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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엄마와의 불화

기자명 법보신문

먼저 참회하고 두배로 더 노력하길

살아계실 때 최선 다해야 후회 없어
친정엄마가 시골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자식들이 엄마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한다고 자식 열심히 키워봐야 소용없다고 불만입니다. 엄마를 이해해 죄송스러운 마음이 생기다가도 자식들을 원망하는 말씀을 하실 때에는 제 마음이 답답합니다. 며칠째 엄마한테 전화도 안 드렸습니다.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자기가 겪어 봐야 압니다. 어릴 때 엄마 말 안 듣고 애를 먹일 때 엄마가 아무리 울고불고 해도 자식들 귀에는 엄마 말이 잘 안 들어옵니다. 그런데 자기도 자식을 낳아 키워 보면 그때야 ‘우리 어머니, 아버지 마음고생 참 많이 하셨구나’ 하게 됩니다. 지금 이 문제도 마찬가지예요. 늙어서 육신이 잘 안 움직이고 남편이나 아내가 먼저 죽어 혼자 있어 봐야 그 외로움이 어떤 건지를 알 수 있어요. 젊은 사람들, 가족들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얘기해도 경험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이라도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 주면 내가 나이가 들어서 오히려 그런 외로움을 안 겪게 됩니다. 그 외로움을 젊어서 이해해 버리면 자기가 늙었을 때 외로움을 안 타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꼭 어머니를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늙어서 겪을 고통을 지금 미리 막는다는 마음으로 어머니를 돌봐 드리시면 됩니다.

부모는 시골에서 어렵게 살면서 ‘내가 고생고생해서 자식을 키웠으니 노후가 좋지 않겠나?’ 생각했는데 막상 자식을 다 키워놓으니 제 살기 바빠 명절에 얼굴 한번 비치고는 안 오잖아요. 이렇게 부모 혼자 외로이 사니까 자꾸 신세타령이 나오는 거예요. 내가 얼마나 고생을 하고 너희들을 키웠는데 하면서 자식에 대해서 자꾸 섭섭해지고 원망의 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한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집에서 ‘어머니 아버지 죄송합니다. 저 키운다고 얼마나 고생하셨습니까. 그런데 제 살기 바빠 제대로 찾아뵙지도 못하고 죄송합니다’하고 참회 기도를 먼저 하는 것입니다. 내가 참회 기도를 하면 우선 엄마에게 섭섭한 소리를 들어도 내 마음에서 저항이 안 생깁니다.

그런 말을 하시면 “어머니, 그래요. 맞아요. 자식 키워 봐야 아무 소용없죠?” 하고 맞장구를 좀 쳐주면 훨씬 어머니나 나에게 위안이 됩니다. 그런데 ‘또 시작이다, 또 저 소리다. 자기만 자식 키웠나…’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어머니 얘기가 잔소리로 들리고 굉장히 힘들고 답답한 거예요.

답답하니까 다투게 되고 다투니까 전화도 하기 싫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다 돌아서면 죄송한 마음에 어머니 생각하면서 우는 것입니다. 사이가 멀어진 채로 있다가 만약에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 이제 또 불효했다는 생각 때문에 몇 년을 자책하며 살게 됩니다.
이렇게 안 하려면 첫 번째 먼저 불효에 대해 참회기도를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내 형편이 되는 대로 어머니께 정성을 쏟으세요. 옛날에는 전화를 일주일에 한 번 했으면 이제는 두 번하고 옛날에 일 년에 두 번 찾아뵈었으면 이제는 계절마다 찾아뵙고 다달이 갔으면 격주로 가고 옛날보다 두 배만 하세요.

그렇게 해서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려야 해요. 어머니의 맺힌 한이 어머니 한이 아니에요. 어머니 돌아가시면 다 내 한이 돼요. ‘살아계실 때 조금만 더 잘할 걸’ 하는 후회가 가슴에 쌓여있으면 내 한이 됩니다. 나중에 집안에 우환이라도 생기면 어머니가 천도가 안 돼서 그렇다는 사람들 말 때문에 천도재를 지낸다고 난리입니다. 나중에 돈을 쓰느니 미리미리 베푸는 게 낫다 이 말이에요.

지금 부모에게 잘하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해서 잘하는 것입니다. 효도는 어머니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좋은 것이니 혼자 계신 어머니를 외롭게 하지 마시고 자주 찾아뵙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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