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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법성의 바다

기자명 법보신문

사람이 부처라는 수평의 리더십

잔잔한 아침 바다에 노을이 번지고 있다. 숲은 빈 몸으로 서있어 부채살처럼 끝없이 펼쳐진 나뭇가지 사이로 바다를 드러내고 있다.

세상은 지금 대선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후보들이 전국을 돌며 바다에 파도가 일어나듯 표심을 잡으려고 지지자들을 앞세워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십이인연이 본래 공하듯이 후보들은 저마다 차별된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하되 출신처가 본래 국민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달아야 할 것이다.

올해 대선의 공통된 화두는 국민통합과 경제문제라고 한다. 한 결 같이 계층과 세대 간의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를 이대로 두고서는 국가경영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후보들은 자기만이 적임자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외치고 있지만 서로가 비방만 할 뿐 뚜렷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 꽃은 선거로써 정당과 그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언론이 여론조사 일변도로 몰고 가서 각 정당의 정책이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을 하고 있다.
『인왕경』에서는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덕목으로 자비와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 자비를 바탕으로 삼고 지혜를 대용으로 삼아 모든 문제가 누구의 잘못이라고 서로 비방하지 말고 오직 인연법으로 생긴 것임을 바로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자기가 선호하는 대통령만 선출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모든 것이 연기하는 현상으로 파악하여 스스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또한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될 사람은 재물에 탐착하여 부정부패를 하지 말아야 하며 작은 일로 성내거나 남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 것이기에 끝없는 보살정신으로 국민을 부처님처럼 편하게 받들어 모셔야 할 것이다. 사람이 본래 부처라는 수평의 리더십이야말로 국민 통합의 요결이며 지양해야 할 진정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깨끗한 선거로써 모든 것이 결정되며 그 결과는 승복하고 받아드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왕 판이 벌어졌으니 끝까지 치열하게 추구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을 하되, 모든 문제는 양변에 의지해서 일어남을 깨달으면 대립과 갈등을 쉽게 풀 수가 있어 선거가 끝나더라도 빨리 화합할 수가 있을 것이다. 겨울 바다에는 바람이 많아 파도가 심하지만 바람만 자면 파도가 곧 물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들은 낙엽을 떨구고 벌거벗은 체로 서있는 자리에서 법성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지금 서있는 자리에서 시비를 돌이켜 시비할 줄 아는 사람을 바로 본다면 성품에 계합하여 누구나 의지함이 없는 참사람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법성의 바다는 둥글고 원융하여 양변을 여의었으며 모든 것은 적멸하여 움직임이 사라졌다. 새벽에 불을 밝힌 배들이 순풍에 조업을 마치고 눈길처럼 새하얀 포말을 그리며 희망의 항구로 서둘러 돌아가고 있다.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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