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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아산 옥련암 주지 종 인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아이들 아픔 보듬다 보니 포교가 절로 됐지요”

황량한 사막을 경험한 이에게 오아시스는 시원한 호수의 의미 이상이다. 살인적인 무더위, 몸으로 파고드는 모래 폭풍의 지옥을 넘어 타는 목을 부여잡고 만나게 되는 오아시스는 생명이자 종교이며 삶의 축복이다. 또한 죽음의 터널인 사막을 탈출해 비로소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일 터이다.

25년을 하루같이 새싹 포교

충무공 이순신의 탄생지인 충절의 고향 충남 아산. 이곳에 조금은 색다른 오아시스가 있다. 옥련사 주지 종인(60) 스님. 스님은 이곳 아산 불교계라는 메마른 사막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1982년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산정호 인근의 옥련암 주지로 부임한 이후 25년을 하루같이 청소년 포교와 문제 청소년 교화에 신명을 바쳐왔다.

청소년 포교라는 용어 자체가 낯설었던 1980년대, 종인스님은 아산 지역에서 처음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법회를 연달아 개설하며 청소년 포교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사실상 아산지역 청소년 포교의 시원이다. 이후 낙후된 지역 내 청소년 문화에도 눈을 돌려 청소년 자원봉사 프로그램은 물론 여러 형태의 문화강좌와 수련대회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문화의 향취를 제공하고 있다. 또 지난 1998년에는 빠듯한 사중 살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의 접근성이 용이한 아산시 한복판에 빌딩 2개 층을 임대, 100석 규모의 청소년 무료 공부방과 각종 문화센터, 영화감상실, 상담실, 노래방, 바둑방 등 다양한 문화공간을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가출 혹은 문제 청소년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마지막 휴식처 역할을 해온 청소년 쉼터는 3년 전 그 공덕을 인정받아 아산시로부터 특수교육 이수기관으로 선정돼 기댈 곳 없는 청소년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일까. 몇 해 전 옥련암 주최로 열렸던 아산 어린이 큰잔치는 작은 지방도시라는 한계를 넘어 부모와 어린이 5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로 치러져 아산 불교계를 살찌우는 스님의 오아시스가 결코 작은 파워가 아님을 입증하기도 했다.

“옥련암은 매년 사찰 재정의 절반 이상을 청소년에게 쏟아 붓고 있습니다. 청소년 포교가 미래 불교의 희망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가끔은 주변으로부터 볼멘소리를 듣기도 해요. 청소년 포교에 쓴 재원으로 불사를 했으면 지금쯤 대작 불사를 이뤘을 거라는 불평들이지요. 그러나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산시의 불교는 기독교의 1/4에 불과하지만 청소년 포교에 있어서는 이들 종교를 압도하고 있어요. 대작 불사가 따로 있습니까. 이것이 바로 대작불사지요.”

청소년 법회에 참석했던 아이들이 어느덧 어른이 돼서 자녀들을 다시 절에 보내고, 아산시도 청소년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자문을 기독교 단체인 YMCA나 YWCA가 아닌 옥련암에 구하고 있다. 대웅전과 삼성각, 요사채, 그리고 청소년수련회관이 전부인 조촐한 암자에 불과하지만 청소년 포교에 대한 남다른 원력이 사찰 울타리를 넘어 아산시 대표 도량으로 옥련암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타지역 사람들이 택시 기사에게 절 소개를 부탁하면 열에 아홉은 옥련암을 소개한다고 해요. 청소년인 자녀들을 통해 옥련암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지요. 이게 바로 청소년 포교의 묘미입니다. 결과는 더디지만 강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 듯 효과는 장대하지요.”

스님이 옥련암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2년 무렵이다. 늙고 병들은 사형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이곳 주지로 부임하게 됐다. 그러나 상황은 참으로 열악했다. 부산 소림사가 출가 원찰인 스님에게 옥련암은 풍요로웠던 부산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그야말로 악 조건이었다.

“절에 와서 많이 놀랐어요. 사찰에 신도가 거의 없었지요. 초하루 법회에 신도 5명이 참석할 정도이니 말 다했지요. 그래 한 달 공과금 3만원 내기에도 버거웠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사찰 부지조차 임대에. 한 달에 쌀 3가마를 내라는데 꼭 죽겠더군요.”

청소년 불자 1500여명 배출

희망이 없어 보였다. 매번 끼니 걱정을 해야 할 만큼 열악했고 부산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몰록’ 거렸다. 그러나 고민도 잠시, 한편으로 오기가 조금씩 일기 시작했다. 풍요로운 부산과 너무나 대비되는 아산의 불교 현실. 도망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점차 가슴 속에서 똬리를 틀었다.

