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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신문화로서의 생활불교 사상

기자명 법보신문

광기-외곬 타파해야 선진문화국 가능

空 사상은 감정주의 깨치는 최고 방편

 

나는 불교가 한국정신문화를 건강하게 키우는 국민교육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 김구선생이 『백범일지』에서 ‘우리의 소원’을 말하면서,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복스러운 문화국가이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미래의 한국이 선진문화국가가 되어 불국토의 어떤 모범을 세상에 보여주기를 갈망한다. 나는 불국토의 전형이 어떤 이상주의적 꿈으로 끝나는 낭만적 감정에 그치는 것을 싫어한다. 한국인의 낭만적 이상주의를 나는 줄곧 비판해 왔었다. 낭만적 이상주의가 대개 단세포적 감정주의의 명분으로서만 장식되는 것을 나는 역사적으로 많이 보아 왔다.

선진문화국가가 되기 위하여 우리는 먼저 우리 속에 널리 퍼져 있는 단세포적 감정주의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낭만적 이상의 명분을 내세우는 단세포적 감정주의는 무식한 대중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유식한 대학교수들의 글에서도 이상적 명분주의의 이면에 숨어 있는 단세포적 감정주의의 유치한 생각의 골을 보곤 한다.

단세포적 감정주의는 사유의 숙성된 깊이가 없이, 흑백적 사고방식으로 쉽게 흥분하고 격화되어 선동과 선전에 쉽게 넘어가고 회오리바람에 금방 휩쓸리고 쏠리는 경향을 지녔다. 개신교의 어떤 목사님이 설교에서 기독교를 전도하기 위하여 전도사는 남들이 전도에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당해야 한다고 격렬하게 부르짖는 것을 보았다. 미치지 않으면 전도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정치나 종교나 사회운동이나 다 격렬한 격정을 유발하는 광기를 본다. 선진문화국은 절대로 단세포적 낭만적 감정주의의 정신문화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종교를 믿어도 극단적이고 공격적으로 타종교를 파괴하면서 광적인 선교활동을 자행하고, 정치적인 신념을 가져도 극단적 좌우파의 격정에 노예가 되고, 사회운동과 민주운동을 해도 어떤 사회교나 민주교의 극렬 신도처럼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투쟁주의가 우리나라의 정신문화를 깊이 있고 사려 깊게 하는데 큰 장애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외신보도에 따라 북한 김일성주의와 김정일 선군정치가 북한주민들을 외곬으로 몰고 가는 종교라는 평가에 나는 동의한다. 북한의 광기와 외곬은 우리 속에 깃들어 있는 타자다. 우리 속에 그런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자각해야 한다. 그 자각이 우리로 하여금 선진문화국가로 가게 하는 정신문화를 일으키게 할 것이다.

나는 불교가 한국의 정신문화를 이끌어 가는 국민의 한 생활철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계 종교사에서 절대자를 신앙하는 종교들이 너무 쉽게 절대 권력화되어 다른 절대종교와 권력과 투쟁하는 전쟁을 진리의 이름으로 일으킨 역사를 우리는 많이 보아 왔다. 나는 불교의 공(空)사상이 그런 절대자의 교조화(우상화)에 낭만적으로나 단순 감정적으로 빠지지 않게 하면서, 모든 것을 섭수하고 존재케 하는 깊이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사상은 무소유론이다.

그러나 무소유론을 너무 평면적으로 강조하다 보면, 불교가 경제적으로 국민에게 가난한 삶만을 예찬케 하는 극도의 금욕주의인양 오도된다. 선진문화국가는 결코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에서 생기지 않는다. 불교는 우리나라를 부유한 나라로 만들게 하는 정신을 이끌면서 결코 소유론적으로 탐욕스럽지 않게 하는 방편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불교의 생활철학화는 각자의 타고난 개성과 재질을 숙업으로만 여기게 하지 않고, 자기계발을 위한 여래의 일음(一音)으로 전환시키는 방편으로 바꾸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각자가 석가모니 부처님처럼 100%의 부처님은 아니더라도, 각자의 개성과 자질을 자리이타행으로 활용하는 10%, 30%의 부처가 되게 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다. 현재 한국불교는 추상적이고 우활한 불법만을 너무 강조한다. 불교가 스스로 변하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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