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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스님]밖에서 찾지 마라

기자명 법보신문

도량에는 한 송이 동백꽃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산과 바다는 덩달아 일어나 빛으로 깨어나고 있다. 새해 들어 첫 장날에 나와 보니 어판장 거리에는 사람들로 생기가 넘쳐흐른다. 붕어빵집 노보살님은 해묵은 병이 가신듯이 신명나게 희망을 구워내고 있다.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는 속담처럼 긍정의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래 마음의 속성이다. 마음은 어떠한 절망이나 대상에 물듦이 없지만 스스로 빛을 등지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보통 사람들이다. 하지만 지금 서있는 일터에서 한걸음 옮기고 한손을 들어 올리면서 일어나는 생각을 따라가지 말고 바로 돌이켜 현전일념을 이룬다면 모든 고통과 어둠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온통 행복으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세상에서 지금 성공학으로 마음을 주시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긍정의 힘이 나와 세계를 창조적으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참선을 통해서 마음을 밝히려고 동참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황벽 스님은 『전심법요』에서 모든 부처와 모든 중생은 오직 한마음일 뿐 달리 법이 없다고 했다. 오래 전에 시내에서 선원을 운영하면서 불상대신 벽에 ‘心(심)’자를 붙여 놓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음을 볼 줄 모르고 다시 불상을 찾았다. 수행하는 사람이 오랜 세월 방황을 그치지 못하고 헤매는 것은 겉으로는 의젓이 앉아 부처를 지으면서 밖으로 구하는 업력을 녹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설비유경』 안수정등에서는 나그네가 죄를 짓고 광야에서 들불을 만나 헤매다가 다행히 우물을 발견하고 피했으나 다시 오욕락의 꿀방울에 취해서 세월이 무상한줄 모르고 생사의 고통을 반복하는 것에 인생을 비유하고 있다. 마치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안쓰럽기만 하다. 사람들이 물질의 풍요 속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욕망의 포로가 되어 끝없이 고통을 받는 것은 마음 밖에서 얻은 것은 아무리 귀한 보배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퇴색되고 변하기 때문이다.

“땅에서 넘어진 사람은 땅을 짚고 일어나라”는 보조 스님의 말씀처럼 마음을 떠나서 밖으로 부처를 구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직 삼계가 마음인줄 확연하게 요달하면 생사는 지난밤의 꿈과 같아서 아무런 흔적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 끝없이 욕망의 칼끝을 향해서 달리는 마우스를 지혜의 쇠뿔로 돌이켜야 한다.
장날이 파하고 나니 멀리 작은 섬에서 나온 배들이 쏜살같이 소리를 지르면서 힘차게 물결을 가르고 있다. 하얀 포말이 새 희망처럼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거금도 금천 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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