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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심수행]사경수행 나영혜 [상]

기자명 법보신문

우연히 배운 한지 공예로 사경과 첫 인연
수행하며 자신감 충만…인생 공부 기회로


불교를 처음 접한 것은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1년에 한두 번 절에 간 일이 전부였다. 그러나 어느 불자에게나 부처님과의 인연이 과거 어느 생의 일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듯 나에게도 아주 오래된 일처럼 불연이 다가왔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해 대학을 포기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우연한 기회에 한지 공예를 배우게 된 것이 불연으로 이어졌으니 여러 생에 걸친 인과에 따른 결과이리라. 사찰에 사는 친구에게 가끔 놀러갔을 때 한눈에 들어 온 금니 병풍은 어린 나의 눈에 너무나 아름답고 장엄했다. 무작정 병풍을 만들고 싶을 만큼 금니 병풍과의 만남은 깊은 감동을 주었다. 친구의 아버지에게 간곡히 부탁한 끝에 금니 병풍을 복사해 처음으로 한지로 각을 만들어 병풍을 제작하게 되었다.

우습게도 그 내용이 불교 경전이라는 사실만을 알았을 뿐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경전인지, 그것이 어떤 작품인지 전혀 알지 못했으나 다 만들고 나니 끊임없이 환희심이 일었다. 마음은 가벼웠고 희유함이 느껴졌다.

그러다 몇 년 후 다른 부문에 대해 공부하러 갔는데 그 곳에서 사경을 하는 어느 보살님을 조우했다. 그리고 그 보살님으로부터 사경 수행을 배웠다. 그때서야 한지 공예로 각을 해 만든 병풍이 사경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처님의 경전을 베껴 쓰는 사경을 알게 된 것도 이때였다.

대구 극락사 사경반에 입회할 때까지만 해도 마냥 부처님의 말씀이 좋고 사찰의 부처님이 좋아 절에 다녔을 뿐 사경이나 신행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다. 속된 말로 ‘무늬만 불자’였던 것이다. 사실 사경은 나에게 불교를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게 안내해 준 길라잡이와도 같은 스승이다.

사경 수행을 하는 동안 늘 인생 공부를 더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무언가를 배우고 가르치는 곳은 배우려는 학생과 가르치는 스승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학생과 스승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사경을 배우는 과정은 이웃에게 자비를 베풀고 감사하는 마음, 봉사하는 마음, 바른 마음가짐, 수행 등 일체를 배울 수 있는 도량이었다.

사경을 하러 가니 어머니나 이모 벌쯤 되어 보이는 노보살님들이 많았다. 노보살님들은 겉모습도 그러했지만 진정으로 후배를 편하게 대해 주셨고 늘 남을 아끼는 마음을 먼저 보여 주셨다. 그런 편안한 마음이 결집된 공간이었으니 사경반 적응도 한결 쉬웠다. 노보살님들의 베품과 나눔 속에서 사경을 공부하다 보니 든든한 배경이 생긴 듯 넉넉한 마음이 일었다. 무슨 일을 하게 되든 늘 자신감이 충만해졌으며 어느 누구든 웃는 얼굴로 대할 수 있게 되었다.

사경하는 것 자체가 좋아서인지 공부를 시작한지 1년이 되었으나 결석을 한 적이 없다. 외국에 견학을 가야하는 일정도 사경 수업을 거르지 않기 위해 시간과 날짜를 맞추어 조절했다. 수업 처음에는 선생님이 설명을 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몰랐으나 이젠 한 단어 한 단어에 담긴 의미를 깨닫게 되었고 부처님의 가르침 한 마디 한 마디가 머리에 남았다.

비록 짧지만 사경 공부는 인생 공부라 생각한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사경 수행을 하다 보니 예전보다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되었고 남을 대할 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한자 한자 정성을 다해야 하는 사경을 하다 보니 정성스런 마음이 가득하게 된 것이라 믿는다.
한지공예가(30, 대구 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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