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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특집]우리사회 이웃불교가 말하는 ‘희망’

기자명 법보신문

이주노동자 100만 시대

물량 선교-관심부족에 멀어지는 불자들

청량리 금강선원 몽골 뎀브렐 스님

“2주마다 법회” 약속 돈벌이에 흐지부지
신행공간 마련 위한 한국불교 도움 시급

“무엇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불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관심은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거리감을 좁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최근 한국 스님들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지원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여전히 미비한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불교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불교국가 출신뿐 아니라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희망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몽골 출신의 뎀브렐 스님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불교의 관심을 당부했다. 지난 2005년 언양 법계선원 남산 스님과의 인연으로 동국대 불교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한 스님은 현재 서울 청량리 금강선원에서 기거 중이다. 스님에 따르면 한국에서 생활하는 몽골 사람들은 약 3만 명. 한국에 오기 전부터 이미 많은 몽골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했다. 최근에는 고학력자들이 한국 기업에 전문직으로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재한몽골불자회의 제안으로 2007년 2월 19일 설 명절을 맞아 몽골 스님들과 유학생, 이주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여러 사람들의 적극적인 홍보로 당일 대사님과 영사님을 비롯해 150여 명이 참석, 2주마다 한 번씩 법회를 봉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채 몇 달이 되기도 전에 법회 인원은 10여 명으로 줄어들어 지금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스님은 지난해 야심차게 시작한 몽골인 법회가 몇 달 만에 인원이 급감한 원인을 사전준비 없이 법회를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첫 모임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에 도취돼 즉흥적으로 법회를 추진한 것이 결정적인 실패의 원인이란 설명이다. 스님에 따르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은 휴일 아르바이트 자리가 생기면 법회보다는 돈벌이를 우선했고, 지역 교회들도 선물과 여행경비 지원 등으로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것.

우선 전국에 흩어진 몽골 불자들을 하나로 모으고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스님은 이를 위한 방안으로 홈페이지 운영과 몽골 법당 건립을 우선순위로 꼽았다. 스님은 “양주 마하보디사의 경우 스리랑카 출신의 와치사라 스님이 24시간 상주하며 산문을 개방하고 있어 스리랑카 불자라면 언제든지 찾아가 기도하고 상담하며 신심을 다진다”면서 “우리도 이런 공간을 마련해 신행생활은 물론, 개인 사정으로 기거할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스님은 이어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법회 안내와 법문 게재, 고민상담, 생활정보 공유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과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계획들을 추진해 나간다면 지난번과 같은 쓰라린 실패는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스님은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몽골 간단사 총무원장 쵸이 잠츠 스님이 재한 몽골 불자들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며 “한국 스님들이 조그만 원력만 세운다면 이웃 불교국가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한국불교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불자 이주민들 법회 환경만이라도…”

파주 보광사 네팔 쿤상 스님

네팔 출신의 쿤상 스님은 2006년 6월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마석의 한 목사가 스님을 찾아와 불교 의식의 결혼식을 부탁해 왔다. 네팔 룸비니 출신의 이주노동자가 배필을 맞는데 결혼식만은 꼭 불교 의식으로 치러야 한다고 했다는 것. 목사는 수소문 끝에 마석 보광사에 쿤상 스님이 기거하고 있음을 알아냈고, 결혼식을 부탁하기 위해 직접 찾아온 것. 쿤상 스님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동기다.

쿤상 스님은 파주 보광사에 기거 중이다. 지난 2000년 만다라 작품 전시를 통해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스님은 2004년부터 네팔 불교를 소개하고 한국불교와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다.

“한국불교를 배우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미처 한국에서 살고 있는 네팔 사람들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결혼식을 계기로 마석에만 50여 명의 네팔인들이 거주하고 있음을 알게 됐고, 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스님에 따르면 힌두교가 국교인 네팔에서 불자는 전체 국민의 약 5% 수준. 그러나 네팔 사회에서 불교는 힌두교와 마찬가지로 생활 문화로서 깊숙이 자리해 거부감이 없다.

스님은 지난해부터 네팔 불자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주노동자지원단체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스님은 “이웃 종교에 비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불교계의 지원은 아직 미비한 수준이지만 관심을 가지는 한국 스님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데 희망을 갖는다”며 “지역의 신도조직을 십분 활용한다면 단시일 내에 의료, 법률,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이주노동자 지원 방안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스님은 “올 6월부터 네팔에서 3년간 무문관 정진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귀국 전 외국인 불자들을 위한 신행 기반을 보광사에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한국 불자들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십시일반 법당 마련…이제는 전법”

부평 미얀마선원 우 테진다 스님

“부평 미얀마선원은 아직 정기적인 법회가 불가능합니다. 인천과 경기도 각지의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버마인들이 시간을 맞춰 한 번에 모이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불법체류 문제로 인해 쉽게 선원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정기적인 법회를 열기가 더욱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래서 비정기적으로나마 한 달에 한 차례 정도 법회를 열고 있습니다.”

버마인들의 정식적인 안식처인 부평 미얀마선원에 머무르고 있는 우 테진다 스님은 버마에서 아비달마를 전공한 학승이다. 미얀마에서는 양곤 국제 대승불교대학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비달마를 비롯한 여러 경전의 교리를 영어로 강의하기도 했다. 스님은 “한국에 온지 이제 1달이 조금 지났다”면서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은 많은 수의 버마인들이 비자 문제로 고생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부평 미얀마선원은 스님이 아닌 버마 재가불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설립한 법회 공간이다. 비록 일반 상가 건물에 월세로 얻은 공간이지만 문이 열리는 순간 법당 내부에 흐르는 경건함에 행동거지가 조심스러워질 정도로 곳곳에 신심이 배어있다. 이곳은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버마 불자들이 모국에서 스님을 직접 모셔온다.

우 테진다 스님도 지난 11월 중순 버마 불자들의 요청으로 처음 한국을 찾았다. 다음 달 정식 장기체류 비자가 발급된 이후에는 선원의 각종 행사와 법회를 이끌고 틈틈이 아비달마 강의도 열 계획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님이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는 것은 한국어 공부다.

우 테진다 스님은 “아직 한국어를 할 줄 몰라서 여러 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며 “생활을 위한 언어의 문제는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미얀마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가 서투르다보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스님은 이어 “한국불교계가 한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웃국가의 불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며 “지속적인 직간접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버마인들도 불자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당당히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하중 기자 raubon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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