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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도량 탐방]19 육군 6포병여단 호국 범음사

기자명 법보신문

매주 200여 장병, 어머니 마음으로 보듬다

<사진설명>호국 범음사의 호택 스님은 12년째 연천 지역의 군포교를 전담하고 있다. 스님은 민간인 성직자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장병들을 보듬어 줌으로써 ‘민간인 군포교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남과 북을 둘로 가른 철책에 가까워질수록 날씨가 유난히 춥게만 느껴진다. 공기가 깨끗하기 때문일까. 늦가을 전방의 아침 바람은 이미 매서운 칼날을 품었다.

11월 11일 오전 9시 30분. 아직도 법회 시간은 1시간이나 남았는데 경기도 연천의 육군 6포병여단 인근에 자리 잡은 호국 범음사 마당에는 이미 장병들로 가득 찼다. 더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싶은데도 여기저기서 모여든 장병들은 끊임없이 꾸역꾸역 몰려든다. 법회 시작 시간을 넘기고 나서도 버스와 트럭을 타고 인근부대에서 몰려든 장병들의 행렬은 좀처럼 끊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법당의 자갈마당은 이미 오래전에 포화상태다. 그 추운 칼바람 속에 1시간이상 마당에 서있었는데도 장병들은 추워하는 기색 하나 없다.

11월 11일, 바깥세상에서는 ‘빼빼로 데이’니 ‘가래떡 데이’니 하며 시끌벅적했을 이날은 호국 범음사가 건립된 지 12년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범음사에서는 이날 ‘낙성 12주년 기원대법회 및 수계식’이 열렸다. 법회 준비로 동분서주한 한 간부불자에게 질문했다.

“몇 명이나 왔어요?”
“글쎄요. 본래 예상인원은 500명이었어요. 그런데 이미 500명은 훨씬 넘은 것 같은데요. 이상하네. 이렇게 많이 오라고 하지는 않았는데….”

그리 크지 않은 법당 안에도 이미 민간 신도들로 포화 상태. 법당 안팎이 모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방 군법당 중에서도 최고라고 손꼽히는 호국 범음사의 명성이 허언이 아님을 절감하는 순간이다.

호국 범음사에는 군법사가 없다. 대신 ‘호택’이라는 법명을 가진 키 작은 비구니 스님이 상주하면서 군포교를 하고 있다. 현재 군종교구 내에는 군법당의 수에 비해 군법사가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 군법사들이 가지 못하는 지역의 군법당에서는 민간인 성직자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보안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군대의 특성상 민간인 성직자들은 군포교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게 마련이다.

11일 12주년 수계법회에 500명

그럼에도 호택 스님이 머무르고 있는 호국 범음사는 ‘군포교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비결이 무얼까.

“스님이 힘이 넘치세요. 군포교를 오래 해서인지 병사들에 대해 아주 잘 아세요. 우리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만큼 잘 헤아려 주고,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계시죠. 장병들이 문제가 생길 때면 스님이 큰 의지가 됩니다. 또 스님께서 하시는 법회에 참석하고 나면 기운이 절로 나구요. 매주 범음사를 찾고 있는데 스님 덕분에 군생활을 재밌게 할 수 있었습니다.”(838포대 이상천 병장)

<사진설명>육군 6포병여단은 연천 지역의 군포교와 부대의 정신전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온 호택 스님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비구니 스님이라서 그런지 참 세심하세요. 평소에 뵈면 성격이 참 괄괄하신데, 스님의 일상을 살펴보면 굉장히 세심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의 장병들 하나하나를 다 챙겨줄 정도니까요. 그렇다보니 장병들도 부대 내에서 못 느끼는 따뜻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민간인이다 보니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 되는 것 같아요.”(김용훈 상사)

온통 칭찬 일색이다. 공통된 의견은 병사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준다는 것. 민간인 성직자인 스님이 이토록 병사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는 것은 20년이 넘은 ‘짬밥’ 덕택이다. 또 스님은 이 지역에서만 12년째 군포교에 매진하고 있다. 그만큼 ‘군’이라는 조직에 대해 잘 알고 병사들의 심리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스님의 활동은 군법사들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 범음사를 비롯한 6개 예하 부대 대대법당 법회를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각 부대의 전술훈련 때는 푼돈을 모아 위문품을 마련해 훈련지를 직접 찾아간다. 각 부대의 인격지도와 장병들의 고민 상담, 전입신병 상담 등도 스님의 몫이다.

이날 법회를 찾은 6포병여단장 임상수 준장은 “예전 전술훈련 당시 햄버거와 콜라를 차에 실고 그 먼 강원도 원주, 횡성의 골짜기까지 찾아와 장병들의 노고를 달래주던 스님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부대의 지휘관으로서 장병들의 의지처가 돼준 스님에게 마음을 다해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임 준장은 이어 “스님은 군법사의 역할을 200% 해내고 있다”며 “늘 장병들을 위해 24시간을 희생하는 스님이 있기에 6포병여단 지역의 불교는 살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스님의 원력에 각 부대들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는 스님이 각 부대의 정신전력 강화를 위한 종교의 역할을 100% 수행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자연히 법회에 참석하는 장병들의 수도 늘어가고 있다.

