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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암사 결사 정신

기자명 법보신문

비리-횡령 사건 연발 현실에
왜곡보도까지 당하니 ‘참담’
자정-대처 명확히 구분
승가정신 되살려야 ‘희망’

조계종 총무원이 10월 19일 문경 봉암사에서 ‘수행종풍 진작을 위한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 대법회’를 봉행한다고 합니다. 신정아 사건으로 빚어진 동국대 이사 퇴진과 각종 비리 의혹 등의 분쟁 사건이 터져 나오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인식의 대 전환’을 도모하고자 하는 법회이기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결사(結社)는 어떤 특정한 목적에 따라 인위적으로 결합한 것이기에 자연발생으로 구성되는 ‘공동체’개념보다는 한층 강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즉,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지만 뚜렷한 목적과 실천, 나아가 사회변화까지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뭉쳐 있지요.

불교에서 ‘결사’하면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정혜결사’가 떠오를 것입니다. 정혜결사는 부처님 법을 바로세우는 ‘정법결사(正法結社)’인 동시에 마음을 닦아야 한다는 ‘수심결사(修心結社)’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명리에 이끌린 형식불교를 지양하고 불법에 따른 출세간의 길을 걷자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고려시대 중엽의 불교근간을 이뤘던 ‘정혜결사’의 숭고한 뜻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며 불교가 흔들릴 때마다 선지식과 지도자는 다시금 되새기며 일어섰습니다. 그 한 예가 ‘봉암사 결사’입니다.

1947년 전 종정 성철 스님을 비롯한 청담, 자운, 보문, 우봉 스님도 흐트러져 있는 불교를 다시 세우고자 결사를 단행했는데 그 결사가 바로 ‘봉암사 결사’입니다. 봉암사에 모인 선사들은 보조 스님의 ‘정혜결사’ 정신에 입각해 다시 한 번 한국불교를 바로잡고 승풍을 진작하고자 했습니다. 승가공동체의 정신 회복, 화두참선과 포살법회 정례화, 대중원융살림 등의 구체적인 ‘규약’까지 마련하며 ‘봉암사 결사’는 출발했습니다.

조계종 총무원이 이번 60주년을 기념하는 봉암사 결사 기념 대법회도 ‘정혜결사’에 이은 ‘봉암사 결사’ 정신을 이으려는 ‘결사’의미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조계종은 최근 각종 사건으로 그 위상이 크게 실추돼 있는 게 사실입니다. 물론 왜곡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도 자리하고 있지만 좀 더 배율 높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승가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데 따른 폐단도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조계종으로서는 밖으로는 불교를 호도하는 언론과 맞서야 하며 안으로는 자정 노력에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를 두고 ‘그저 시간만 지나면 잠잠해 질 것’이라며 자정해야 할 사안조차도 방치하며 어물쩡 넘기려 한다면 이는 불법에 역행하는 처사입니다. 비리의혹은 철저하게 밝히고 자정해야 하며, 호도한 것은 단호하게 대처해 나가야 합니다.

이 역경을 해쳐나가는 데는 조계종 총무원의 역할이 클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사부대중의 의지요 자성일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봉암사 결사’ 정신은 이 시대가 아닌 지금, 이 순간 다시 한 번 뼈 속에 사무치게 되새겨야 합니다.

‘정혜결사’와 ‘봉암사 결사’를 관통하는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불법에 입각한 출가수행자의 본분사로 돌아가자’는 것입니다. 승가가 이에 합당한 실천을 보여준다면 재가불자 역시 자연스레 그 결사 대열에 합류할 것입니다. 조계종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비리 사건은 이 결사 정신을 잊고 살았던 데 기인합니다.

승가부터 본연의 자리를 찾아주기 바랍니다. 승가에서 조차 이번 법회를 ‘그저 여느 법회와 같은 기념법회’라 치부한다면 이는 우리 불교에 ‘슬픔’을 넘어 ‘절망’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채한기 부장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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