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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꼬삼비국을 떠나지 않는 이유

기자명 법보신문

불량배들이 욕 퍼부어도 계속 도시에 머물러
피하지 말고 잘못 깨우쳐 줘야 참된 인욕행

인욕바라밀의 위대성과 중요성에 대해서는 경전 곳곳에서 헤아릴 수없이 많이 다뤄지고 있다. 인욕바라밀을 행하는 것은 스스로의 수행을 위함이 일차적인 이유이지만 다른 사람이 악업을 짓지 않도록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 데에도 그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타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관심, 나아가 한량없는 자비가 없이 자신의 수행만을 목적으로 삼고자 해서는 인욕바라밀을 완성할 수 없다. 『화엄경』에서 “남들이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참는 것이 아니요, 남들이 참을 수 없는 것을 참는 것이 참는 것이다. 힘이 없어 물러나는 것은 참는 것이 아니요, 능히 제압할 수 있는 것을 참을 때 진정 참는 것이다”라고 설한것도 바로 이런 인욕의 특성에 대한 설명이다.

『법구경』상유품(象喩品)에도 인욕에 관한 붓다의 가르침이 수록돼 있다.

부처님께서 꼬삼비국의 고시따라마 수도원에 계실 때였다. 이곳 꼬삼비국의 세 번째 왕비인 마간디야는 시집오기 전 자신을 부처님과 결혼시키고자 했던 부모님의 청혼을 부처님께서 단호히 거절하자 부처님께 악한 마음을 품고 복수를 다짐한 바가 있었다. 왕비가 된 마간디야는 부처님이 고시따라마 수도원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불량배들을 불러 “붓다의 뒤를 따라다니며 온간 욕설을 퍼부으라”고 지시했다. 불량배들은 부처님의 뒤를 따라다니며 욕설을 하고 먼지를 덮어씌우거나 침을 뱉는 등 온갖 거친 행동으로 부처님을 괴롭혔다. 이런 일들이 몇날 며칠을 계속되자 부처님을 모시고 함께 탁발을 다니던 아난다는 더 이상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어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자고 간청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이를 거절하시며 말씀하였다.

“만일 그 도시에도 우리에게 이같이 욕설을 퍼붓는 자가 있다면 우리는 또 다른 도시로 끊임없이 옮겨 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무릇 수행자는 소란이 있다면 그곳을 떠나지 말고 소란이 가라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하여 소란이 가라앉게 된 다음 자기가 가고자 하는 곳을 가는 것이 합당하다. 여래는 마치 싸움터에 나간 코끼리와 같다. 싸움터에 나간 코끼리가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맞으면서도 자기의 임무를 잘 수행하듯이 여래는 여래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난다여, 여래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저 어리석은 자들이 함부로 내뱉는 말을 묵묵히 참고 견디는 것이다.”

부처님의 이 설법을 들은 불량배들은 감동을 받아 잘못을 뉘우치고 부처님께 귀의하였고 그 중 몇몇은 수행을 성취하였다.

쏟아지는 욕설과 비난을 피하고자 그곳으로부터 도망친다면 그것은 올바른 인욕행자의 태도가 아니라는 가르침이다. 비록 욕설을 퍼붓는 자들과 맞서 싸우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들에 대한 자비심, 그리고 잘못된 상황에 대해 끝까지 책임져 바로 잡으려는 마음이 없다면 그것은 올바른 인욕행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욕설을 퍼붓는 자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더 이상 악업을 짓지 않도록 그들을 이끌어주고 깨우쳐 주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인욕행자의 도리인 것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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