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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 스님들은 담배 피워도 괜찮다?

기자명 법보신문
  • 지계
  • 입력 2008.01.08 10:05
  • 댓글 0

태국-스리랑카 스님들 흡연 일상화
승가 위상 실추로 최근엔 금연운동

스리랑카, 미얀마 등 동남아 불교국가로 성지순례를 다니다 보면 간혹 스님들이 흡연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법당이 훤히 보이는 경내에서 담배를 피우는가 하면 신도들과 상담을 하면서도 담배를 손에 쥐고 있는 등 남방불교국가에서 스님이 흡연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선 장면이 아니다. 이럴 때면 비교적 계율이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는 상좌부 불교국가에서 ‘어떻게 스님들이 담배를 피울 수 있을까?’라며 의구심을 갖기도 한다.

그렇다면 출가수행자가 지켜야 할 생활규범을 담은 율장에서는 스님들의 흡연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부처님 당시 제정된 율장에서는 출가수행자의 흡연에 대해 딱히 특별한 조문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 이는 부처님이 율장을 제정하면서 향후 발생할 각종 문제를 미리 예견해 한꺼번에 제정한 것이 아니라 그 때 그때 상황에 따라 만들었기 때문이다. 즉 15세기 이후 세계적으로 유포되기 시작했던 담배가 부처님 당시에는 없었기 때문에 ‘출가수행자가 담배를 피워도 된다 혹은 안된다’라는 규정이 정해질 수 없었던 것이다. 때문에 계율을 철저하게 지키는 남방불교국가에서는 율장에서 출가수행자가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스님들의 흡연에 대해 비교적 관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남방불교국가에서도 스님들이 담배를 피지 말아야 한다는 금연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태국 승단은 2006년부터 출가수행자의 흡연을 엄격히 금지하는 새로운 율을 제정해 스님들에게 금연을 의무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리랑카에서도 스님들이 명상센터 등 공공장소에서 흡연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내부 규율을 제정해 대중들이 함께 수행하는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엄격히 금지시키고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이 전하고 있다.

태국, ‘스님 금연’율 제정

이처럼 남방불교국가 승단에서 그 동안 관대하던 출가수행자의 흡연에 대해 엄격히 제한시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은 “최근 들어 남방불교국가에서 출가수행자들의 흡연을 엄격히 금지시키고 있는 것은 몇몇 스님들의 흡연으로 수행공동체의 화합이 깨질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흡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남방불교국가의 승단 내부에서 비흡연자가 늘어나면서 흡연자에 대한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로 인해 태국 등에서는 비흡연자를 중심으로 승단 내 출가수행자의 금연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쳤고,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승단에서는 자체 율을 제정, 출가수행자의 흡연을 엄격히 금지시키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출가수행자의 흡연은 율장 정신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즉 비록 율장에서 스님들의 흡연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더라도 ‘대중의 화합’이 율장 제정의 근본정신이기 때문에 다른 수행자의 수행에 방해를 주는 흡연은 곧 율장 정신에 위배가 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승단이 세속으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도 율장 제정의 근본 목적이라는 측면에서도 출가수행자가 흡연으로 인해 세속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도 부처님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수행자, 어떤 것도 중독 안돼”

이와 관련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철우 스님은 “부처님 당시 율장 제정의 근본 목적은 출가수행자가 수행자로서의 위의를 갖추고 승가공동체 내에서 서로 화합해 나가기 위함이었다”며 “이런 율장 정신을 감안하면 비록 율장 조목에 스님의 흡연에 대해 언급돼 있지 않지만 흡연으로 인해 수행공동체의 화합을 깨고 사회적으로 승단이 비난을 받는다면 당연히 담배를 피워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어 “수행적인 측면에서도 수행자는 꼭 담배가 아니더라도 어떤 것에 중독되거나 매몰돼서는 안 된다”며 “세속의 습관을 버리고 구도자의 길로 들어선 출가수행자가 세속적인 욕망을 벗어나지 못하고 흡연의 욕구에 사로잡히는 것은 승려로서의 위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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