심이다. 추사는 초의선사에게 불의 조절이 잘못 되었음을 지적하였다. 경향(京鄕)에 이미 차박사라는 칭호를 받았던 초의선사도 간극(間隙)의 차이에서 차의 정기를 들어낼 수 없었으며, 차의 정기를 잃게 되었다.

이 폐단은 바로 화후(火候) 조절이 법도에 지나쳤다는 것이다. 차에 있어서 화후 즉 불의 문제는 중요하다. 화후의 완급에 따라 차의 정기가 드러나며, 정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 불의 조절을 문무(文武)로 표현하여 완급을 조절할 줄 알았던 선인들의 관찰과 연구는 정확한 것이다. 실제로 제다와 탕법의 요점은 불의 완급(緩急)을 어떻게 장악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런 문제들의 해법은 누대에 걸쳐 기록되어온 다서들의 중요한 핵심이었으며 명확한 요점을 터득하여 기록하였다. 따라서 누가 행간(行間)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체득하는가하는 것은 실제 연구의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 하고도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추사의 이 편지는 무술(戊戌 1838) 불진(佛辰석가탄신일)에 보낸 것으로 초의선사의 나이 45세이요, 금강산을 유람하였던 시기이다. 수홍(秀洪)과 동행하였다고 하니 수홍은 초의선사의 제자인 듯. 초의선사가 『다신전』을 초록한 것도 시자실의 사미였던 수홍이 다도를 알고자 했기 때문이요, 이 당시 총림(叢林)에는 조주의 끽다풍이 있었지만 다도를 모르기에 정초하여 보인 것이다. 초의선사가 칠불 아원(칠불암 아자방)에서 『다신전』을 등초(謄草)한 것이 무자년(戊子年:1828) 여름이었고 정초(正抄)한 것은 2년 뒤인 경인 중춘(庚寅 中春:1830년 봄)이다. 이 후 1837년 『동다송』을 썼다. 초의선사는 이미 다신전의 정초에서 『동다송』의 틀이 만든 것이다.

동아시아 차 문화 연구소 소장 dongasiach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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