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수행의 경계는 크게 마음으로부터 오는 경계와 현실로 오는 경계, 이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이번에는 마음으로부터 오는 경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마음으로부터 오는 경계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첫째는 꿈입니다. 꿈을 통해 여러 가지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꿈은 어디까지나 꿈일 뿐이라는 사실을 수행자들은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부처님은 꿈을 꾸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사실일 것입니다. 부처님은 꿈을 꿀 이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매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 하여 그 순간이 되어 버린다면 그림자가 남지 않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에게는 그림자가 없었다고도 합니다. 물론 여기서 그림자는 육신에 따르는 그림자가 아닌 마음의 그림자를 말합니다. 부처님께서는 매 순간을 객체가 아닌 주체로 사셨기 때문에 집착이라는 그림자가 남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실은 이러한 상태를 열반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수행자들은 부처님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꿈을 꿉니다. 그렇지만 수행자들은 꿈을 꾸더라도 대개 길몽을 꿉니다. 왜냐하면 수행을 통해 업장이 소멸됨으로써 언뜻언뜻 본래면목이 비치는 과정이 꿈이란 현상으로도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경수행자들은 길몽을 꾸었다고 해서 이를 굳게 신뢰한다든지 흉몽을 꾸었다고 해서 이를 마음에 담아두고 상심할 이유는 없습니다. 꿈은 깨고 나면 존재하지 않습니다. 연기법에 대한 통찰에 의해 정견이 수립되면 우리 삶 자체도 꿈임을 알게 됩니다.
꿈을 잘 분석해 보면 그 본질이 현재의 마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꿈은 잠시 거울에 비친 현재의 마음쯤으로 여기면 됩니다. 따라서 길몽이든 흉몽이든 꿈에 집착하는 일은 수행자가 취할 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여 굳이 부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길몽은 길몽으로써 간직하고 감사하며 일상 속에서 현실화하도록 노력을 하면 되고, 흉몽은 흉몽으로써 일상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분발하는 계기로 삼는 지혜가 중요합니다.
어떠한 현실이든 객관적으로 직시하여 보다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려는 절실한 노력이 바로 수행인 것입니다.
한국사경연구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