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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닥친 사람처럼 간절함이 사무칠 때 ‘툭’하고 터져 나온다

기자명 법보신문

서울 능인선원장 지 광 스님

먼저 머리 깎고 사는 스님으로서 불자들의 사표가 되고 길 안내자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아프게 해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캄캄한 밤일수록 등불의 힘이 더 크다고 했습니다. 몸과 마음을 다해서 어려울수록, 힘겨울 때일수록 더 열심히 정진하겠다는 확신을 드립니다.

『화엄경』 야마천궁게찬품(夜摩天宮偈讚品)을 보면 이 광활한 우주가 부처님의 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대하고 있는 허공도 부처님의 몸입니다. 부처님이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것이죠.

광활한 우주는 부처님 몸

그리고 우리 모두의 마음 가운데 똑같은 지혜와 덕성이 갖추어져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 광활한 우주가 부처님의 몸이라는데, 또 우리 마음 가운데 부처님이 계시다는데 왜 우리는 전혀 스스로가 부처임을 모른 채 살고 있을까요. 부처님의 거룩한 무소불위의 힘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어렵고 힘겹게 갈등 속을 헤엄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부처님의 위신력을 우리의 삶 속에 펼쳐 보일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타고난 인물들은 부처님의 위대한 힘을 자기의 것으로 하면서 살아오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매일의 삶을 살면서 문제가 생길 때 어떻게 대처하십니까? 어떤 사람들은 힘이 드니까 나중에 하자며 던져버리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골똘히 생각해서 노력한  끝에 실마리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통해서 문제의 해답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한 결 같이 건성으로 해선 되지 않습니다. 지성, 지극하게 정성스러운 마음이어야 합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하면 통하는 세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진언에 대해 연구를 하다 보면 ‘옴’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합니다. 옴에 대해 설명한 영문판 티베트 서적에 보면 옴이란 ‘무명을 딛고 솟아나오는 광명의 소리’라고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문자는 ‘아’라는 표현으로 시작합니다. 아야어여, 아베세데, 에이비시디, 심지어는 고통스러울 때 ‘아’라고 비명을 지르는데 그것은 고통이 낫는 소리라고 합니다. 병자가 시름을 많이 해야 병이 낫는다는 말과 같은 이치입니다. 소리가 곧바로 우주의 근본적인 체성을 반영한다고 합니다. 오도송에도 보면 감탄, 탄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곳에서 끊임없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노력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툭 터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런데 툭 터지는 곳까지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게 가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궁극적인 해결책에 도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학교 다닐 때 예습과 복습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예습을 한 학생은 선생님의 설명을 듣다 보면 아, 하는 순간에 깨달음을 얻는 것입니다. 그리고 복습을 하면서 확실하게 알게 됩니다. 그런데 예습을 하지 않고 설명을 듣다 보면 전혀 모릅니다. 법문을 들을 때도 평소에 정진하던 사람들은 아, 그렇구나. 이렇게 뭔가 얻어갈 수 있을 것이고 그냥 듣고 가시면 그것으로 끝이 납니다.

우리는 모두 때가 되면 이생을 떠나게 됩니다. 삼계육도 가운데 사람의 몸을 받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경전에 보면 10명 중에 9명은 악도로 돌아가신다고 합니다. 1명만이 인간으로 환생하거나 좋은 곳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지구의 환경은 점점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강남에 20년 전 포교당을 만들 때 보다 지금 불자들이 훨씬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마음이 커졌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모든 것이 편안해지니까 고통의 극복 의지가 적어집니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탈종교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공부가 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이 땅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다 떠나시겠습니까.

내 몸과 마음 가운데 있는 부처님이 무엇 때문에 우주에 가득한 부처님과 만나는 것이 차단된 것일까요. 그것은 업장이라는 굴레 때문입니다. 우리는 눈, 귀, 코, 입으로 된 3차원의 세계만이 전부인 줄 압니다. 먹고 마시고 즐기며 살다 보면 어느새 금방 죽음이 닥쳐오고 그때서야 삶이란 무엇인가를 고뇌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업장을 부셔버리기만 하면 부셔버린 정도에 따라서 영원과 만나게 됩니다. 이것을 불교에서는 해탈이라고 합니다. 해탈자의 삶은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벗어내고 바라밀행이 몸과 마음에 베이게 하는 것입니다.

