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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황금 사원 그 이면에는

기자명 법보신문

『아시아의 낯선 희망들』
이유경 지음 / 인물과 사상사

얼마 전 스위스를 여행하다가 베른으로 가는 기차에서의 일입니다.

입이 궁금하고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 묵직한 수레를 밀고 등장한 ‘홍익아저씨’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키가 작고 얼굴빛이 다소 검다 싶은 아시아인이었습니다.

“어디서 왔어요?”
“코리아에서요. 당신은요?”

“방글라데~~~쉬”하며 그는 익살스럽게 제 나라 이름을 발음하며 웃었습니다. 통로 건너편에 앉아 있던 스위스인 노부부는 우리의 대화를 귀 기울여 듣다가 “코리아래”, “방글라데시래”라며 자기들끼리 속삭이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유럽의 기차 안에서 아시아인 둘이 만나는 일이 절대로 희귀한 사건은 아니지만 스위스 부부의 눈길과 속삭임은 내게 ‘너희는 골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같은 아시아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사실 우리는 아시아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학창 시절, 세계사는 서양 역사가 도배질을 하였고 한국의 역사는 ‘국사’라고 하여 따로 배웠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대륙의 역사는 몇 줄의 문장이 전부였고 따라서 그 나라들의 현재는 더더욱 관심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우리에게는 그저 싸구려 패키지 여행국인 나라들, 가난하고 더러운 나라들, 빨리 서양물이 들어가서 ‘개명’당해야 될 것 같은 나라들, 단체로 가서 부리나케 탑돌이하고 얼른 시줏돈 걷어서 줘버리는 것으로 그만인 그런 나라들.

한국이라는 ‘섬’에서 30년을 살아온 젊은 여자가 이제 그만 ‘대륙’으로 좀 나가보자며 카메라를 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어느 날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들여다보기 시작한 아시아는 바로 그런 나라들이었습니다.

태국과 버마, 인도, 스리랑카, 네팔과 카슈미르는 지금 피 튀기는 싸움질이 한창입니다. 소수민족의 생존권은 묵살당하기 일쑤이고, 국민의 복지와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그에 저항하여 생겨난 세력들은 어느 사이 저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판을 만들어가고 그 사이 내전과 학정과 굶주림과 강간을 이기지 못한 ‘고분고분한 아시아 여성’들은 게릴라가 되어 산악지역을 떠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책 속에는 찬란하다느니 소박하다느니 천진난만하다느니 하는 여행자용 감상문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저자의 말마따나 ‘아시아가 방조·외면했다면 서방은 개입·지원을 한’ 아시아 몇 개국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 가는데 매스컴에서는 연일 버마에서 벌어지고 있는 승려와 시민들의 시위와 군부의 무자비한 진압을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 아시아 국가들의 과거 유적지만 구경할 것이 아니라 조금은 냉정하게 그들의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찬란한 황금빛 사원의 그늘 아래 어떤 실상이 펼쳐지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썩 괜찮은 교과서가 될 것 같습니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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