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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율’에 나타난 사제 윤리] 下. 제자의 자격과 의무

기자명 법보신문
  • 지계
  • 입력 2007.12.2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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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모시듯 스승 공경하고 섬기라”

 

제자를 올곧게 지도함으로써 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 스승의 근본 역할이라면 『사분율』에서 제자로서 갖춰야 할 윤리덕목에 대해서는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사제 결연땐 엄격한 형식 갖춰야

율장에서는 우선 스승과 제자가 사제관계를 맺는데 있어 엄격한 절차와 형식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사제간 인연이 단순한 인간관계를 넘어 불법(佛法)의 전수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율장에 의하면 제자가 스승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의 출가의지가 확실해야 하며 부모로부터 출가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후 스승은 본인에게 출가의사를 재확인한 뒤 머리를 깎아주고 가사를 입히며 불법승 삼보에 대해 귀의하는 맹세를 하게하고 출가했음을 증명하는 말을 스스로 하게 함과 동시에 출가수행자가 지켜야 할 계율을 설함으로써 비로소 사제관계를 정식으로 맺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세속에서 벗어나 스승으로부터 수승한 법을 성취하겠다는 초발심이 갖춰진 제자만이 올바른 수행자의 길에 들어설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승과 제자간의 관계가 언제나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분율』에 의하면 제자가 스승에 대해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거나, 스스로 스승의 곁을 떠나며, 수도를 쉽게 포기하거나, 의지사가 되어줄 분을 찾지 못하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계를 받는 장소에 함부로 들어서면 그 순간 제자의 자격을 박탈하고 스승의 곁을 떠나야 한다. 결국 제자가 스승에 대해 가져야 할 기본윤리를 지키지 않는다면 더 이상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처럼 제자가 스승에 대해 지켜야 할 윤리 덕목은 불법의 전승과 승단의 화합을 위한 토대라는 점에서 율장 뿐 아니라 불교의 수많은 경전에서 강조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싱갈라에 가르친 경』에서는 ‘스승을 마치 신을 공경하듯 해야 한다’며 제자가 갖춰야 할 윤리 덕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경전에 의하면 제자는 스승이 멀리서 오는 것을 보면 좌석에서 일어나 기쁜 마음으로 그릇을 들고 좌석을 만들어 예를 갖춰야 하며, 하루에 세 번 이상 가까이 모시며, 스승의 가르침은 한 구절도 빼놓지 않고 경청해야 하며, 스승의 공양 시중을 해야 하며, 공손한 태도로 가르침을 배워야 한다. 이처럼『싱갈라에 가르친 경』에 나타난 사제간 윤리는 아니더라도 부처님 당시부터 불교에서는 사제간 윤리가 엄격히 지켜져 왔으며 이로 인해 불교가 2500여 년간의 역사를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이 돼 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 교계신문 광고란을 살피다보면 어처구니 없는 문구들이 종종 나오곤 한다. 공개적으로 은사(恩師)와의 인연을 끊는다는 내용을 알리는가 하면 최첨단 수행시설을 갖추고 개성을 존중하며 민주적으로 교육을 시켜줄 것이니 제자로 제발 들어와 달라는 등 애원하는 문구도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 이상이었던 사제간 윤리는 이제 옛말이 돼 버린 것이다. 더욱이 승단의 세속화로 인해 스승을 깨달음의 길로 이끌어 주는 선지식으로 공경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미래를 보장받기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고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승단 세속화로 사제윤리 혼탁

이와 관련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은 “오늘날 승단이 세속보다 더 세속화되면서 스승을 자신의 미래를 보장받기 위한 수단쯤으로 여기고 쉽게 스승을 찾고, 또 배신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은 우리 승단에서 스승이 스승답지 못하고 제자가 제자답지 못한 이유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그 옛날 9년 내내 벽만 바라보고 있던 달마를 스승으로 모시고자 퍼붓는 폭설 속에서 꼬박 밤을 지새우고 왼쪽 팔까지도 싹둑 잘랐던 혜가 스님의 일화에서 보듯 스승이 스승으로서의 위엄을 갖추고 제자가 제자로서의 공경심을 갖춘다면 과거 엄격했던 사제간 윤리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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