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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 실천 못하면 주인 자리 내주는 꼴

기자명 법보신문

덕양선원장 법 상 스님

49일 가행정진 입재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모여 함께 정진을 시작하게 된다니 마음에서 기쁨이 솟아오릅니다. 오늘 가행정진에 앞서 한 보살님의 수행이야기로 우리가 왜 수행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일명 ‘여의도 보살’이라고 불리는 보살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기도 열심히 하기로 손꼽히던 그 보살님이 한번은 제게 찾아와 마음을 다스렸다가도 집에 가서 남편 얼굴을 보면 다시 미운 마음이 일어난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3·7일 정진 통해 인연 깨달아

그래서 왜 그런가하고 이 보살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니 지난 세월동안 남편이 미운 짓을 많이 했어요. 이 보살님이 젊은 시절에 웨딩숍을 해서 돈을 많이 벌었는데, 돈만 벌어 놓으면 남편은 텔레비전에 나오는 예쁜 탤런트 누구누구하고 돌아다니며 흥청망청 써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이 보살님이 또 애 써서 돈을 모으고, 그러면서 젊은 시절을 보냈습니다. 보살님은 ‘나이 들면 남편이 방황을 끝내고 나 고생한 것도 알아주고 가정도 돌보겠지’하며 기다린 것입니다. 그런데 나이를 들고 나니 이 거사님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몸져누워 버린 것입니다. 결국 보살님이 남편 간병을 해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이 보살님이 한때는 큰 교회도 열심히 다니며 기도도 많이 했고 절에 와서도 기도 열심히 하고 보시도 많이 한 대보살인데, 그렇게 기도하며 마음을 다스렸다가도 남편 얼굴만 보면 화가 치밀어 올라 간병조차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보살님께 3·7일 용맹정진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분이 아침에 절에 와서는 수미단 앞에 앉으면 면벽 좌선하듯 꼼짝을 안하는 것입니다. 21일 동안을 그렇게 처절하게 수행 했습니다. 3주간 매일을 수미단에 바짝 앉아 수건을 머리에 질끈 동여 메고는 바위처럼 정진했습니다. 1주 지나고, 2주 지나면서 공부가 익어가더니 마지막 주에 회향을 하면서 자기가 공부한 내용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분 말씀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남편에 대한 미움 때문에 오후 5시 즈음만 되면 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들고 가을만 되면 우울증에 빠지곤 했답니다. 허탈감과 남편에 대한 미움,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금껏 살아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도를 시작한지 3·7일 즈음영화 같기도 하고 환상 같기도 한 장면을 보게 됐다고 합니다.

몇 백 년 전인 것 같은데 청풍의 한 절에서 스님들이 수행을 하고 있는데 이때 원주 스님이 저였다고 합니다. 이 보살님은 원주 스님의 지도를 받는 젊은 학인 스님이었는데 꾀나 열심히 정진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이 젊은 스님이 아랫마을에 사는 처녀와 사랑에 빠져서는 처녀가 임신을 하게 됐답니다. 그러자 이 사실을 알게 된 처녀와 처녀의 부모님들이 젊은 스님에게 결혼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이 스님이 결혼하기를 거부하자 처녀의 부모는 원주 스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젊은 스님은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자 괴로워하며 방황하던 스님은 어느 날 오후 5시 즈음에 자살을 해버렸습니다. 젊은 스님이 죽은 후 처녀는 혼자 아이를 낳아 부모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아이를 키우고 살면서 평생토록 죽은 스님을 원망했답니다. 그런 인연이 있은 후 수 백년이 지나 이번 생에서 이 사람들이 부부로 다시 만난 것입니다. 이 보살님은 자신의 전생 모습을 낱낱이 보면서 참회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답니다.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바로 여기에 기도와 수행의 묘미가 있습니다. 이 보살님이 회향을 하고 집에 돌아가서 누워있는 남편의 얼굴을 보니 미운 마음이 싹 가셔버렸답니다. 그때부터 ‘내가 전생에 이 사람을 그렇게 고생 시켰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진심으로 간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진심으로 간병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남편은 아주 빠른 속도로 회복을 하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에 따라, 바깥 경계에 따라서 내 마음 가운데 원망하는 마음이 일어나지만 결국 그 마음은 내 안에 있는 내 마음입니다. 내 마음을 해결할 때 본래의 우리 마음인 지혜와 자비심이 드러납니다. 그럴 때에 상대를 진심으로 대할 수 있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는 우리가 억지로 자비를 실천하려고하지 않아도 진심으로 우러나와서 본래의 마음대로 사랑을 실천하면서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 지혜로운 삶, 자비로운 삶, 그런 마음에 걸 맞는 환경과 운명이 열리는 것입니다.