결심이 서자 스님은 곧바로 천일기도를 입재했다. 믿고 의지할 분이 부처님 말고 또 있겠는가. 공양을 하고 잠시 눈을 붙이는 것 외에 하루를 온전하게 부처님께 의지했다. 1000일을 회향하면 또 1000일을 입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불자들의 발길이 늘기 시작했다. 조금씩 사찰의 살림에 윤기가 도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기쁨과 비례해 고민도 깊어갔다. 절에 오는 불자들의 대부분이 나이 지긋한 노보살이었던 탓이다. 이래서는 불교의 미래에 희망은 없지 싶었다.

도량 안 쉼터 열고 온정 전해

“하루는 신도님들을 모아놓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손자 손녀를, 그리고 자녀들을 절에 보내 달라고. 그래야 불교에 희망이 있다고.”

종교보다는 공부가 먼저라는 생각에 자녀들의 사찰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신도들도 스님의 호소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법회 때마다 어른들 틈속으로 올라오는 파릇한 새싹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하나, 둘, 열, 스물. 마땅한 놀이 공간이 없었던 아이들은 학교 친구를 절로 데려오고 그 친구가 다시 친구를 데려오고. 이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40~50여명에 이르는 청소년들이 모이자 법회가 꾸려졌다. 이후 스님은 어린이 법회와 청년법회까지 꾸려가며 젊고 활기찬 도량으로의 변화를 이뤄냈다.

스님은 청소년 법회가 결성되자 곧바로 대한불교청소년교화연합회에 가입했다. 이후 뒤늦게 생긴 조계종 파라미타청소년협회에도 참여했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배출된 청소년 불자는 대략 1500여명. 신도들이 비교적 노쇠한 다른 사찰과 달리 30~40대가 신도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옥련암의 ‘젊은 도량’은 이런 청소년 포교에 대한 스님의 남다른 열정의 결과였다.

그러나 스님의 관심은 비단 청소년 법회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스님은 청소년 자원봉사가 학점으로 인정되기 이전에 이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이끌었고 가출 혹은 문제아들의 청소년 쉼터를 개설해, 하소연 할 곳 없는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자비심으로 열었다.

또 1998년에는 사중의 재원을 털어 아산 시내에 빌딩 2층을 임대,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강좌 및 공간을 제공했다. 이렇게 해서 스님의 자애로운 손길을 거쳐 간 청소년만 매년 1만여명. 지난 세월을 더하면 10여만 명을 훌쩍 넘는다.

“청소년에 대한 사랑이 불교에 국한될 필요는 없지요. 청소년은 나라의 미래입니다. 불자가 돼도 좋고 불자가 아니어도 좋아요. 다양한 예술, 수련, 봉사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로그램을 접하며 균형 있는 사람으로 자라 주기를 바랄 뿐이지요.”

스님은 3년 전 옥련청소년육성개발원이 교육청으로부터 특수교육이수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청소년 쉼터 운영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다. 매달 30여명이 이곳을 거쳐 가는데 아산 지역뿐 아니라 서울과 제주도 등 전국 지역에서 학생들이 입소할 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소년 쉼터는 잠시 길을 잃어버린 학생들의 유일한 안식처입니다. 학교에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을 마지막으로 보내는 곳이라 이곳에서 교화되지 않으면 더 이상 희망이 없지요. 그러나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눠보면 그렇게 착할 수가 없어요. 다만 사회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받은 상처가 곪아 덧난 것뿐입니다. 이 모든 책임은 우리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어린 가슴에 어떻게 알알이 아픔이 박혀 있는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아릿하지요.”

스님은 최근 도량 불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25년 전 200여 평의 땅을 임대해 사용했던 옥련암은 불사를 위한 부지 6000여 평을 확보한 상태. 그러나 도량이 들어선 자리가 공원으로 묶여 있어 도량 불사에 적잖이 애를 먹고 있다.

대학 진학해 법당 찾을 때 보람

“넓은 절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쉼터를 늘리고 청소년들이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확보해 주고 싶은 마음이지요.”

스님은 쉼터를 통해 제 길을 찾은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해 부모와 함께 법당을 찾을 때 커다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스님은 청소년 포교 공로를 인정받아 조계종 포교대상과 국무총리 표창 등 10여 개가 넘는 표창과 공로패를 받았다. 그러나 소년의 푸른마음을 닮은 듯 세월이 지날수록 파릇하게 피어나는 스님의 미소가 가장 큰 상일 터이다.
옥련암 041)545-5228
옥련청소년육성개발원 041)548-1326 
 
아산=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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