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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김혜숙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사경 전시작품 보며 편견-오만 깨달아

차근히 다시 쌓은 수행 공덕 회향 발원

 

지난 6월 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 회장의 개인전을 통해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김경호 회장의 작품들은 미세한 선 처리, 깔끔한 마무리 과정 하나하나가 경외심을 불러일으켰다.

작품들을 대하며 한 순간에 나의 오만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7월에는 국립박물관에서 주최한 ‘사경변상도의 세계’라는 삼국시대 사경변상도 특별전시회를 보게 됐다. 이 전시회를 보며 사경에 대한 내 태도가 확실하게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까지 나를 지배해오던 편견들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절감했다.

6월과 7월 두 달 사이에 사경에 대한 많은 편견들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한때 기초과정을 소홀히 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게 됐고 그 시간들이 얼마나 아까운 것이었는가를 새삼 절감하게 됐다. 나는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 사경 수행에 임하기로 결심했다. 기초수행부터 차근히 가다듬어 가기로 했다.

부처님께서 설한 말씀을 사경하는 과정은 진실한 수행 그 자체였다. 수차례 반복되는 연습은 나를 깎고 깎아서 다듬어내는 단련의 순간들이었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도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붓 끝을 부처님 대하듯이 하며 정신을 집중하다보면 우주의 에너지들이 붓으로 모여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렇게 집중하다보면 부처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 지닐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많은 수행법을 찾아 헤매고 다녔다. 그러나 나에게 맞는 수행법을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주력 수행은 가끔 수마(睡魔)에 드는 경우가 있었고, 경전 독경은 참된 인욕이 필요했다. 그나마 절 수행이 나에게 잘 맞는 것 같았지만 몸이 불편한 나에게는 그것도 쉽지 않았다. 요즘은 뒤늦게 만난 사경 수행이 나에게 꼭 맞는 옷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나는 붓으로 하는 사경을 주로 한다. 펜 사경은 마음이 쉽게 어수선해지고 꾸준한 집중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붓 사경을 시도해 보니 수행법이 펜 사경과는 또 다르면서도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마음도 절로 맑아짐을 느꼈다. 붓질 한번에 인간 내면의 본질을 쉽게 관할 수 있었다. 구지 내면을 보려 애쓰지 않아도 됐다. 저절로 무상무념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고 수행의 결과나 정성의 여부도 스스로가 단박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에게는 이제껏 경험해봤던 모든 수행의 좋은 면만을 갖추고 있는 것만 같았다.

사경을 하기 위해 대하는 종이는 단순한 종이 한 장이 아니다. 사경이 거듭될수록 하얀 면의 전부가 법계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올곧지 못한 마음으로 붓을 들면 부처님 형상이 일그러지고, 모난 마음은 한 자씩 새기는 글자에서 그대로 거칠게 드러났다. 그러니 저절로 경건해질 수 있었다.

반야심경 한 편을 완성할 때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이 이뤄지게 되고, 부처님 형상을 조성할 때마다 혹은 새김을 할 때는 ‘이 뭣꼬’하는 공안을 들고 수행하는 것과 같은 경계를 느끼기도 한다.

때로는 수행을 통해 부처님께서 가셨던 깨달음의 길을 향해 가는 것이 어렵고 두려운 순간도 있다. 하지만 사경 수행을 하는 수행자로써 수행의 결과로 얻어진 모든 공덕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회향의 삶을 내 목표로 삼고자 한다.

카운셀러(50·돈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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