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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연꽃과 연실

기자명 법보신문

연꽃 속에 열매 품는 동물적 포태
잎까지 갖춘 연실 삼세 공존 보여줘

동물은 포태로 다음 세대를 이어가고, 식물은 열매로 다음 세대를 이어간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꽃을 피워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되도록이면 식물의 첨단에 매달려 화려하게 드러내야 한다. 반면 동물의 포태는 암수의 수정체를 되도록이면 깊이 숨겨 은밀하게 성장시킨다. 이것은 수시로 움직여야 하는 동물적 특성에서 일정 기간을 안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일 것이고, 식물적 특성의 고정적 부동은 되도록 햇볕의 수용에 용이한 첨단에 씨앗을 간직함일 것이다.

식물의 꽃이 다음 세대의 이어감을 위한 열매 맺음이 목적이기에 꽃과 열매가 동시에 형성되어 꽃잎이 지면 열매만이 남아 자라다가 일정한 시한이 되면 독립된 존재로 지상으로 되돌아온다. 거의 대부분의 꽃들은 열매를 달고 나와 그 열매의 꼭짓점에서 화려한 꽃잎을 자랑한다. 간혹 열매를 달지 않고 피는 꽃이 있는데 이는 숫꽃이라 하여 식물의 씨받이로는 의미 없는 꽃이다. 대개 넝쿨식물인 오이나 호박 따위가 그러하다.

그런데 열매를 매달고 피지 않고 열매를 품고 피는 꽃이 있으니, 이것이 바로 연꽃이다. 연꽃은 잎 안에 여러 개의 열매를 품고서 핀다. 마치 동물의 애기보처럼 씨앗을 보 안에 품고 있다. 대개의 꽃은 꽃 하나에 열매도 하나이나, 연꽃은 꽃 하나에 10개 이상의 씨알을 품고 있다. 그러니 연꽃은 식물의 꽃이면서도 동물적 포태를 하는 셈이다. 연꽃의 열매를 연밥이라 하는데 어쩌면 이 열매의 맺음이 밥알 같아서 그러한 것인가. 아무튼 재미있는 꽃임은 분명하다.

연꽃을 문학적으로 승화시켜 만인의 입에 회자된 작품이 송나라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이다. 여기서 주돈이는 세상 사람들이 다 모란을 좋아하지만 나만은 연꽃을 사랑한다 하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진흙에서 나와도 더럽혀지지 않고, 맑은 물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고, 줄기는 뚫려 있으되 꼿꼿하고, 향기는 멀수록 맑고, 멀리 구경할 만하여 가까이 다가설 수 없다.”

이런 찬사는 당시 성리학자로서 식물을 인성에 견주어 보려는 시각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 이후로 학자들은 연꽃을 은일적이고 청결한 선비에다 견주게 되었다.

주돈이의 이러한 연꽃 찬미도 불교적 상징의 의미가 이미 가미된 것이다. 이 당시 중국에도 이미 불교가 널리 알려져, 성리학적 교리의 정립이 시도된 시기이니, 불교적 찬미의 청정의 상징을 찬양한 셈이다. 불가에서 연꽃의 네 가지 덕으로 꼽는 것이 향기, 깨끗함, 부드러움, 사랑스러움이니, 위 주돈이의 글은 이를 바탕으로 한 착상임이 분명하다.

이러한 찬미는 연꽃에 대한 찬미이지만, 나는 연실이 갖는 의미를 한 번 더 짚어보고 싶다. 꽃으로 맺어지는 순간부터 다음 세대, 곧 내생을 위한 준비로서 씨알을 알보 안에다 담고 피었다는 그 자체가, 의상이 법계송에서 말한 ‘9세 10세가 바로 부딪힌다.(九世十世互相卽)’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식물의 씨앗으로 동물의 포태적 잉태까지도 상상할 수가 있으니, 인연 결합적 윤회반복을 여실하게 보여 주는 꽃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의미 있는 꽃으로 감상이 된다.

그 뿐이 아니다. 연밥은 한 알 한 알 안에 내세가 될 연잎을 안고 있다. 모든 열매는 다음에 싹으로 돋을 배아가 열매의 꼭지에 함축되어 있지 가시적 잎으로 형태화 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연밥은 열매 안에 이미 다음 세대의 잎이 형성되어 있다. 이러니 연잎에는 과거 현재 미래의 3세가 공존되어 있는 셈이다. 여기서 다시 진각국사의 『선문염송』에 “연꽃이 필 때에 이미 씨알이 있고 씨알 안에 이미 잎이 있으니 10세가 한 순간이다(蓮開花時 中已有子 子中已有葉 十世一時也)”라 함이 실감난다.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sosuk0508@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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