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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지혜로운 삶] 낙태에 대한 진정한 참회

기자명 법보신문

이기적인 마음-행동이 고통의 원인
후회보다는 생명 살리는 일 동참을

제가 직장생활을 할 때 큰아이는 친정어머니께서 돌봐 주셨고, 형편상 둘째를 낳을 여건이 안 되어 낙태를 했습니다. 불법을 공부하면서 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았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참회기도를 해야 하나요.

지금 40, 50대 되는 여성분들은 대다수가 한 번 이상의 낙태 경험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냐면 70~80년대에는 정부 정책으로 산아제한을 장려했기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한두 번은 낙태를 하는 추세였거든요. 이 낙태 문제를 바라보면 우리가 중생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착한 척, 바른 척 하지만 그 행동을 가만히 보면 너나할 것 없이 바르다 할 수 없고 착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자기 목숨은 천근같이 여기고 손가락에 피 한 방울만 나도 큰일이라고 여기는 우리들이 자기 혀끝의 달콤함을 위해 다른 생명을 아주 맛있게 먹습니다. 그냥 먹는 것도 아니고 날 것으로 먹고 불에다 구워 먹고, 삶아 먹고 온갖 방법으로 남의 살코기를 먹습니다. 만약에 입장을 바꿔 어떤 다른 큰 생명체가 우리 인간을 그렇게 한다고 생각을 해 보세요. 내 자신이나 자식, 형제, 부모를 그냥 잡아먹는 것만 해도 억울한데 날걸로 먹고 불에 구워먹고 삶아먹고 지져먹고 볶아먹으면 어떻겠습니까.

우리가 아무리 착하게 산다고 자부하더라도 다른 생명까지 함께 보면 착하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과보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인생을 살면서 과보를 받더라도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느냐’고 억울해 하거나 분해하지 마세요. 자기가 한 짓을 모르기 때문에 억울하고 분하지, 자기가 한 짓을 다 알고, 자기 마음 쓴 걸 다 느끼고, 자기 말한 것을 다 기억하면 어떤 일을 당해도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게 받아야 합니다.

‘돌아올 과보는 100인데 10밖에 돌아오지 않으니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기를 꼭 먹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안 먹으면 좋지만 먹겠다면 그 힘으로 남을 때리거나 죽이는데 쓰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 에너지를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고, 가난한 사람들 돕고,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데 쓰라는 말입니다.

낙태는 우리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현상입니다. 내 뱃속에 있는 내 자식도 내 눈에 안 보이면 자기 체면보다 하찮게 여기는 것입니다. 결혼을 안 했는데 아이가 생겼다는 이유로, 애가 둘이라는 이유로, 살림형편이 안 좋다는 이유로 남도 아닌 자기자식을 지워버립니다. 두 남녀가 하룻밤을 같이 자면 아이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데도 그 쾌락은 즐기고 싶으면서도 책임을 안 지려고 하는 것이 우리들의 마음입니다. 자기가 어떻게 마음을 쓰고, 말하고, 행동했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좋은 일만 생기기를 원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오직 자기 이익밖에 모르는 이런 우리들의 이기적인 행위와 마음이 인생을 고통에 빠뜨립니다.

그러니 이 어리석음을 참회하는 방법은 나의 잘못에 대해 후회하기보다는 그것을 계기로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즉, 내가 한 아이를 버렸으니 죽어가는 다섯 아이를 살리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참회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내면 잘못한 행동이 그 잘못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잘못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가짐으로써 세상이 더 좋아집니다.

한 번은 잘못했지만 열 번은 잘하는 쪽으로 우리 삶이 바뀌게 되는 거지요. 이런 도리를 알면 앉아서 울고 후회할 게 아니라 버려진 남의 자식을 데려다 키우는 보살행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식을 낙태한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생명을 살리고 더 많은 아이들을 돌보는, 좋은 일을 하게 되는 인연이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진정한 참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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