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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 최계순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수행에 소홀한 남편…여러 고난 닥쳐
‘마하반야∼’염불·3천배로 원망 소멸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이 원자력 관련 연구소로 취직하게 됐다. 남들은 부러워하는 ‘꿈의 직장’이었지만 남편은 일상에 쫓기며 수행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수행에 소홀해지면서 기다렸다는 듯 많은 어려움과 난관들이 우리 부부에게 찾아왔다.

1986년경부터 본격적인 고난이 밀어 닥쳤다. 친구의 사업을 돕겠다며 남편이 상경을 결심한 것이다. 친구의 회사는 당시 정권을 등에 업고 전도가 유망할 것만 같았다. 대한민국의 모두가 아시안게임으로 들뜬 축제 분위기에 취해 있을 때, 우리에게는 고난이 시작됐다. 남편이 상경한지 한 달 만에 그 회사가 부도가 난 것이다. 여러 악재가 겹쳤고, 결국 남편이 회사의 모든 빚을 떠안게 되면서 빚잔치에 시달려야 했다.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불광의 도반들이 내 소식을 듣고 연락을 해왔지만 내 처지를 비관하느라 도반들에게 다가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난 내 어려움을 혼자 짊어지고 가려 했던 것이다. 지척에 불광 포교원이 있었지만 찾지 않았다. 그렇게 몇 달이나 흘렀을까. 어려운 시기에 태어난 셋째를 데리고 우연히 눈에 들어온 법당에 무작정 들어갔다.

우선 부처님 전에 삼배를 올리고 밑도 끝도 없이 ‘마하반야바라밀’ 염송을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입가에서 맴돌던 염불이 서서히 커지면서 가슴 속에 맺혀있던 응어리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데일 듯이 뜨거운 눈물이 볼 위를 헤집고 끝없이 흘러내렸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염불을 끝내자 어느덧 마음 속 응어리들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그 뒤로는 시간이 날 때마다 법당을 찾아 치열하게 염불 수행에 매달렸다. 지치고 힘들어 쓰러지고 싶을 때마다 결혼식에서 광덕 스님이 전해준 그 말을 떠올리며 수행하는 자세로 견디고 일어서리라 생각했다. 그 어려운 시기에 둘째가 불편한 몸을 안고 태어났다. 그 다음해에는 생각지도 않은 셋째도 세상에 나왔다.

“나만 왜 이래. 나만 왜 이렇게 되는거야”하는 원망의 마음이 가득했다. 그 때마다 광덕 스님은 “자신 앞에 주어진 삶은 자신을 키우는 최고의 스승”이라며 모든 문제는 처한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있다고 일심으로 정진하라고 독려해주었다.

때로는 원망스러운 마음에 죽기 살기로 3000배를 하기도 했다. 하루에 두 번씩 ‘뿔뚝절’로 3000배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러고 나면 일주일씩 몸져누워서 지내야만 했다. 그래도 그러고 나면 마음이 많이 편해지니 자꾸만 몸을 내던지게 됐다.

일심으로 수행에 정진하던 어느 날이었다. 수행을 마치고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손을 흔들며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내 전생에 지은 업장이나 내 조상들이 나를 통해 모든 업장을 소멸한 것 같았다. 그 이후로 그렇게도 지겹게 나를 괴롭히던 것들이 하나씩 해결되기 시작했다.

내 인생의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큰 스승을 만나 일심으로 수행한 덕택이었다. 지금도 나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수행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각과 생각, 걸음과 걸음 사이에서도 ‘마하반야바라밀’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나는 꿈속에서도 ‘마하반야바라밀’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주부(55·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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