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대갈등'부추기기의 음험함

기자명 이학종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우리 나라에서, '갈등(葛藤)'은 20세기와 21세기를 관통하는 대표적 사회현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이 시기에 유난히 우리는 온갖 갈등을 경험했고, 또 경험하는 중에 있다.

해방 전후의 이념적 갈등은 놔두더라도, 분단으로 인한 남북(南北) 간의 갈등, 이후 생겨난 영호남(東西) 간의 갈등, 기득권층과 소외세력 간의 갈등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갈등들이 우리 나라의 건강한 발전에 얼마나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는가는 굳이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대선 지지 가른건 세대 아닌 정보 습득력

그런데,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우리 나라에는 세대간 갈등이라는 신종의 갈등이 또다시 등장했다. 이른바 '20 30세대'와 '50 60세대'의 갈등을 말하는 것인데, 이번 선거를 통해 이들 세대간의 대립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연일 언론에서는 세대간 갈등의 위험성을 진단하고 극복대안을 강구하는 게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저마다 전문가를 동원, 세대간의 갈등이 불러올 부작용을 걱정하고 그럴듯한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그 과정을 잘 살펴보면 되레 갈등을 부채질하는 세력이 바로 '걱정-우려'라는 포장으로 유난히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라는 것을 간파할 수 있다.

청년세대와 장-노년 세대의 견해나 세계관에 차이가 있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마치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곧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릴 지경으로 심각해진 것처럼 몰아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심지어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난 현 시점(1월 중순)에서도 이들은 다양한 기획을 통해 '50 60세대'들의 무력감을 부추기면서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는데 골몰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번 선거의 유권자 지지분포 추세가 개략적으로 '젊은 세대=노무현', '기성세대(장-노년)=이회창'으로 형성된 점까지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젊은 층에서도 이 후보를 선택한 사람이 적지 않았고, '50 60세대'에서도 노 후보 지지도가 상당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또 이런 결과는 특별히 새로운 현상도 아니다.

지나친 갈등 부추기기, 이면 살펴야

도리어 이번 선거에서의 지지세력 구분은 젊고 늙음이 아니라 정보습득 통로의 다양성 차이에서 찾아야 마땅하다. 다시 말해 기존의 언론을 통한 정보습득의 틀을 답습한 사람과 인터넷 신문 등 새로운 정보통로를 통해 보다 다각적인 정보를 습득한 사람 사이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결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다만 인터넷을 활용 인구가 '50 60세대'보다는 청년층이나 386세대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분포했을 뿐이다.

만일 기성 언론이 이번 선거 결과를 정보습득 통로의 다양성 차이를 기준으로 삼아 차분하게 분석했더라면 세대간 갈등이라는 또 하나의 망국적 대립 각은 지금처럼 심각하게 대두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선 결과를 세대간의 갈등구조로 분석하는 주체가 특히 기성의 주류언론이란 점에서, 우리 국민들이 언론의 의도에 맥없이 동의해서는 곤란하다. 새로운 갈등 구조를 조성,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비켜가고 나아가 그 기득권까지 보전하려는 음험한 의도는 없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다. 세대간의 반목으로 시간과 정열을 낭비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학종 부장
urubella@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