비구니 스님 세심함이 강점

12년 전 호국 범음사의 첫 법회 당시 참석인원은 7명이었다. 그러나 현재 매주 일요법회에 참석하고 있는 인원은 평균 150~200여 명. 정기적으로 열리는 수계법회때가 되면 참석인원은 600명으로 늘어난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에는 1000명 이상이 호국 범음사로 몰려든다.

이날 수계법회의 증명법사로 참석한 군종특별교구장 일면 스님은 “법문 하러 왔다 법문을 배우고 간다”며 “12년간 부처님의 법을 전하겠다는 원력을 실천으로 옮기는 스님과 같은 분들이 있기에 군불교의 앞날이 밝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범음사의 군포교 현장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호택 스님은 “민간인 성직자는 군의 일원인 군법사와 분명히 다르다”며 “민간인 성직자는 무조건 하심해야 한다. 군포교를 위한 순수한 원력으로 자신을 희생할 때 ‘말로만 군포교’가 아닌 ‘진정한 군포교’가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천=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군법사의 3배…군부대 지원 거의 없어
군포교 민간인 성직자 현황과 과제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산하의 군법당은 약 400여 개소로 파악된다. 현재 140여 명의 군법사가 전국의 군법당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군법당 수에 비해 군법사의 인원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특히 험준한 산악지형으로 이뤄진 강원도 동부 전선의 경우 법당에서 법당으로 이동하는 데만 1~2시간이상이 소요되다 보니 1개 사단 내 8~12씩 되는 예하 대대법당 중에는 군법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

이렇게 군법사가 관리하지 못하는 군법당의 경우 민간인 성직자들이 군포교에 나서고 있다. 전국에서 군포교에 나서고 있는 민간인 성직자는 약 353명. 주로 스님들이나 포교사단, 교법사단, 일부 뜻있는 재가 불자들이 민간인 성직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 중 대다수가 육군에 편중돼 있고 해군과 공군의 경우 약 7명과 4명에 불과하다. 육군 병력이 많은 만큼 육군에는 군법당도 많다.

그러나 육군 내에서도 민간인 성직자들은 3군 사령부 지역인 중부 전선에 많이 편중돼 있다. 민간인 성직자 226명이 3군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면, 강원도 지역인 1군에는 22명, 후방인 2군에서는 58명이 활동하고 있다.

민간인 성직자들은 주로 일요 법회나 수요 법회 등 각 법당의 법회만을 관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민간인 성직자의 경우 군법사와 달리 외부의 지원이나 군부대의 지원을 받아 활동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철저히 개인 원력으로 군포교를 위해 희생하는 경우가 많다. 또 민간인 성직자는 특정 소속 없이 활동하다보니 간혹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사병을 자신의 부하인양 함부로 대하고 막말을 일삼는다거나 행사를 위해 부대에 과정을 통한 협조 요청이나 양해 없이 장병들을 동원해 부대 운영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발품-기도품 팔아 포교해요”
호국 범음사 주지 호 택 스님

“군포교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게 연대급 법당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하면 일단 선입견을 가지고 대합니다. 연대급 법당이 크면 얼마나 클 것이며, 그런 작은 곳에서 활동하면 얼마나 잘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죠. 하지만 직접 범음사를 왔다 가면 다들 깜짝 놀랍니다. 정말 신심난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예요.

경기도 연천 6포병여단 곁에 터를 잡고 호국 범음사를 손수 지은지 12년째. 호택 스님〈사진〉은 그곳에서만 12년째 군포교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하지만 스님이 처음 군포교를 시작한 것은 올해 21년째다. 스님은 21년 전 육군 30사단의 학생법회를 맡게 되면서 군포교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나는 부처님 법이 너무 좋아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부처님 법을 알려주고 싶었지요. 그런데 군법당이라는 곳에 와보니 타종교에 비해 군포교가 심각하게 뒤쳐져 있더군요. 그래서 더 많은 군부대에 부처님 법을 전하고자 군포교를 시작하게 됐지요.”

스님은 “이웃종교 신자인 지휘관이 부임할 때 가장 힘들다”며 “종교가 다르다보니 항상 지휘관 부임 초기에는 마찰도 심하고 좋은 마음으로 훈련지에 위문을 갔다가도 한 겨울 얼음장보다 더 냉랭한 반응에 마음에 상처도 많이 입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민간인 성직자로서 도반 스님들이나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스님은 “군포교에 나선지 20년이 넘도록 외부의 큰 도움 없이 발품, 기도품 팔아가며 병사들에게 초코파이 하나라도 더 주려고 노력해왔다”며 “군포교를 위해 손을 맞잡아 주는 분들이 있지만 불교계 전체가 군포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모두 같이 나서지 않는 한 언제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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