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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손 12뼘 넘어선 안돼

기자명 법보신문
  • 지계
  • 입력 2008.01.14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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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장으로 본 스님들의 거주처

<사진설명> 다람살라에 있는 토굴. 돌과 물로 마감한 외벽은 청반함을 상징한다.             법보신문자료사진

세속적 욕망에서 벗어나 무소유를 실천함으로써 진정한 자아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불교. 이런 까닭에 불교에서는 부처님 당시부터 출가수행자의 주거문화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청빈함을 강조해 왔다. 특히 부처님은 ‘출가수행자는 잠을 청할 때도 나무 밑에서 생활해야한다’는 이른바 ‘수하좌(樹下座)의 원칙’을 계율로 제정해 출가수행자에게 특별한 주거지를 마련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수하좌 원칙’계율로 제정

그러나 승단이 점점 커지고 비 등 기후환경과 각종 해충들로부터 보호 받고 올곧이 수행하기 위해서는 출가수행자들에게도 특별한 주거지가 필요했다. 특히 우기라는 인도 기후의 특성과 늘어난 대중을 효율적으로 지도하기 위한 안거가 확대되면서 출가수행자가 생활하기 위한 일정정도의 가람이 요구됐다. 때문에 부처님은 ‘수하좌의 원칙’은 지키되 정사(精舍), 동굴 등에서 생활하는 것은 허용한다는 예외조항을 마련했다. 그러나 출가수행자가 사치스럽게 자신의 주거지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경계했다.

『근본유부계경』에 의하면 부처님은 만약 비구가 스스로 방사(房舍)를 지을 경우, 마땅히 그 양(量)에 따라 지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서 양이라는 것은 부처님의 손 뼘으로 정해지는데 우선 길이는 부처님의 손 뼘으로 12뼘이며, 넓이는 7뼘을 넘어서는 안된다. 현재 전하는 문헌에 의하면 부처님의 손 뼘은 대략 2.4척(尺)에 해당된다.

따라서 부처님이 출가수행자들에게 허용한 방사의 크기는 대략 길이는 8.7m이며, 넓이는 5m 정도다. 또 스스로 방사를 짓는 비구는 모든 비구들을 안내해 자신이 지은 방사가 법에 적합한지 여부를 점검 받아야 한다. 만약 양을 넘어 방사를 지을 경우 승잔죄에 해당돼 이 비구는 승단에 나아가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근본유부계경』은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초기불교에서 부처님이 출가수행자의 거주처에 까지 특별한 규정을 만들어 이를 지킬 것을 강조한 것은 출가수행자 스스로 세속적 욕망을 끊고 청빈한 삶을 실천하겠다는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한국불교 내에서는 스님들의 거주처가 지나치게 호화스럽게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출가수행자 스스로 노후를 준비한다며 지은 호화찬란한 목조건물이 ‘토굴’이라는 미명하에 난립하면서 ‘현대판 토굴’에 대한 우려가 높다. 겉보기에는 시골의 허름한 농가 모습이지만 내부는 서울의 고급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는 현대식 시설을 갖췄을 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은 물론 일반인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값비싼 물건들이 즐비한 토굴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이와 관련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은 “초기불교 당시 토굴의 의미는 승단의 무리에서 벗어나 숲 속에 흩어져 홀로 용맹정진하기 위한 장소였다”며 “때문에 토굴은 목숨을 건 용맹정진의 상징으로 통했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최근 한국불교 내에서 토굴이라는 미명하에 호화스런 주거처가 늘고 있는 것은 승단이 세속화 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출가수행자 스스로 호화스런 토굴을 건립하는 것은 율장정신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스님에 따르면 현행 스리랑카, 미얀마 등 남방불교국가에서는 재가불자가 보시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출가수행자가 스스로 자신의 거주처를 마련하는 경우는 없다. 특히 비교적 부처님 계율 정신이 올곧이 실천되고 있는 티베트의 경우 토굴은 출가수행자에게 수행만을 위한 공간이다. 호화스런 목재로 만들어진 우리와 달리 티베트의 토굴은 돌과 풀을 엮어 비와 바람, 한기를 피하게 했고 내부는 부처님을 모신 불단과 자신의 수행을 위한 공간이 전부다. 흔한 가전제품은 물론 난방을 위한 전기도, 어둠을 쫓기 위한 전구도 없다.

‘호화 토굴’ 율장정신 위배

최근 한국불교 내에서 토굴 한 채가 10억 원대를 호가한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심지어 토굴의 소유 여부가 스님들의 성공(?)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로 평가된다고 한다. 그 옛날 출가수행자들의 청빈함의 상징이자 목숨을 건 용맹정진의 장소였던 토굴, 한국불교 내에서 이 말은 옛날 얘기가 돼 버린 지 오래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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