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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장 공개해야 하나

기자명 법보신문

요즘 계율에 대한 사부대중의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다. 계율은 승가 내에서도 율사만 지켜야하는 것으로 인식될 만큼 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형편이다. 그래서인지 계율에 관한 일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태도가 만연해 있다. 승가가 청정하기를 바라는 재가불자들이 계율에 관심을 두는 것은 어쩌면 승가의 이러한 상황과도 관련 있다고 할 수 있다.

몇 해 전 동화사에서 재가불자들에게 율장을 공개하는 문제에 대해 언급이 있었다. 재가불자도 율장을 읽어야 한다는 의견은 현재 남방이나 대만 등지에서 율장을 공개하고 있고, 신도도 율장을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남방은 확인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대만은 아직까지도 율장을 인쇄할 때 출가자 이외는 읽지 말라고 밝히는 경우가 종종 있어, 재가자에게 율장을 공개하는 것에 그리 찬성하는 편이 아닌 것 같다. 재가불자에게 율장을 읽지 못하도록 한 것은 율장에 재가자에게 계(바라제목차)를 설하지 말라고 하는 것에서 비롯한다.

사분율에 의하면 부처님께서는 대계(비구,비구니계)를 받지 않은 사람 앞에서 계를 설하지 못하도록 정하셨으며, 그 엄격함은 사찰을 수호하도록 빈비사라왕이 파견한 병사들마저도 갈마하고 계를 설하는 것을 듣지 못하도록 자리를 옮긴 일조차 있을 정도였다. 율장은 경전과는 달리 다만 출가대중을 상대로 제정되었고, 지계, 갈마와 출죄, 안거, 수계 등 오직 승가만이 할 수 일들로 이루어져 있어, 재가신도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일은 아니다.

또 율장 속에는 계가 정해지는 원인이 되었던 스님들의 개인적인 일이 적나라하게 있어, 당시 부처님께서 그 스님들과 승가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계를 송출할 때 계를 받지 않은 사람(비구가 아닌 사람)들을 모두 자리에서 나가도록 배려하신 것이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오늘날 매체의 발달로 율장을 보려고 하면 언제나 볼 수 있으므로 막을 수는 없지만, 만약 율장을 읽어야 한다면 어떤 이유로 읽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승가의 청정과 유지를 목적으로 한 출가자만의 내부 규정을 보는 것이 재가신도들의 수행과 신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설령 율장을 읽어서 내용을 잘 안다하더라도 재가신도가 스님들의 행동을 갈마 할 수도 없고 자신이 그런 삶을 살 수도 없다. 승가에게 주어진 계율이 있듯 재가신도에게도 지키고 연구해야할 계율들이 있다. 삼귀의계, 오계, 팔계와 십중대계, 사십팔경계등의 보살계가 있고, 경전으로는 범망경, 우바새계경 등이 그러한 것이다. 굳이 승가의 계율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면 율장자체를 읽는 것보다는 개론서 정도가 무난하다고 하겠다. 재가신도로서 부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신 일에 깊은 관심을 갖는 것은 불자의 바른 자세는 아니다. 

송광율원 교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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