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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 정견의 성취

기자명 법보신문

화두 순일하면 이기심 사라지고

화두 순일하면 이기심 사라지고

항상 진실해 행복이 절로 나온다

찬바람이 길을 잃고 문풍지에서 울다가 온통 숲을 뒤흔들고 있다. 바다에는 거센 파도가 끝없이 달려오고 갈대밭에는 먼 비행을 마친 철새들이 한가롭게 자맥질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이 귀했던 시절, 조그만 암자에서 보낸 치열했던 동안거가 그리워진다. 탁발로써 한철 먹을 식량을 마련하고 손수 김장과 땔감을 장만하였던 기억이 새롭다. 춥고 눈이 많은 깊은 산골이라서 인적이 끊어지고 눈 속에 갇히면 내려오는 산짐승들이 유일한 도반이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좌선으로 하루를 보냈는데 한창 때라서 항상 배가 고팠지만 먹을 것이 없었다. 그래도 부족한 것은 정진뿐이라서 화두를 놓치게 되면 끝없이 절망해야 했던 때가 엊그제 같다. 돌이켜 보면 그때 얻은 정진의 힘이 평생 수행의 밑거름이 된 것 같다. 참으로 춥고 배가 고파야 도를 닦는 마음이 사무친다는 선지식의 말씀이 지금

도 큰 경책으로 다가오고 있다.
임제 스님은 참되고 바른 견해를 요구하고 있다. “모든 법이 공상임을 볼 뿐 실체가 전혀 없으며 오직 눈앞에서 법을 듣는 의지함이 없는 도인이 있으니 이것이 모든 부처의 어머니다”라고 했다. 지금 눈앞에서 분명하게 작용하여 여섯 가지 문으로 출입하는 의지함이 없는 참사람은 언제나 변함없는 진실이다. 이것이야 말로 바르고 참된 견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확실한 믿음을 성취하면 더 이상 밖으로 구하는 마음을 쉬고 일상사 그대로를 해탈경계로 수용하게 되어 경계를 따라서 굴러도 흐르는 곳마다 그윽하여 물듦이 없다.

화엄경 여래 출현품에서는 “부처님께서 깨닫고 보니 일체중생이 나와 같은 원만한 지혜덕상을 조금도 차별 없이 갖추고 있다”라고 했다. 다만 깨달은 사람은 이와 같은 분명한 사실을 항상 쓰고 있지만 범부는 다시 성스러운 견해를 구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확실하게 증득하지 못하면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있을 뿐 아무런 힘이 없기 때문에 정견을 갖추면 비로소 화두가 무엇인지 체득을 하여 들려고 힘을 쓰지 않아도 스스로 들게 된다. 그러므로 분명하게 정견이 서야 화두를 드는 것이 쉬워서 일체 업력이 녹아지는데 정견을 갖추지 못하면 의단이 솟구치지 않아서 화두 공부가 순일하게 되지를 않는다.

화두가 순일하면 이기심이 사라지고 자비심이 나오게 되어 서있는 곳마다 항상 진실하여 행복이 우러나오게 된다. 화두는 닦거나 수행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따로 증득을 요구하지도 않는 자리를 바로 가리키는 조사의 말이다. 이 자리는 본래 완전한 부처로써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어서 성인과 조금도 더하거나 모자람이 없다. 때로는 보현행원으로 때로는 관세음보살의 대자비로 현현하여 일체 중생의 근기에 따라서 응하고 모든 사람들의 행복의 근간이 되기도 하지만 가고 오는 모양이 보이지 않으니 또한 생사를 찾을 수가 없다.
철새들이 바다를 건너 차가운 하늘을 날아간다.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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