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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현대인 정신질환 감소 예방책”

기자명 법보신문
  • 선정
  • 입력 2007.11.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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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일산 한방병원
구 병 수 교수

매일 법문 듣고 1시간 좌선…“질병이 화두”
“말과 행동으로 남에 고통주지 않는 게 수행”

“간화선 지도자가 된다는 생각은 없었고, 다만 경험 상 선(禪) 수행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동국대 한의대 일산한방병원 구병수(효암·46) 교수. 구 교수는 조계종이 시행한 간화선입문프로그램 지도인력 양성과정에 참여 이유를 간화선이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 교수의 전공과목은 한방신경정신과. 따라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하루에도 수 없이 만나게 된다.

구 교수가 간화선 수행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은 것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다. 대학 시절부터 시작한 간화선 수행이 힘들고 어려울 때면 늘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으나 마땅한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중 조계종에서 간화선입문프로그램 지도인력 양성과정을 개설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기회를 만들어 보려했으나 이도 여의치 않았다. 그때 다른 스님의 병 문안 차 병원을 찾은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혜국 스님을 만났다.

혜국 스님을 만난 인연으로 1주일 동안 진행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그곳에서 간화선 수행에 대한 이론과 실참을 배우며 나름대로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와 병원으로 돌아와서 전보다 더 열심히 수행하고 환자들을 맞았다.

구 교수는 “지금 생각하면 간화선 수행을 하지 않았으면 어찌 살았을까 싶다”고 한다. 공부할 때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교수가 되어 병원에 재직하는 동안 학교 일과 환자 치료를 병행하면서 받는 온갖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었던 것이 간화선 수행 덕분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구 교수는 연구실에 있을 때면 가부좌를 하고 앉아 ‘이뭣고’ 화두를 든다. 화두를 들어 참구하고 나면 환자를 치료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일의 능률도 몇 배나 효과적이다. 그래서 일부 환자들에게는 간화선을 권하기도 한다. “실제 불면증 환자라든가 상상과 잡념이 많은 분 등 몇몇 경우에는 간화선을 권하는데, 수행을 열심히 한 분들은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병증이 사라진다”는 게 구 교수의 설명이다.

때문에 구 교수는 일반인들이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간화선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간편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대학 시절부터 선 수행을 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했듯이 현대인들이 겪는 수많은 정신적 질병도 간화선 보급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믿는 구 교수는 “선 수행을 통해 특별한 것을 얻으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꼭 칼이 아니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을 통해 남에게 해를 가하고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주는 것만 하지 않아도 큰 수행이 아니냐”는 게 간화선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깨달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수행을 할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신의 삶을 바꾸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만 가져도 선 수행의 큰 이익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구 교수는 매일 저녁 연구실에서 불서를 읽고 스님들의 법문 테이프를 들은 후 1시간 여 화두를 든다. 그리고 수행하는 틈틈이 ‘한의학과 불교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를 하며 자료를 모으고 있다. “현대인들은 정신적인 병을 많이 앓고 있는데, 불교와 간화선 수행이 이러한 정신질환을 예방하는 예방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구 교수가 한의학과 불교의 상관성을 연구하는 이유다.

어려서는 부산 범어사를 놀이터로 여기고 동자승을 동무 삼아 지냈고, 지금은 종립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불자로 살아온 그에게는 “그동안 부처님 밥 먹고살았으니까 그래도 뭔가 밥값은 해야한다”는 부채감도 있다. 일찍부터 간화선 수행을 해 온 어머님의 인도로 수행의 문턱에 들어서서 수행을 통해 삶을 올곧게 가꿔온 구 교수는 지금도 환자를 스승으로 삼고 질병을 화두 삼아 생활 속에서의 선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일산=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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