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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불교의 꽃 한국불교 태국에선 또 다른 ‘한류’

기자명 법보신문

WFB 세계본부 판 와나메티 회장

1998년 시드니 대회서
5대 WFB 세계본부 회장 당선

태국 외교부 출신 엘리트
20년 전 처음 한국 방문

기상이변 따른 환경파괴
불법에서 해법 찾아야

<사진설명>판 와나메티 회장은 이날 참석한 각 국 불교도들의 대표로서 세계 곳곳에 불교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0월 9일 WFB(World Fellowship of Buddhist, 세계불교도우의회) 국제 컨퍼런스가 열리던 날. 경주 조선호텔 대연회장에 200여 명의 청중이 모여 앉았다.

곳곳에서 황갈색의 상좌부 불교권 가사를 입은 스님들이 눈에 띄었고, 또 한편에는 흰색 정장을 맞춰 입은 인도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가 하나 같이 얼굴과 피부색이 틀렸지만, 어느 순간 이들은 하나같이 두 손을 모으고 합장하며 부처님과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찬탄을 쏟아냈다.

그리고 공식 일정이 시작되기 직전 모두가 기립한 가운데 백발의 노신사가 천천히 식장으로 들어섰다. 일동 기립.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175가 넘는 큰 키. 나이가 들어갈수록 맑아지고 있는 듯한 눈매. 노신사는 청중의 박수에 합장으로 화답하며 맨 앞줄 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가 바로 세계 불자들의 대표, WFB 세계본부의 회장 판 와나메티(84)다.

판 와나메티는 태국 외교부 출신의 엘리트다. 태국과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들을 오가며 수많은 공적을 세워 태국 사회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인사다. 또 40년이 넘는 공직생활 중에 단 하루도 빠짐없이 부처님에 대한 예불을 해온 신심 깊은 불자이기도 하다. 불교 신자가 전체의 70%가 넘고 국왕부터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불자이기 때문에 매일의 일상 속에서 부처님을 찬탄하는 것은 태국에서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그의 불심은 태국 내에서도 특출났다. 또 바쁜 일상에서도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이 담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외교관이었다. 그의 그런 불교에 대한 애정은 태국 국왕도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외교부에서 평생을 헌신하며 얻은 대외적 능력과 인지도, 그리고 높은 신심과 모범적인 생활상을 인정받아 그는 1998년 WFB 시드니 대회에서 제5대 WFB 세계본부 회장으로 선출됐다.

“요즘 한국 불교에 대한 책을 읽고 있어요. 태국과는 다른 한국만의 불교적인 전통이 우리에게는 아주 신선하지요. 한국 불교는 태국 속의 ‘한류’를 타고 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의 힘, 아주 놀랍습니다. 요즘 많은 대학에서 한국 관련 학과가 생기고 있는 것을 보면 아주 놀라워요.”

그의 입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예찬이 쏟아졌다. 그가 가진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떨까.
“이번이 세 번째 방문입니다. 20년 전에 주한태국대사의 초청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았지요. 그 당시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을 비교하면 아주 천지차이지요. 특히 서울은 도시계획이 정말 잘 돼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 국립박물관을 갔다 왔는데 다양한 불상들을 보며 한국의 깊은 불교 전통과 불교문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늘 타인에게 공손하다. 자신을 낮춤으로써 상대방이 존경받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타국의 문화를 대하는 태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심스럽지만, 신중하게, 그러나 늘 열린 자세로 한국의 불교문화를 대하고 있었다.

“젊은 시절 4개월간 출가 생활을 했어요. 태국의 단기출가 전통에 따른 것이지요. 평생 1번하는 경험이지만 정말 일생에 단 한 번 얻기도 힘든 소중한 자산들을 얻었습니다. 마음을 여는 방법을 배웠다고 할까요. 4개월간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을 거듭하며 자연히 일상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마음을 열고 타인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게 됐습니다.”

그가 얘기하는 소중한 경험들은 차라리 한 편의 법문과도 같았다. 행복과 불행, 성공과 실패 등 모든 상반된 개념들이 결국은 둘이 아님을 그는 몸으로 깨달았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그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늘 스스로를 정화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인간이 되길 서원했다고 했다.

“불교의 가르침은 자기만의 것이 아닙니다. 고통 받는 사람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지혜가 바로 불교의 근본 핵심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해야 합니다. 대승 불교권은 특히 이타행을 강조하고 있지요. 타인의 고통을 덜어주고 모두가 믿음을 가지고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세계에 평화와 행복은 자연히 깃들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것이 그가 WFB의 대표로서 세계의 모든 불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얘기였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 남의 아픔을 덜어주는 것. 그것이 그가 만들고 싶은 세상이었다.

<사진설명>WFB 세계본부는 10월 9일 경주 조선 호텔에서 11개국 대표단 9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우리는 늘 평화롭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요즘 현대인들은 늘 경쟁하려 하고 서로를 파괴하려는 마음을 품고 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지역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이겠지요. 각 국의 불자들이 모인 WFB가 그런 분쟁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앞으로 WFB가 부처님의 인과 관계에 대한 가르침을 널리 알려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기상이변에 대한 해법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사람과 자연의 화합까지 강조하고 있는 불교의 가르침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상이변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는 잘못된 탐욕 때문에 자연을 훼손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곧 인간에게 큰 피해로 돌아오고 있지요.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한 무분별한 개발이 원인입니다. 모두가 인과의 법칙을 무시했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WFB를 중심으로 자연을 생각하는 생활운동을 전개해 간다면 이런 무시무시한 재앙들도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고 생각하고 있다. 인류를 위해, 지구를 위해 불자들이 헌신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먼저 WFB 회원국들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지부를 늘려 조직을 확대하는 것에 많은 힘을 기울였어요. 그래야 WFB가 더 많은 곳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더 많은 활동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회원국들과 각 지부들이 먼저 WFB 내에서 많은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직도 많은 불교국가들이 서로 다른 전통으로 인해 문화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불기나 부처님오신날 등이 그런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그런 차이들도 서로가 접해보면 많은 의구심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계의 불자들을 위해, 포교를 위해 얼마나 더 일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숭고한 희생을 마다않겠다는 말을 끝내고 조용히 불국사 석가탑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금강석같은 굳은 믿음을 읽을 수 있었다.
 
경주=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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