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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초목은 유정인가 ? (1)

기자명 법보신문

불살생 적용에 있어 중요한 문제
초기불교선 부정…자이나교 등 인정

초목(草木)이 생명, 즉 영혼을 지닌 유정(有情)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아직 결착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살인 사건 현장에 있던 식물이 훗날 범인의 얼굴을 보자 초음파가 유난히 빠르고 불규칙하게 움직였다거나, 식물을 키울 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고 애정을 듬뿍 주면 성장속도가 빨라진다거나 하는 등, 식물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점이 종종 거론되기는 하지만, 여전히 초목의 영혼성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불교도의 입장에서는 특히 계의 실천과 관련하여 초목의 생명 여부가 중요한 주제로 떠오른다. 동물이 생명을 지닌 존재라는 점에서 그들을 죽여 고기를 취하는 행동이 문제시될 수밖에 없다면, 그렇다면 식물의 경우는 어떤가 라는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만약 식물 역시 생명을 지녔다면 동물의 생명을 빼앗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과일이나 야채 역시 피해야 할 먹거리는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관한 불교의 기본 입장은 어떤 것일까? 율장을 통해 보건대, 불교교단은 초목 그 자체에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분명 율장에는 초목을 해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문이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초목의 생명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초목에 살고 있는 작은 생물, 즉 벌레나 곤충들을 죽이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불교승단에는 안거(安居)라는 관습이 있다. 이것은 우기 3개월 동안 유행을 멈추고 스님들이 한 곳에 정착하여 생활하는 것을 말하는데, 안거가 불교승단에 받아들여지게 된 계기를 빨리율은 다음과 같이 전한다. “당시 일반사람들은‘사문석자들은 겨울에도 여름에도 우기에도 유행하며 푸른 잎을 짓밟고 하나의 감각기관을 지닌 생명에 상처를 입히고 많은 작은 생물을 죽이고 있구나. 다른 학파의 사람들은 그 교법은 악설(惡說)이라도 우안거를 구하여 이것을 지키고 있다. 또 새들도 나무 꼭대기에 집을 만들고 우안거를 하며 이것을 지키고 있다’라며 불교수행자들을 비난했다.”그리하여 부처님께서는 우안거를 지낼 것을 제정하셨다고 한다. 이 기술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초기불교 당시의 외도나 일반사람들은 초목이 하나의 감각기관, 즉 촉각을 지닌 생명이므로 풀을 밟거나 태우는 일은 곧 생명을 지닌 중생을 죽이는 행위와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불교승단 역시 이런 생각을 적극적으로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초기의 불교승단이 초목의 영혼을 인정했다고 볼 만한 기술은 불교경전에서 발견하기 힘들다.

당시 인도의 종교계가 초목 역시 생명을 지닌 것이라고 생각한 배경에는 초목도 윤회한다고 하는 사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자이나교나 정통 바라문교 사이에서는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었던 입장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자이나교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한다. “생명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윤회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성취자, 즉 윤회하지 않게 된 해탈자이다. 윤회하는 것 중에는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않는 것이 있는데, 전자에는 불·바람·동물이, 후자에는 땅·물·식물이 해당된다.”또 자이나교의 교주인 마하비라가 그의 제자인 고야마로부터‘모든 생류(生類)는 예전에 연꽃의 뿌리나 줄기, 잎, 꽃술 등으로 태어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고,‘그렇다. 게다가 그것은 한 번뿐이 아닌, 수도 없이 이루어졌다’라고 설한다. 이것은 인간이 초목으로도 재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음을 보여준다. 바라문교의『마누법전』에서도 상세히 윤회의 형태를 서술하는 가운데“스승의 처를 범한 자는 수백 번이라도 풀이나 관목, 덩굴 풀, 맹수 등으로 태어난다”고 하여, 인간이 풀이나 나무로 재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계속〉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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