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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첫 사랑과 결혼해 상해에서 새 살림

기자명 법보신문

집필과 번역 활동에 전념
중국문화총동맹에 가입

성숙과 두군혜는 광동꼬뮨이 진압된 이후 잠시 은둔생활을 하다가 결혼하여 상해에서 살림을 차렸다. 성숙은 상해에서 신혼살림을 차렸으나, 광동에서 함께 투쟁했던 동지들을 잊지 않았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지원해 줄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고 번역을 하면서 지냈다.

이 때는 조선청년들의 중국 내 활동이 상당히 위축된 시기였다. 따라서 경제적인 면에서는 먹고 자고 하는 기본생활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못했다. 따라서 성숙은 가명으로 책을 쓰고 번역을 하면서 돈을 마련했고, 그 돈이 동지들의 먹거리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성숙은 상해에서 새 살림을 차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광동에서 실종됐던 김산을 만났다. 겨우 목숨을 부지해 상해로 잠입한 김산은 성숙이 상해에 살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성숙을 찾았던 것이다. 둘은 오랜만에 밤이 새도록 광동에서의 일들을 되짚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앞으로 일본군을 피해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

이미 광동은 일본의 영향력 하에 들어갔고 꼬뮨에 참가했던 한국인들을 색출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로 인해 1000여명이 잡혀갔고, 일부는 상해의 일본군에게 인도되는 등 한국 청년들에게는 암흑기와도 같은 시기였다. 때문에 김산이 곁에 있어주기를 원했다. 김산은 성숙의 영향을 받으면서 논리성도 갖추었고 책이나 논문을 쓸 정도의 문장실력도 갖추고 있었다. 김산이 자신을 따르는 것처럼, 역시 김산을 아꼈던 성숙은 “당분간 직접적인 행동을 중지하고 휴식을 취하는 게 좋겠네. 요즘처럼 백색테러가 횡횡할 때는 어떻게 하던지 살아남아서 장차 중요한 일을 지도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자네가 여기서 이론적 연구를 하는 동안 내가 충분히 지원해줄 수가 있을 것”이라며 잠시 몸을 낮추고 후일을 도모하도록 권했다.

성숙이 이처럼 몇 차례에 걸쳐 후일을 도모할 것을 권했으나, 김산은 그때마다 “너무 행복에 겨운 말입니다. 선배님은 결혼 이후에 많이 변했어요. 지금 실제적인 투쟁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더 강화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성숙의 태도를 비판했다. 사실 성숙은 결혼 이후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서 글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외부 활동은 중단한 상태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산은 자신의 스승이자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던 성숙을 한 여인에게 빼앗겨버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김산이 상해를 떠나기 전 두 사람은 김산의 거처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성숙은 김산에게 처음으로 자신이 요즘 과거와 달리 변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김산, 네 말대로 결혼을 하면서 내가 변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랑은 사람을 참으로 크게 변화시키는 것이야. 그렇다고 너무 질책하지는 말게, 머지 않아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야.”솔직한 심정이었다.

두군혜를 만나면서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된 성숙은 자신이 느끼기에도 많이 변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조국의 독립을 위한 투쟁의지까지 꺾인 것은 아니었다. 이후 성숙은 두드러지지 않는 선에서 활동을 재개했다. 광동에서 빠져나와 중국 각지로 흩어진 혁명청년들을 규합해 재중국조선총동맹을 조직하는 한편, 1929년에는 번역일 등을 통해 교분을 쌓은 중국인들의 협조를 얻어 중국문화총동맹과 작가연맹에 가입하기도 했다.

성숙은 1928년 상해로 옮겨온 후 1930년까지 언론과 출판 일을 하면서 파시즘에 관한 책도 여러 권 번역했다. 그동안 이론적 수준은 더욱 향상되었고, 향후 독립운동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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