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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당선자 '불심' 잊지 말아야

기자명 공종원
인천에 사는 불자 이재성 거사가 대통령 선거 바로 전날 전화를 해왔다. 노무현 후보와 그 부인을 위해 전날 민주당사에 3백송이의 장미를 엮은 큰 화환을 만들어 보냈다는 이야기다. 선거에서 당선하시라는 축하의 뜻을 담고 그곳에서 일하는 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선거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뜻에서 그런 정성을 표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오늘 자신과 또한 친구가 밤을 새워 부처님께 철야기도를 올린다는 말까지 했다. 노후보가 당선되어 나라가 태평해지고 민생이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고 했다.

평소 그가 나라를 위해 늘 노심초사하고 있고 그래서 늘 군부대장병들을 찾아 떡을 먹이고 불심을 키우는 일에 열심인 것은 잘 알고 있기는 하지만 대선에 즈음해 이토록 특정후보를 위해 정성을 다하는 것이 괴이쩍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대선에 나온 후보들이 여러분인데 어째서 민주당의 노무현후보를 위해서만 장미꽃다발을 해보내고 또 선거날을 앞두고는 부처님께 철야기도를 올리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대답이 너무 간단했다. 자신은 정치에 관심이 없지만 노후보의 부인 권양숙여사가 불자이고 노후보도 내용적으로 불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선에 나온 주요후보와 그 부인가운데 불자를 표방하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오직 권여사만이 공공연히 불자라고 하고 있고 또 실제 종정님에게서 계를 받았으니 분명한 불자이고 노후보는 가톨릭신도라고는 하지만 그의 말가운데 자주 부처님을 거론하고 불교에 호의를 보이니 그를 위해 기도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노후보가 당선되면 1천송이의 장미를 엮어 다시 축하할 생각이라고 덧붙이는 것이다. 이런 열의에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부처님에 대한 절대적 존경이 이런 식으로 대선후보에게까지 미치는데 그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대통령을 뽑는 기준은 한가지 일수는 없는 일이겠다. 흔히는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만도 않은 게 현실이다. 노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은 노후보의 서민적이고 초라한 모습 때문에 한표를 던진 이도 있고 그가 고졸학력의 못 배운 사람이기 때문에 동류의식에서 한 표를 던진 경우도 있겠다. 또 어떤 이는 그가 경상도 출신이지만 현재의 김대중정권의 계승자로서 호남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데 불가결하다는 이유로 한 표를 던지고 또 어떤 이는 우파체제에서 별 재미를 못 봤으니 친북좌파적 성향의 정권이 서면 무슨 좋은 수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기대로 그를 지지했다고도 보인다. 호남표의 90여%가 그에게 쏠리고 촛불시위 군중이 그를 띄우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들은 그런 설명의 타당성을 실감케 하기도 한다.

그러니 후보가 친불교적이라든가 그의 아내가 불자라는 사실이 유권자의 표의 향배를 결정케 했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거나 잘못된 일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어떤 의미에서는 정치현장에서 상당한 소외감을 느껴야했던 불자들이 한번 단결해서 불자의 위상을 보여주려는 암묵의 의도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도 생각되기도 한다. 지난 10년여의 세월동안 정치권력의 핵심에서 늘 소외되었던 불자들이 이번에는 그 한을 풀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반영된 것이라는 이야기다. 개신교의 장로인 김영삼과 가톨릭신도인 김대중 시대에 불자들이 권력의 핵심에서 철저히 소외되었던 저간의 사정을 알만한 이들은 아는 것이다. 때문에 노당선자와 권양숙여사는 이렇게 장미를 보내고 철야기도를 한 불자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아야한다. 그리고 그런 불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한다. 특히 그를 지지한 이들이 또다시 배신과 자탄의 한을 품지 않도록 지혜와 자비의 세월을 보내길 기대한다.



공종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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