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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남해 망운산 화방사

기자명 법보신문

千手千眼 복지로 행복한 농촌마을 완성

<사진설명>망운산 화방사는 남해지역에서 문화 포교에도 진력하고 있다. 화방사 가을 산사음악회.

보물섬, 바다에서 불어오는 산들 바람이 일출과 함께 살결을 쓰다듬고 소박한 언덕마다 계단식 논밭이 저녁노을에 붉게 물드는 경남 남해의 별칭이다. 그 누구든 넉넉하고 포근하게 품어 줄 듯 한 고향 같기에 동심을 담은 동요 한곡을 중얼거리게 한다.

법회 동참 운동, 정법 대중화

남해군 고현면 대곡리의 한적한 농촌마을에 위치한 쌍계사 말사 화방사(花芳寺 주지 효천)는 보물섬에서 복지와 포교를 견인하는 대표도량이다. 화방사가 자비를 베풀어 남해의 민초들을 보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홍포하기 위해 산문을 연 것은 신라 원효 성사에 의해서다. 고려 말 진각국사가 중창했으나 이후 화제로 소실된 절을 서산 대사의 제자 계원, 영철 선사가 중창해 화방사로 개칭한 것이 조선 때의 일이다.

1000여 년 동안 남해 공동체의 생노병사와 길흉화복을 지켜온 고찰이지만 근세에 들어 불자와 군민들을 위해 복지와 포교 불사를 실천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의 주지 효천 스님이 부임하면서부터. 쌍계사 조실 고산 스님이 총무원장을 역임할 당시 스님을 시봉하면서 조계종의 종무행정을 익혀 온 효천 스님은 16년 전인 1991년 화방사의 주지를 맡았다. 스님이 주지 부임 이후 처음으로 한 일은 남해지역의 포교 환경과 특색을 파악한 것. 부처님께서 중생들의 근기에 맞게 대기 설법을 하신 것처럼 남해에 가장 적합하고 필요한 포교 불사를 실천하는 것이 남해와 사찰이 하나 돼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효천 스님은 고산 스님이 조언한 대로 우선 도량 정비를 시작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절에 올 수 있도록 정기 법회를 개설했다. 기복 신앙이나 무속이 워낙 강했던 지라 남해에서 불자들을 위해 정기 법회를 봉행하고 있는 도량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첫 초하루 법회 참가자는 겨우 4명, 예상은 했으나 참담했다. 그러나 스님은 불자 4명을 위해 1시간 30분 동안 차근차근 불교 설화를 소개하며 열과 성을 다해 법을 설했다. 그렇게 법회를 연 지 1년이 지나자 동참 대중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100여명의 불자들이 정기 법회에 동참하고 있다.

정기 법회가 자리를 잡으면서 시도한 것은 연합 법회. 남해 불교의 발전이 곧 화방사가 잘 되는 길이라는 신념으로 남해군사암연합회에 소속돼 있던 각 사찰마다 날짜를 달리해 법회를 봉행하게 하고 ‘이웃 절 법회 동참하기 운동’을 펼쳤다. 이 운동 덕분에 각 사찰에 정기 법회가 뿌리를 내리게 되었고 이제 남해의 어지간한 사찰에서 정기 법회는 일상화 되었다. 정기 법회로 불기 시작한 남해의 포교 바람은 사암연합회의 남해불교대학 공동 운영으로 이어졌다. 특히 불교대학에는 남해군공무원불자연합회의 불자 공무원들이 대거 동참,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공부 잘하는 불자회’로 발전했다.

화방사 신행 단체의 가장 큰 특징은 비록 그 수는 적지만 뜻을 함께하는 불자들이 자발적으로 특성화된 모임을 결성했다는 점이다. 장례 염불 봉사모임인 백련회(50명)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위한 법석이면 그 어디든 찾아가 음성 공양을 올리는 보현행원 합창단(20명)은 화방사의 특성화 신행 모임을 대표한다. 특히 백련회는 무료노인요양시설인 화방동산에서 세연을 다하신 어르신을 위한 장례 염불 봉사를 도맡아 하고 있으며 보현행원합창단 역시 매월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화방사 입구에서 연꽃향기 전통찻집을 직접 운영해 수익금 전액을 복지, 포교 기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평일에 사찰을 찾기 힘든 직장인 불자나 거사들을 위해서는 일요 가족법회을 열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1만 후원자와 지역 살리기

<사진설명>최근 화방복지원이 폐교에 문을 연 삼베마을.

화방사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포교 불사는 역시 복지다. ‘복지’를 빼 놓고 화방사의 포교를 말할 수 없다. 효천 스님은 “부처님께서는 측은지심으로 자비를 베풀고 이타행을 실천하신 분”이라며 “오늘날의 표현으로 복지를 하신 것”이라며 복지 불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화방사는 사회복지법인 화방복지원을 설립, 8만여 ㎡의 거대한 부지에 종합복지타운을 지향하는 화방동산을 개원했으며 2003년부터 무료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해 왔다. 남해의 곳곳을 수소문해 어렵게 살아가는 어르신 25명을 수용, 복지 도량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화방동산은 이제 120여명이 생활하는 거대한 복지타운으로 탈바꿈했다. 이와 함께 도시락 배달과 이동 목욕 등 소외된 계층을 위한 가정봉사원파견센터도 운영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남해 유일의 남해지역자활센터를 열어 100여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자활센터는 관세음보살의 천수천안과 같이 빈틈이 없이 촘촘하다. 집수리를 비롯해 공공시설 청소, 간병인, 영농 사업, 장애아동 교육보조 등 사업 하나하나가 어려운 이들에게는 단비와도 같은 일이다. 최근에는 남해 전통의 삼베 제작 방식을 잇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폐교에 삼베마을을 개원해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삼베마을은 사찰과 농민이 상생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화방동산은 지난해 ISO 9001 품질경영시스템 인증서를 획득했으며 양산대학과 산학협력을 체결해 양산대학 사회복지학과의 남해교육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화방사가 운영하는 하동청소년수련원은 연 이용 인원만도 3만여명 달하는 경남 제일의 수련시설이다. 화방사 스님과 재가 불자 등 70여명의 직원들이 불과 5년 만에 일군 성과들이다.