지극히 정성스런 마음이 관건

많은 불자들이 육바라밀을 알지만 그 실천이 몸에 베인 분들은 몇 명 되지 않습니다. 바라밀이라는 단어는 보시행, 지계행, 인욕행, 정진행, 선정행, 지혜행을 하는 것입니다. 육바라밀에 담긴 하나하나의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교는 곧 실천입니다. 진리는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행동하는 가운데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불교는 실천적인 종교라고 강조했습니다. 화살을 맞은 사람이 그 화살을 쏜 사람은 누구인가. 화살의 재료는 무엇인가를 따지다 보면 죽습니다. 우선 화살을 뽑아내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화엄경』의 대의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일념을, 한 생각을 잘 다스릴 것인가 입니다. 누군가를 생각하면 나는 없어집니다. 부처님을 생각하면 부처님이 되는 것입니다. 『화엄경』에 보면 육념심도 나옵니다. 염불, 염법, 염승, 염계, 염시, 염천입니다.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고 부르는 것이 염불입니다. 염법은 부처님의 진리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염승은 항상 사부대중을 위하는 것이고, 염계는 항상 계행을 잘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염시는 항상 남에게 베풀어주는 것, 그 다음에 염천은 항상 하늘 무서운 줄 알라는 말입니다. 육념심이 될 때 여러분은 부처님이 되시는 것입니다.

육념심, 육바라밀을 계속 생각해 나가면서 업장 덩어리인 육신을 완전히 해탈해 버리면 내 마음도 허공이 될 수 있습니다. 허공은 부처님의 몸이니까 부처님의 경지와 내가 만나는 것입니다. 이것을 완벽하게 실천하신 분이 부처님이시고, 위대한 도인들은 견성이라고 해서 근처에 가셨습니다. 선지식들은 처마 밑에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하나를 듣고 깨달음을 얻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다 보면 우주의 묘음과 하나가 되어 버리는 순간이 열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아무에게나 적용되지 않습니다. 정말 간절한 마음 가운데서 간절하게 문제를 풀려고 할 때 터져 버린다는 말입니다. 아, 하는 순간에 문제의 실마리를 잡아버립니다.

요즘 스티브 잡스라는 분이 유명합니다. 이 분은 미국 돈의 70%가 움직인다는 실리콘벨리 입구에 있는 애플컴퓨터의 대표입니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는 죽음을 본 사람입니다.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한 농부 집에 입양되어서 고생 끝에 애플컴퓨터를 창시했지만 주주들에 의해 쫓겨나 히피처럼 살았습니다. 절망에서 아이디어를 얻고는 애니메이션의 툴을 개발해서 돈을 벌어 애플컴퓨터를 되찾았는데 병원에 가보니 암입니다. 하지만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인 하루를 살아갑니다. 매일 매일이 최후의 하루라고 여기고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육념심 이룰 때 누구나 성불

여러분께서는 고압선을 아실 겁니다. 고압선은 피복이 감고 있습니다. 그 피복만 벗기면 그 안에는 수만 볼트의 어마어마한 전기에너지가 흐릅니다. 육바라밀 수행을 통해 업장이라는 껍데기를 벗겨내면 고압전류가 흐르는 고압선처럼 엄청난 힘이 흐르는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불교가 힘이 없다, 나라가 힘이 없다고 탓하기 전에 여러분 개개인이 부처님을 모시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를 고민해 봐야 합니다.

내 마음 속의 부처님과 영원의 부처님이 만나는 길, 그 길은 헌신입니다. 육바라밀이자 육념심입니다. 가족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하루하루가 마지막 날처럼 살아갈 때 부처님께서 함께 하시고 내 마음의 부처와 영원의 부처가 만나게 됩니다. 그것이 부처님의 뜻을 이 땅에서 실천하는 결정적인 비결입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부산광역시불교신도회(회장 공병수)가 10월 18일 부산불교신도회관에서 주최한 ‘도심 포교 성공 신화 릴레이 초청대법회’ 세 번째 법석에서 서울 능인선원 원장 지광 스님이 ‘강남 포교의 일번지 포교를 말하다’를 주제로 법문한 내용을 요약 게재한 것이다.

지광 스님은

지광 스님은 한국일보, Korea times 기자로 활동하다 1980년 반정부, 민주화 운동으로 강제 해직된 후 입산 출가했다. 지리산, 덕유산 등의 선방과 토굴에서 수행한 스님은 1984년 서울 서초동에 능인선원을 개원, 현재 25만 신도수의 강남 대표 포교도량을 일구었다. 1988년 사회복지법인 능인종합사회복지관을 설립한 스님은 재단법인 능인불교선양원과 학교법인 한국불교대학원을 설립해 해외포교, 인재불사, 불교복지를 실천하고 있다. 현재 ‘우리쌀을 사랑하는 온 국민들의 모임’을 이끌며 천년고찰 북한산 국녕사 복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스님은 2005년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으로부터 율맥을 전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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