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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김선자 [상]

기자명 법보신문

우연히 만난 정일 스님 권유로 지장경 독경
3년 목표로 1000독 도전…눈 혈관 파열도

나를 이끌어줄 스승을 만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내가 올바른 길을 따라 수행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나를 인도해주는 스승을 만난다는 것은 아마도 수많은 전생의 인연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모든 것을 걸고 수행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한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어릴 적부터 나는 절에 다닐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도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철딱서니 없이 그저 그렇게 지인들과 몰려다니기만 했다. 어려서부터 몸이 유난히 약했던 나는 갈 곳이 절 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인들과 함께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던 어느날 지금은 입적하신 정일 스님이 계시던 보광사를 찾게 됐다.

처음 만난 정일 스님은 우리에게 지장경과 원각경, 법화경 등의 간경 공부를 시켰다. 처음 지장경을 받았을 때에는 조금 읽다보니 괜히 무서워짐을 느꼈다. 그때는 경전을 버려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도반들이 “이 생에서 공부하지 못하고 죽으면 언제 공부하겠냐”며 나를 말렸고,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 정일 스님의 법회를 찾았다.

정일 스님은 줄곧 내가 앉아 있는 곳을 쳐다보며 법문을 했다. 마치 나와 일대일의 대화를 나누듯. 그때 스님이 해주었던 얘기가 지금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영가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항상 맑은 정신으로 경전을 읽어야 합니다. 내가 읽는 경전은 곧 영가에게 법문을 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일심으로 경전을 보면 영가들이 천도할 수 있게 됩니다.”

스님의 말이 뇌리에서 잊혀지지가 않았다. 내가 지장경을 봐야 하는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3년을 하루 같이 독경에만 매달렸다. 그 당시 나는 몸이 약해 결혼을 하지 못했고, 형제들의 집을 전전하며 살고 있었다. 내가 공부하던 3년간 낮에는 조카들의 부모대신 내가 그 아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며 틈틈이 경전을 봤다. 그 무렵 지인들을 통해 광명진언 수행을 알게 됐고, 지장경 공부와 함께 광명진언 수행도 계속 했다.
처음에 정일 스님은 우리에게 지장경 300독을 숙제로 주었다. 그러나 스님의 숙제는 결코 쉽지 않았다. 매일 일과시간을 쪼개 경전을 봐야 하니 우리 중 누구도 편안하게 300독을 마친 사람이 없었다. 간신히 300독을 마칠 무렵 조금씩 자신이 붙기 시작했다. 500독, 700독…. 도무지 조금의 짬도 나지 않는 생활이 계속 됐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3년간 1000독. 그런데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어려서부터 병을 달고 살아 팔다리에 힘이 실리지 않았던 내가 간경 수행을 할수록 팔다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다. 식사량도 극히 적었던 내가 밥맛을 알기 시작했다. 가냘프기만 했던 내 몸에 살이 붙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그런데 수행을 계속할수록 무엇인가가 머리끝으로 몰리는 것을 느꼈다. 상기가 된 것이다. 결국 눈의 혈관이 터져버렸다. 그때까지도 난 내 상태를 알지 못했다. 그러다 급기야는 눈이 가렵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거울을 본 난 내가 며칠 동안 토끼눈을 하고 살았음을 알게 됐다. 스님은 내 눈을 보고 다행이라고 했다. 만약 머릿속에서 혈관이 터졌으면 목숨이 위험할 뻔 했다고까지 했다. 그리고 이럴 때는 무조건 쉬어야 한다며 수행을 멈추고 며칠 푹 쉬라고 했다.

 

 

 

 

주부(57, 노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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