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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심수행] 자비수관 수행 이선희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위로 받고 있다’ 안도의 눈물 터져

젊은 시절, 오로지 사회개혁에 뜻을 두고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을 하면서 간간이 직장생활을 했지만 결국 몸과 마음이 너무도 지친 상태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옥포 용연사 불교용품점이라는 걸 인수하게 되었고, 38세에 오로지
‘은둔’과 ‘칩거’라는 단어만 떠올리며 7평 가게 안에 꼼짝없이 앉아서 그해 겨울을 지내게 되었다. 그런지 얼마 안 되어 지운 스님이 주지 스님으로 오시면서 용연사에는 경전강의와 수련회가 시작되고 점점 절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새로운 걸 알게 되는 게 귀찮았던 터라, 강의 한 번 수련회 한 번을 참석하지 않고 반 년 정도가 흘러갔다.

서른아홉 무더운 여름날, 경내 스피커를 통해 지운 스님의 강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
침 손님이 없어 가게에서 강의를 듣고 있자니, “알아차림을 하면 번뇌가 사라진다”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그 말이 이상해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지운 스님을 붙들고 “저는 아는 것도 많은데, 지금까지 더 알면 알수록 오히려 제 삶은 괴로워졌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아차리면 번뇌가 사라진다 하십니까?”며 따지듯이 물었다. 그랬더니 스님께서 그건 알아차림이 아니라며, 제대로 알려면 자비수관 수련회에 참석하라 하셨다. 그 ‘알아차림’이란 말에 묘하게 마음이 끌리면서 당장 수련회 신청을 하고 그 다음주 2박 3일 수련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워지고 평생 내 어깨를 짓누르던 삶의 무게가 다 사라진 듯 너무도 홀가분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안도의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분노의 눈물만 흘릴 줄 알았는데, 내가 위로받고 있다는 안도감에서 오는 눈물이 흐르면서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아침저녁으로는 자비수관 수행을 하고, 가게에 있는 낮 동안에는 그야말로 미친 듯이 경전공부를 파고들었다. 지난 20년간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문제가 무엇이고 개인의 문제가 무엇이라는 건 알게 됐지만, 정작 그 고충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했는데, 그 찾아가는 길과 방법이 모두 경전 속에 분명하게 나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경전에서 공부한 수행현상들은 또다시 좌선시간과 일상생활 속에서 직접 체험하고 확인할 수 있었기에 수행하고 공부하는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리고 그러한 수행현상들을 정확하게 점검해주고 수행방향을 잡아주시는 지운 스님이 곁에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나면서 지나치게 지적인 내 욕심만 채운다는 생각이 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수행할 수 있는 바라지 역할을 해야겠다는 반성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한 곳만 보고 있어도, 보지 못하는 여러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시선을 두루 넓혀 많은 사람의 고충과 불만족, 불편함을 살피고 그것을 같이 해소해 나가는 것이 수행자의 삶이라 여겨 자비수관 수행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안내하고 바라지하는 일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이것이 아마도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공부를 하게 만들어준 모든 분들에게 회
향하는 길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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