기도란 바로 이렇습니다. 오늘 49일 가행정진 기도를 입재하면서 당장 발견되는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 입재하러 오면서 여러분의 마음은 어땠습니까. 어떤 분들은 모처럼 3일간 혹은 7일간 하루에 천 독씩 용맹정진을 하겠다고 결심을 해놓고 나니 평소에 없던 방해의 일이 생기더랍니다. 그동안 안됐던 계약을 해줄 테니 오라고 해서는 결국 기도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는 식이지요. 이렇게 마치 방해를 하려는 듯 가행정진을 중단할 이유가 만들어 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가행정진을 하겠다고 결심한 우리가 다른 한편으로 그것을 하지 않을 이유를 만드는 것입니다.

기도엔 마장 있기 마련

이럴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우리는 결심한대로, 원을 세운 대로 실천을 해야 합니다. 내가 결심한 대로 실천할 때에 내 의도대로 삶이 열리는 단초가 마련됩니다. 바깥 경계에 따라 내 삶이 흔들리면 바깥경계가 내 삶의 주인이 되고 좌지우지 당하는 삶을 살수 밖에 없게 됩니다.

기도를 시작할 때부터 몸살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저히 몸이 아파서 이번 가행정진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핑계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내 마음 깊은 곳에 뿌리 깊게 내재돼 있던 것들이 기도나 수행 가행정진이라는 밝은 빛을 만났을 때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극복하고 해결해 버려야만 우리가 살면서 때만 되면 반복해 마주치는 문제들의 뿌리가 뽑히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기도 중에도 나타납니다. 어떤 분은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오백 독, 천 독 할 즈음 짜증이 올라오거나 분노가 올라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기도를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 싶어 기도를 멈추곤 합니다. 기도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기도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내 마음 속의 습성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고비 넘겨야 수행의 시작

대비주를 한 편 독송하는 것이 천근만근 무거운 짐을 진 것처럼 무거워 힘들 때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때는 몸도 무거워서 평소에는 두 세 계단씩 가볍게 다니던 계단도 한 계단 걸어 올라가기가 버겁게 느껴집니다. 이때 자칫하면 수행을 멈추고 쉬거나 몸져누워서 앓고 싶기도 하지만 바로 이때가 더 큰 힘을 내어 나아가야 할 절호의 시점입니다. 이 고비를 넘겨야 진정한 수행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또한 그 고비를 넘겨야 만이 수행이 한 층 업그레이드되는 것입니다.

‘상락아정’이란 말이 있습니다. ‘상(常)’은 시간을 초월한 생멸과 변화가 없는 덕을 갖춘 것을 말하며, ‘락(樂)’은 생멸변화가 없는 세계에 생사의 고통을 벗어난 적정무위(寂靜無爲)의 안락한 덕을 갖추고 있음을, ‘아(我)’는 망집(妄執)의 아(我)를 벗어난 무애자재한 영지(靈知)와 덕을 갖추고 있음을, ‘정(淨)’은 번뇌망상의 티끌이 멸진하여 청정무구한 덕을 갖추고 있음을 말합니다. 즉 ‘항상 즐겁게 나를 맑힌다’는 뜻입니다. 이 상락아정이 바로 우리의 본성입니다.

우리는 가진 게 없다고 생각하고 분노하고, 좌절하고 슬퍼합니다. 그러나 이는 나와 남이 하나임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수행을 해서 자신을 밝혀야 합니다. 내 눈을 가리고 있는 어리석음을 기도로 승화시켜 해탈하고 본래의 내 맘을, 내 본성을 깨달아야 합니다. 내가 얼마나 무한한 능력의 주인인지 알고 느끼고 행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나와 남이 하나인 동체대비를 알고, 실행 하시는 불자들이 되시길 간절히 발원합니다.
 
정리=안문옥 기자 moonok@beopbo.com


이 법문은 일산 덕양선원 원장 법상 스님이 9월 10일 ‘49일 가행정진’ 입재식에서 대중에게 설법한 내용을 요약 게재한 것이다.


법상 스님은

1979년 안평 옥련암으로 입산, 1980년 불광계단에서 광덕 스님을 계사로 수계했다. 1994년 동방대학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운산 스님을 은사로 한국불교태고종에 입종 득도했다. 1996년 경기도 고양시에 도심 수행처 덕양선원을 개원해 불자들의 수행을 지도하고 있는 스님은 현재 동인문화원 강사, 불교방송 대비주수행 지도법사로 전법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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