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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청정 종단 원하면 죽음도 각오하라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7.09.10 10:00
  • 댓글 0

실천승가회 공동대표 효 림 스님

잇단 비리에 ‘무대응’ 고질화…여론도 등 돌려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태가 작금 조계종단에서 일어나고 있다. 여론은 비등점을 넘어가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하고 놔두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는 종교가 될 위험이 있다는 소리도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종단은 자정능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데 이렇게 여론이 비등점을 넘어가고 있는데도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신정아 사건으로 온 나라 안이 소란하고 비난을 받고 있어도 동국대학교의 이사회는 오직 한 가지 방법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무시하자. 무 대응으로 나가자.’ 사실 그동안 우리종단은 무시하고 무대응하면 유야무야로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이 무대응, 무시하기의 결정판이 제주도 관음사 사건이고, 마곡사 사건이고, 범어사 사건이다. 세상이 무슨 소리를 해도 안면몰수로 깔아뭉개고 가면 그렇게 지나갈 수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징계를 받는 사람도 없이 유야무야 했고, 당사자들은 여전히 종단에서 큰소리치며,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것이 작금 대한불교 조계종의 실정이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지금 종단 내에 대안을 제시하고 해결을 위해서 나설 수 있는 세력이 없다는데 있다. 며칠 전 조계사 설법전에서 교계내의 여러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했다. 종단내의 사태에 대하여 경각심을 촉구하고 총무원은 빨리 문제해결에 나서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기자들의 질문은 “만약 총무원이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 이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교계의 단체들은 그에 대한 준비는 없었다. 그냥 총무원에 경각심을 촉구하는 것으로 그만이었지, 그냥 유야무야 이 사건을 덮고 넘어 가더라도 그에 대한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내가 볼 때 총무원이나 동국대 이사회는 일단 무대응으로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지 문제를 해결하거나 어떤 책임을 느끼고 물러날 생각 같은 것은 처음부터 없다. 가령 마곡사 사건 같은 경우 이미 주지가 구속되고 재판까지 받았지만 총무원에서는 아무 대책도 없이 그냥 있다. 이대로라면 마곡사도 임기를 보장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다음 재임까지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 나는 총무원이나 동국대학교 이사회를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불교계의 제 단체들을 나무라는 것이다. 기자회견 한 번으로 교단이 청정해지지 않는다. 그동안 기자회견 많이 했으니까. 경각심이나 촉구하는 정도의 기자회견이라면 각 신문사에 팩스로 성명서나 보낼 일이다. 아니 성명서는 무슨 성명서인가? 그냥 쥐 죽은 듯이 침묵이나 하라. 나는 그날 기자회견에 나가서 멍청한 바보처럼 앉아 있었지만, 정말이지 얼굴이 부끄럽고 창피해서 안절부절 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참으로 교단이 걱정되고 새로워지고 청정해지기를 바란다면, 감히 목숨을 걸어라. 부처님을 위하고 미래의 불교를 위한다면,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순교할 각오를 하라. 어떻게 기자회견문 하나 들고 와서 읽고 하늘같이 높은 결과를 기대하는가.

저들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형색은 수행자의 모습이지만, 그들은 아귀보다 더 강한 심장을 갖고 있고, 절집이 다 무너지고 불교가 다 망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부처님을 팔아먹고 불법을 팔아먹을 인간들이다. 적어도 그런 사람들을 상대해서 싸우고 교단을 청정하게 하고자 한다면, 죽을 각오로 나서지 않고는 안 된다.

끝으로 한마디 죽을 용기가 없으면 그대나 나나 침묵하자. 비급해지자. 저들 부정하고 부패한자들이 불교를 다 망해 먹어도 그냥 보고만 있자. 우리가 침묵한다고 설마 불교가 정말로 망하기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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