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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빨리『범망경』

기자명 법보신문

초기경전‘디가니까야’에 수록된 계율서
출·재가 떠나 올바른 수행 위한 나침반

계를 주제로 한 몇몇 경전 가운데, 특히『범망경(梵網經)』은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불교국가에 큰 영향을 준 경으로 꼽힌다. 이 경은 화엄경에 근거한 보살계위와 대승계에 관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승계를 설한 후반 부분은 특히 대승교도들의 실천항목을 담은 것으로서 우리나라의 불교도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다. 이 경은 인도 제작으로 구마라집(鳩摩羅什)이라는 스님에 의한 번역이라고 여겨져 왔지만, 근년의 연구에 의하면 5세기경에 중국에서 성립한 위경(僞經)인 듯하다.

그런데『범망경』이라는 동일한 이름의 경이 초기경전 가운데도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는『범망경』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대승『범망경』을 떠올리지만, 빨리어로 된 초기경전, 즉 니까야(nikAya) 속에『범망경』이라는 이름의 경이 있으며, 이 역시 계를 주제로 한다. 니까야는 삼장(三藏)의 하나인 경장(經藏, Sutta-piTaka)의 분류방법으로, 경장은 5부 니까야, 즉 디가니까야(DIgha-nikAya, 장부), 맛지마니까야(Majjhima-nikAya, 중부), 상윳따니까야(SaMyutta-nikAya, 상응부), 앙굿따라니까야(AGguttara-nikAya, 증지부), 쿳다까니까야(Khuddaka-nikAya, 소부)의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디가니까야는 주로 긴 내용의 경전을 모아놓은 부분으로 3편 34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3편이란 계온편(戒蘊篇), 대편(大篇), 빠띠까편(PAthika篇)을 말한다. 그 이름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계온편이란 계에 관련된 경전들을 모아 놓은 부분으로 전부 13경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경들 가운데 첫 번째로『범망경(BrahmajAla-sutta)』이 등장한다.

이 경은 계, 즉 올바른 생활습관을 설하는 부분과, 바라문교를 비롯한 당시의 사상계에서 주장되고 있던 아(我) 및 세계에 관한 철학적 62종의 견해(62견)를 소개하고 비판해가는 부분의 둘로 나뉜다. 이 가운데 계를 설하는 부분의 내용은 소계(小戒, cUla-sIla), 중계(中戒, majjhima-sIla), 대계(大戒, mahA-sIla)의 셋으로 나뉘는데, 소계에서는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지 않는 것, 도둑질하지 않는 것, 이성과 음란한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의 세 가지 청정한 신업(身業)과,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이간질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 난폭한 말을 하지 않는 것, 쓸데없는 경박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의 네 가지 청정한 어업(語業), 그리고 마지막 여덟 번째로 청정한 생활방법의 실천이 설해진다. 청정한 생활방법에는 종자류나 초목류를 해치지 않을 것, 하루 한번 식사하고 야식을 피하며, 춤이나 음악과 같은 오락을 보지 말며, 장식물을 멀리하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로부터 벗어날 것, 그리고 뇌물이나 사기, 약탈, 폭행과 같은 잘못된 행동을 멀리할 것을 가르친다.

소계는 수행의 초기단계에서 반드시 정화되어야 할 항목들로 수행의 첫 걸음의 위치에 해당하기 때문에 초범행계(初梵行戒, AdibrahmacAriyaka)라고도 하며, 혹은 청정한 생활이 여덟 번째에 위치하기 때문에 활명제팔(活命第八)이라고도 한다.

중계는, 소계 가운데 여덟 번째인 청정한 생활을 한층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예를 들면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들의 종류나, 탐닉해서는 안 될 오락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한편, 대계에는 출가자가 피해야 할 사악한 직업과 유희 등이 망라되어 있는데, 주로 당시 인도에서 행해지고 있던 여러 가지 주술이나 유희 등이 그 내용을 이룬다.

이 세 가지 계는 주로 출가자를 대상으로 한 가르침이지만, 오계나 팔재계와 같이 재가자와 관련된 것도 담고 있는 등 출·재가를 막론하고 올바른 불도수행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계의 정신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실천하기 위해 반드시 한번 읽어볼 만한 경전이다.
 
도쿄대 외국인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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