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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양양 오봉산 낙산사

기자명 법보신문

중생 아픔 있는 곳에 동해 해수관음의 자비가

<사진설명>양양지역 청소년들에게 무술을 지도하고 있는 낙산사의 스님〈사진 위〉, 양양읍에 문을 연 낙산사 무료급식소〈사진 아래〉 .

양양 낙산사(주지 정념)가 가렵다. 상처가 아문 뒤 새살이 돋아나면 가렵기 마련이듯, 2005년 4월 화마로 입은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복지-포교’라는 새살을 피워내고 있다.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오봉산 자락에 고즈넉이 자리한 천년고찰 낙산사, 관음보살의 자비를 1300여년이나 품어온 낙산사가 양양 지역 주민들을 위한 복지, 포교 서비스로 천년의 자비를 꽃피우고 있는 것이다.

2005년 10월 신흥사 복지원에서 낙산사복지재단 법인을 분리, 설립을 인가 받은 낙산사는 올 10월 19일 낙산실비노인전문요양원을 개원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에 들지 못한 저소득 중증 질환 노인들을 위한 공간을 조성한 것이다. 멀리는 낙산사 해수관세음보살상이 보이며 가깝게는 소나무 숲 등 수려한 경관은 요양원에는 더없이 훌륭한 환경이다. 여기에 2005년 문을 연 낙산전문요양원에서 그 실력을 검증받은 전문 인력들이 최상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치매나 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신음하는 전국의 노인들에게 최고의 복지 서비스를 선보이는 데 환상의 하모니를 이룰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낙산사는 지난 2월 12일 양양읍내 복지회관 2층에 무료급식소를 열었다. 매주 주말을 뺀 월, 화, 수, 목, 금요일은 꼬박꼬박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따끈따끈한 점심 한 끼를 공양한다. 가슴으로 행하는 자비는 입소문을 타 벌써 하루 평균 250여 명이 이곳을 찾는다. 또 무료급식소는 노인들이 또래 말벗들도 만나 담소를 나누는 등 양양군민들에게 사랑방 같은 존재로 각인되고 있다.

새 천년은 복지·포교 제일도량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나눔 실천도 낙산사가 실천하는 자비 복지의 특징. 양양군 독거노인 등 소외가정 200여 가구에 매월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외에도 집도 없이 홀로된 여성이나 미혼모로서 18세 미만의 자녀를 키우는 저소득 모자 가정을 위한 공간도 이미 마련한 상태다. 낙산모자원은 모자 가정에 생계비용의 절감과 자녀들의 상담 및 학습지도, 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안락한 보금자리이다. 사회의 냉대와 편견으로 인해 접수자가 미비한 실정이기는 하나 언제 찾아올지 모를 미혼모를 위해 문을 활짝 열어 두었다.

“공부방이든 뭐든 사찰 3000여 곳이 한 명 씩 새싹 포교에 나서야 합니다. 그러면 한 해 3000명의 불자 인재를 키우게 되고 10년 후엔 한 사찰에서 10명을 양성할 수 있겠지요. 10년이면 3만 명이 됩니다. 3만 명의 인프라라면 30만, 300만의 인적 인프라를 갖추게 되지 않겠습니까.”

양양 6개 초중고에 장학금

주지 정념 스님의 포교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 하루 늦어진 새싹 포교는 불교 미래를 10년 퇴보시킨다는 게 스님의 신념이다. 낙산사의 새싹 포교는 주지로 부임한 첫 해인 2005년부터 본격화 됐다. 양양지역 여중고, 남중고, 초등학교 등 6곳에 매월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지난 1년간의 새싹 불자를 위한 투자는 굵은 열매가 되어 돌아왔다. 장학금을 후원한 학교의 특별활동 시간에 요가반을 신설, 포교로 연결했다. 이른바 ‘몸짱’ 바람을 타고 40명이 정원인데도 정원의 두 배가 넘는 학생들이 지원해 절반을 탈락시켜야 하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무술에 특기가 있는 한 스님은 특별활동 무술반을 열고, 양양지역 청소년들에게 무술을 가르치며 그들의 심신을 단련시키고 있다. 이는 불교학생회 창립으로까지 이어졌다. 현재 스님 5명이 첫째 주와 셋째 주 특별활동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은 학생 200여 명의 참여를 이끌어 냈다. 낙산사는 이를 중심으로 파라미타청소년협회와 협의해 이른 시일 내에 강원 파라미타청소년협회도 창립할 계획이다.

낙산사는 이와 함께 새싹 불자들의 요람이 될 낙산유치원도 중창을 마치고 개원을 준비 중이다. 낙산유치원은 매년 85명의 정원을 채우고도 대기자가 줄을 설 만큼 지역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지만 시설은 열악했었다. 화장실 등 어린이들을 위한 기본적인 편의 시설마저 부족했다. 다양한 인성 교육 등 타 유치원과 차별화된 교육으로 열악한 환경을 극복했다. 올 11월이면 낙산유치원은 이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구족하게 된다.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복지 포교도 빼놓을 수 없는 낙산사의 소임. 낙산사가 운영 중인 공부방이 그것이다. 교사 자격증을 가진 비구니 스님 2명이 양양읍내 결손 가정과 저소득층 가정 아이들 40명에게 방과 후 교육을 하고 있다. 낙산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원어민 강사를 채용하고 한문, 스포츠 등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시행할 계획이다. 게다가 올 11월이면 200명의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부방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다. 아울러 내년 5월 완공을 목표로 무산오현문화센터 건립 계획에 착수한 낙산사는 이곳을 거점으로 청소년 공부방, 문화 강당, 잔디 운동장 등 시설을 확충하게 되면 모든 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포교 인드라망을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양양은 군민이 3만 명이 채 안 돼 세수가 적은 터라 복지 예산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낙산사의 거침없는 복지와 포교 행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게다가 화마를 겪은 후 복원 불사에 진력 중인 낙산사는 관람료를 폐지하고 점심 무료 국수 공양까지 하고 있다.

