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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수행할 땐 묵언하지 마라

기자명 법보신문

오랫동안 눕지 않고 앉아서 수행(장좌불와)하거나, 말하지 않는 수행(묵언)을 하는 스님들에 대해 흔히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일반인이 하기 힘든 수행을 하기에 존경과 찬사를 보내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다. 여러 수행 가운데에서 묵언은 쉽지 않은 수행으로 통한다.

몇 년, 혹은 십년을 넘게 묵언 정진하시는 스님들이 도처에 있는 것을 보면, 한국 불교에서 묵언은 중요한 수행방법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여럿이 함께 수행할 때 묵언을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어느 때 비구의 한 무리들이 묵언을 하며 안거를 보내기로 결정하였는데 부처님께서는 이를 꾸짖으신 일이 있다. 부처님께서 이들의 묵언을 허락하지 않으신 까닭은 안거 중에 묵언을 하게 되면 포살설계에 참여하여 참회하거나 갈마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포살과 갈마는 비구의 권리와 의무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하며, 직접 참석할 수 없을 때에는 위임을 해 주어서라도 해야 하는 중요한 것이다. 혹 대중 갈마 때 침묵으로 허락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안거 때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하게 되므로 반드시 말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일부러 묵언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승가의 법은 화합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대중 속에 살면서 개인의 취향에 의한 수행이나, 소규모로 따로 떨어져 사는(別住) 스님들끼리 부처님이 가르치지 않은 수행을 닦는 것에 대해서는 엄격히 규제하셨다. 그렇다고 부처님께서 묵언을 완전히 인정하지 않으신 것은 아니었다.

부처님께서는 스님들이 모여 있을 때 두 가지 할 일이 있다고 하셨다. 하나는 법에 대한 것을 논의하는 일이요, 다른 하나는 침묵을 지키는 일이라고 하셨다. 이때의 침묵은 억지로 몇 달, 몇 년의 기한을 두고 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 대해 논하지 않을 때는 잡담하지 말고 침묵을 지키라는 뜻이다.

역설적으로 진정한 묵언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는 고요히 지내다가 정작 말을 해야 할 자리에 사자후를 토해내는 것이다. 유마거사의 침묵을 두고 우레 소리와 같은 침묵(默如雷)을 하였다고 하는데 침묵이 필요할 때 침묵하였기 때문이다. 말을 해야 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가릴 줄 아는 것이 불자의 묵언법이다.

송광율원 교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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