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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4. 악행의 괴로움

기자명 법보신문

교단분열 있는 한 존경 받을 수 없어

못된 짓을 한 사람은
이 세상에서도 괴롭고
저 세상에서도 괴로워한다
자신이 악행을 저질렀다는
마음의 고통으로
지옥에 떨어져 거듭 괴로워한다
 - 『법구경』

 

<사진설명>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김장경 회장


거해 스님이 편역한 『법구경』에 의하면 위의 게송은 데와닷따의 악한 행위에 대한 경책으로 설해진 것이라고 한다. 부처님 교단에 있어서 데와닷따는 정면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역행하는 행동으로 교단을 분열시키려고 하였다.

데와닷따 제안 거절하신 이유

그는 처음에는 부처님을 해치려는 악행을 자행하였고, 그 다음에는 교단을 분열시키는 행위를 일삼았다. 데와닷따는 부처님 교단보다 자신이 더 엄격하다는 세상의 평가를 받으려는 욕심으로 다섯 가지 엄한 규칙을 제안한다. 첫째는 높은 비용을 들여서 훌륭하게 지은 건물에서가 아니라 수행자는 숲 속에서만 생활하자는 제안이다. 둘째는 식생활은 오직 걸식으로만 살아가자는 제안이었고 셋째는 버려진 천으로만 가사를 지어서 입을 것, 넷째는 편안한 곳이 아닌 나무뿌리 위에서나 무덤가에서 숙박할 것, 다섯째는 걸식할 때 생선이나 육식을 받지 않을 것 등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 다섯 가지 제안을 모두 거절하셨다. 당시 부처님 교단은 이미 이들 대부분을 지키고 있었고 걸식함에 있어서도 음식에 대한 집착심을 버리라는 중도적인 자세를 최우선으로 내세우셨던 것이다. 그러나 몇몇 의기충천한 젊은 비구는 데와닷따를 따라나섰고 교단이 분열되는 일이 벌어졌다. 데와닷따는 자만에 빠져서 부처님을 능멸하는 악행을 저지르게 되었다. 그는 뒤늦게 잘못을 뉘우쳤으나 중병으로 괴로워했고 살아서 무간지옥에 빠졌다고 전한다.

부처님 초기 교단에서 일어난 이일은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교단의 분열을 획책하여 화합을 깬 죄업의 무거움과 극단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하신 부처님의 중도적인 생활방식을 엿보게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종단도 데와닷따가 저지른 분열의 조짐에 버금가는 불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승가의 화합을 그토록 열망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에 부합하기는커녕 아집에 빠져서 한국불교를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손바닥으로 허공을 가리는 어리석음으로 불교를 훼손한 악행에 대하여 부끄러운 마음조차도 없다. 출가한 무리가 분열과 파벌로 지옥을 향한 악행을 지었다면 반드시 참회하여 이 악행에서 벗어 날 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불교가 더 쇠망하기 전에 출가자 모두는 깊은 회한(悔恨)의 마음으로 부처님께서 데와닷따에게 던지신 꾸지람을 자신을 향한 경책의 말씀으로 받아 지녀야 할 때이다.

또한 부처님의 진실한 가르침은 언제나 어느 한곳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의 실천을 지향하고 있다. 걸식하는 수행자는 육식을 금하자는 데와닷따의 제안에 부처님은 음식을 가려서 받으면 공양을 올리는 불자들이 불편함을 겪게 될 것이고, 이일은 자연히 공양받기가 어려워져서 수행자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신다.

특히 생활이 어려워서 수행자가 감소하면 부처님 법을 지켜가기가 어렵게 될 것이라는 미래 승가에 대한 염려의 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때문에 걸식하는 수행자는 음식에 마음을 집착하지 말고 무심으로 받아서 몸의 건강을 유지하고 수행정진에 힘쓰라는 것이 부처님의 근본 마음이다. 곧 재가자의 공양을 집착하는 마음 없이 받아서 육신을 보전하고, 부처님의 법을 펴는 데에 심혈을 기울이라는 뜻에서 데와닷따의 제안을 거절하신 것이다.

지옥 갈 악행 없나 점검해야

불교는 인도를 벗어나 세계를 거쳐 오면서 각 나라의 전통과 문화에 따라 변모하고 시대의 흐름과 함께 변화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늘 날 공양을 베푸는 재가자를 위하여 무심히 받아서 먹으라는 걸식의 정신은 그 의미가 퇴색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다.

도업(道業)을 이루기 위하여 받아서 먹어야 하는 음식이 맛의 향락을 쫓는 것으로 변질되었고 악업을 짓는 대표적인 행위 중에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부처님과 데와닷따의 일화를 통하여 오늘날 우리들 수행자의 삶을 뼈아프게 성찰해 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교단을 분열시킨 데와닷따의 악행도 크나큰 죄업이 되거니와 부처님의 참다운 가르침을 망각한 우리의 삶 또한 죄악의 뿌리가 되어 고통의 결과를 맺고 있음을 분명히 보아야 한다.

데와닷따처럼 겉으로만 거룩한 행세를 하고 안으로는 조그마한 덕행도 쌓지 못하는 삶이 되어서는 수행인으로서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데와닷따의 이야기를 한 토막 설화로서 흘려버리지 말고, 우리 모두가 무간지옥을 향한 악행을 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일이다.

지난해 교단을 분열시키고 승가를 오염시킨 악업이 청정해역에 찌든 기름찌꺼기처럼 떠돌고 있는 한 모두에게 존경받는 승가는 이룩할 수 없을 것이다. 1천7백년의 영고성쇠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른 한국불교가 다시 한번 청정함과 법다움을 지켜갈 수 있도록 종단은 발 빠르게 제도를 정비하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 모두는 바다를 청소하는 행위 이상으로 스스로를 맑히는 일에 심혈을 기울이는 수행자로 거듭나기를 발원해 본다.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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