경상비 50%는 복지-포교에

낙산사는 1년 예산 중 경상비의 절반을 복지-포교 비용으로 책정한다. 1년에만 7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비용이다. 이는 투명하게 사찰을 운영하는 낙산사 대중 스님과 신도들의 대중 살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같은 낙산사의 복지-포교를 향한 실천은 신도와 주민들의 신임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낙산사를 중심으로 부부바라밀회, 관음회, 보현회 등 100명이 넘는 신행-봉사 단체가 결성되고, 의사와 공무원 중심의 불자회도 발족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복원 불사는 물론이고 양양 수해 지역에 제일 먼저 봉사단을 꾸려 복구 작업에 나서는 등 자비행도 으뜸이다.

“앞으로 도량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복지와 포교입니다. 사찰이 있는 해당 지역 주민들을 가장 따뜻하게 보살피고 공생하지 않으면 우리 불교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창건조 의상 대사는 쉼 없는 전쟁으로 고통 받고 있던 민초들을 자비의 손길로 구제하려 낙산사를 창건했다. 개산 이후 쉼없이 민초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왔던 낙산사, 기도 도량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면서 해동제일 복지, 포교도량으로서 새 천년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고 있다. 동해의 파도처럼 꼿꼿하다.
www.naksansa.or.kr, 033)672-2447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관음의 자비 실천하는 낙산사 Q&A

일체 재정-결산 공개살림 원칙
기독인도 “양양의 절실한 도량”

신라 문무왕 11년(671), 백제와 고구려가 잇따라 패망한 뒤 신라는 당나라와의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있었을 즈음이다. 비록 전쟁에서는 승리를 쟁취했던 신라였으나 힘없는 민초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을 것이다.

의상대사가 동해의 푸른 바다가 훤히 보이는 이곳에 관세음보살님의 자비와 구원을 심으려 했던 까닭은 무얼까.

끊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 부모를 잃고 삶의 터전을 잃은 민초들의 아픔을 관음의 자비로서 구원하려했을 터, 3대 관음성지로 손꼽히는 오늘날의 낙산사 홍련암 역시 1300여년 전 의상대사가 그러했던 것처럼 중생들을 보듬는 복지, 포교 도량으로 거듭나고 있다. 화마로 인해 도량 전체를 잃다 시피 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자비 도량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낙산사의 꿈을 들어보았다.

Q : 화마가 워낙 컸던지라 복원 불사에 대해서만 관심이 많은데, 낙산사의 복지, 포교 불사는.
A : 화마로 지역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양양군에 “절은 괜찮으니 마을 주민들부터 돌봐 달라”고 간절히 요청했다. 기도하고 싶어 하는 불자들이 찾아와 참배하고 정진만 하는 도량이 아니라 고통 받는 이웃과 늘 함께 하는 복지, 포교도량을 지향한다. 낙산노인전문요양원 등 시설을 보강하기도 했으나 내용이 중요하다. 화마 이후 제일 먼저 한 것은 청소년 포교로, 매월 양양지역의 초, 중, 고등학교 6곳에 장학금 300~400만원을 보시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낙산사가 각 학교에서 주관하는 요가반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도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200여 세대에는 매월 5만원을 후원하기도 하다. 항상 주민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가 낙산사의 고민이자, 화두이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 이웃 종교인들도 “낙산사는 양양에 절실한 도량”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Q : 복지와 포교는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재정 확보 방안은.
A : 사찰 전체 경상비를 100% 투입하려 하나, 현재는 50% 가량만을 집행하고 있다. 3대 관음성지라는 장점을 활용, 보다 많은 불자들이 낙산사와 홍련암에서 정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관음재일 철야기도 등 정진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전국의 불자들이 낙산사에 쉽게 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행사와 연계,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무료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불자들과 관광객들이 무의미하게 소비하는 차비 등을 보시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기와불사, 공양미, 초, 출판비 등 일체의 재정은 일일 보고를 통해 집계하고 집행 및 예결산은 공개살림을 원칙으로 한다. 재정 집행에 대한 신뢰는 보시하는 불자들과의 최소한의 약속이다.

Q : 10년 후 청사진은.
A : 늘 고민하는 대목이다. 이웃이 있어야 절도 있는 것이다. 낙산사는 양양군민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사격을 정비하고 복원하는 불사도 중요하지만 지금껏 실천해 온 노인 복지와 어린이·청소년 포교가 도량의 진정한 역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절을 찾는 그 누구에게든 차별 없이 보듬는 모습, 그것은 복지와 포교제일 도량을 꿈꾸는 낙산사의 앞날이다.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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