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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편

기자명 법보신문

상대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 판단일 뿐
마음을 비워내면 본모습을 보게 될 것

기본적인 생활 외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남편의 삶이 저를 못 견디게 합니다. 남편이 그냥 침대에 누워 있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신문이나 주식시세를 보고 있으면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남편이 친구가 너무 많아 밖으로 돌면서 늦게 들어오고, 바람피운다고 힘들다는데 이 분은 남편이 집에만 있고 친구도 안 사귀어 고민이라고 합니다. 네 맞습니다. 이렇게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고 차이가 있습니다. 자연도 한번 보세요. 꽃을 보면 꽃도 종류가 다르고 색깔이 다르고 모양과 크기가 다 달라요. 어떤 꽃은 잎이 피고 꽃이 나중에 피는 것이 있고 다른 꽃은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중에 핍니다. 꽃 색깔도 흰색, 붉은색, 노란색, 보라색으로 다양하고 크기도 큰 해바라기부터 작은 채송화까지 다양합니다. 꽃 하나도 이렇게 다 달라요. ‘어떤 게 더 좋고 나쁜 꽃이다’고 말할 수 없어요. 그냥 종자대로 피고 지는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취미나 가치관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혼자 있으면 외로워서 못 살겠다 하고, 반대로 어떤 사람은 남과는 어울려 못 산다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육체노동은 죽어도 못 하겠다 하고, 어떤 사람은 책상에 앉아서 하는 일을 못 한다고 합니다.

지금의 남편도 모습은 내가 원하는 남편의 모습이 아닐 뿐이지 남편 자체가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이 때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내가 원하는 남편이 아니면 ‘안녕히 계세요’하고 헤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대로 하면 반드시 과보가 따릅니다. 이혼녀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 재산상의 문제, 자식문제,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에 따른 과보도 있습니다.

그 과보를 받지 않으려면 내 원하는 대로 하려고 하지 마세요. 쥐가 배가 고파 쥐약을 먹고 싶지만 쥐약인 줄 알면 안 먹는 것처럼 그 과보를 받기 싫으면 욕심을 내려놓아야지요. 이 세상만사는 원하는 대로 다 될 수가 없는 거예요.

만약 누군가가 스님도 되고 싶고 여자를 만나 연애도 하고 싶다면 욕심입니다.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해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나머지 다른 하나를 버리는 것입니다. 어떻게 원하는 대로 둘 다를 가질 수 있습니까. 여러분도 수많은 남자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해서 결혼을 했잖아요. 한 남자를 선택할 때는 다른 남자를 포기하는 거예요. 그처럼 인생은 늘 선택입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인생살이입니다.

남편 좋은 대로 살게 그냥 놔두세요. 이미 50년을 그렇게 살아왔으니 지금 고치려고 해도 안 고쳐집니다. 나도 내 마음대로 살고 싶은데 남편도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싶지 않겠어요. 바람피우는 것도 아니고 돈을 탕진하는 것도 아니고 별로 괴로울 일은 아니잖아요.

그냥 남편이 집에 가만히 있는 걸 내가 못 봐내는 것뿐이에요. 남편에 집착하지 말고 내 공부를 하다 보면 우리 남편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아내와 자식에게만 삶의 의미를 가지려는 남편이 얼마나 가정적입니까? 아마 이런 남편을 부러워하는 사람 많을 거예요. 차라리 밖에 나가서 친구를 만나든지 술을 먹든지 늦게 들어오든지 좀 돌아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 내 문제입니다.

여름이 되면 더워 못 살겠다고 하고, 겨울이 되면 추워 못 살겠다고 고함지르는 것과 같은 거예요. 여름에는 좀 더워야 수영도 하고, 겨울에는 좀 추워야 스키를 타고 그러잖아요. 겨울이 있다가 봄이 오니까 봄이 좋은 것입니다. 그냥 ‘남편은 그런 사람이구나’ 생각하시고 내 인생을 더 중요시 하세요. 남편을 좋게 생각하는 마음을 내면 우선 내가 건강해지고 마음이 가벼워지고 남편도 좋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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