화방사가 복지 불사와 함께 주력해 온 또 다른 분야는 바로 문화 포교. 대개 남해는 문화가 없는 고장이라고들 말한다. 효천 스님은 남해의 문화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 ‘공동체를 생각하는 남해 사람들의 모임’ 대표를 맡아 음악을 주제로 한 다채로운 축제를 개최해 왔다. 음악 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그 가치를 인정받아 남해를 대표하는 축제로 각광받고 있다. 화방사는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주제가 있는 음악회를 열고 있기도 하다. 올 10월 20일 오후 7시부터 ‘신심’을 주제로 스님 음악인들을 초청, 산사 음악회를 봉행할 예정이다.

음악회로 남해를 문화고장으로

재정 없이 그 어떤 불사도 불가능하다. 화방사 대다수 불자들은 화방복지원을 지원하는 후원자들이다. 불자들의 보시와 함께 약사대불을 조성하는 불사 역시 복지 사업을 돕는 불사 이다. 약사대불에 동참하는 보시금의 50%는 복지 법인 후원금으로 사용되며 화방사 재정의 20%는 포교 기금으로 쓰이고 있다. 복지 후원자 수는 정기 후원과 비정기 후원을 더해 대략 1만여명 안팎에 달한다.

화방사란 사명에는 연꽃이 앉은 모양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연꽃은 관세음보살이 받들고 있는 좌대이기에 보살행을 상징한다. 개산조 원효 성사께서 헐벗은 민초들의 삶 속에서 부처님의 지혜를 설하고 보살행을 실천했듯이 이 시대의 화방사 역시 남해군의 농민들과 소외된 이웃들을 보듬으며 연꽃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보물섬의 보궁’으로 이를 만하다.

남해=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일자리 창출-이타행에 감사
어르신 공경하는 모습에 감동

남해 불자들의 평가

<사진설명>화방복지원 남해지역자활센터의 집수리.

○…화방사는 집에서 가까워 평소 자주 찾는 절이다. 그런데 10여 년 전 효천 스님이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공경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다.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생각하지 못했던 보살행인지라 조금이라도 돕고 싶어 복지 불사에 동참하게 되었다. 작은 액수이지만 동참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 〈화방복지원 후원자 베지밀 남해대리점 신차철(53) 점장〉

○…화방동산에서 화방사까지 이어지는 숲길이 좋다. 높이가 적당하고 숲 속에서 음악도 듣는다. 이 시간이 좋아서 하루에 두 번 오를 때도 있다. 화방사에 들르면 복잡하고 산란했던 마음이 가라앉는다. 〈화방동산 입주 어르신 대표 강삼보(89) 옹〉

○…서울에 살고 있으나 고향인 남해를 자주 찾는다. 남해에 오면 화방사를 꼭 참배한다.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방사에 들를 때 마다 느끼는 점은 늘 새로운 일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불자들을 위하고 군민들을 위하겠다는 원력으로 보시행을 실천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산사음악회를 열면서 불자들과 탐방객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 마음을 넉넉하게 한다. 화방사가 다음에는 무슨 일을 할지 궁금하다. 〈서울 불자 하수미(50)〉

○…어머니께 물려받은 삼베 제작 기술로 제2의 인생을 산다는 것이 꿈만 같다. 화방사가 사찰과 농촌이 하나 돼 남해의 특산물인 삼베를 생산할 수 있는 ‘보물섬 삼베마을’을 개설한 것에 대해 남해군민 모두가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일자리를 소개하고 남해 발전을 이끄는 사업에 앞장 서 주었으면 좋겠다. 〈남해지역자활센터서 삼베 제작 유수군(60)〉


자비 실천하는 남해 대표 복지타운

화방사 청사진은

도량 중창 불사를 거쳐 화방사는 망운산과 조화를 이룬 여법한 도량으로 거듭났다. 도량 내에는 약사대불을 조성하는 불사가 진행 중이며 대불 불사를 회향하면 남해를 대표하는 귀의처이면서 정진도량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화방사가 지향하는 미래 청사진은 남해를 대표하는 친환경 복지타운이다. 망운산 자락 아래 마을에서 화방사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는 지역의 명소로 각광 받고 있으며 산책로를 이용, 매월 한 차례 맨발로 걷는 명상 프로그램을 개설할 예정이다. 산책로와 함께 현재 재가노인복지센터 건립도 준비하고 있다. 남해의 복지 포교를 주도해 온 화방복지원에는 오는 2008년 말까지 연 면적 1200여 ㎡ 규모의 재가노인복지센터를 비롯, 무료요양시설인 화방동산, 명상 걷기 코스 등이 들어서게 되면 친환경 복지타운으로서의 면모를 완비하게 된다.

화방사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역자활센터 사업을 더욱 활성화 해 스님과 농민, 불자 등 사부대중이 농촌 마을의 경제를 견인하는 데에도 진력한다. 농촌으로 돌아오는 귀농인들과 외국인 며느리, 일거리가 없는 어르신, 배움의 기회가 적은 농촌의 어린이 및 청소년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문화 및 교육, 복지 프로그램을 실천해 종합복지도량으로서의 이미지를 제고해 나간다. www.hwabang.or.kr
화방사 055)863-5011, 화방동산 055)863-2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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