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경수행 김혜숙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몸 장애 후 불연…염불수행하며 망상 떨쳐

지난해 5월 길상암 법회에서 사경 첫 체험

나는 첫 돐 직전 열병을 얻었다. 그로 인해 아주 오랜 세월동안 온몸에 통증을 겪어야했다. 10년 이상 투병을 계속해야 했고, 그 결과 장애를 얻게 됐다. 그 이후 나의 생활은 당연히 남들과 같을 수 없었다.

남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으니 마음의 고통은 그 어떤 것보다도 컸다. 덕분에 행복한 유년시절의 기억 같은 것들은 온데간데없이 오로지 진로나 현실을 헤쳐가야 하는 현실적인 번민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절망과 실의에 빠져 위로 받고 싶을 때, 종교가 필요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 틈을 비집고 나를 유혹하는 것은 이웃종교의 전도사며 선교사들뿐이었다. 그들을 접하면서 ‘왜 전지전능하다는 성자는 어린 양들의 육신이나 마음의 고통을 해결해주지 못할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가진 철학적인 해답만을 구하게 됐다.
온갖 망상에 시달리며 인생의 해답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차에 집 근처 암자의 스님을 알게 됐다. 스님을 만나기 위해 법당에 들어서던 그 날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한다.

법당에 들어선 순간 비구 스님의 우렁찬 고성염불에 나의 온몸에는 전율이 감돌았고 가슴 속에서는 무언가 울컥 북받쳐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짜릿한 경험을 계기로 난 불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꾸준히 용맹정진을 해왔다.

그러나 처음에는 불교 공부를 하면 할수록 너무 어렵게만 느껴졌다. 내가 난감해하자 암자의 스님은 모든 망상을 떨쳐낼 때까지 이유를 알려고 하지도, 묻지도 말고 그저 중생의 화신인 관세음보살님을 염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
염불 수행을 하면서 나의 고뇌하는 영혼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 같은 희열을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혹시 염불보다도 내게 더 잘 맞는 수행법이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길상암의 비구니 스님을 알게 되면서 암자 생활을 시작했다. 염불 수행에만 빠져있던 내게 스님은 사경 수행을 권했다. 당시에는 이미 펜으로 하는 사경 수행법이 많은 불자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 있었다.

사경이란 단지 베껴 쓰는 행위라고만 알고 있었던 내 짧은 지식만으로는 선뜻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당연히 사경 수행에는 게을러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부터 길상암에서 행오 스님을 지도법사로 하는 사경 법회가 열렸다. 나 역시 행오 스님의 사경법회에 동참하게 됐음은 물론이다.

스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경의 역사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42수진언을 배우고 계(界)선을 그어 수인을 그리는 기초과정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붓놀림이 자유롭지 못하고 먹물의 농담을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다. 모두들 붓을 들고 바르게 그려 넣기 위해 애를 썼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모두가 간절히 원하던 공부였던지라 참가자들은 과정 속에서 환희심을 느낄 수 있었다. 1년 동안 반야심경, 신장상, 변상도 등을 차례로 그려나갔다. 지난 봄에는 그동안 수행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을 가지고 서예대전에 단체로 출품하기도 했다.

카운셀러(50·돈암동)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