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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심수행] 자비수관 수행 이선희 [하]

기자명 법보신문

씨타인 향한 부정적 시각 수행하며 변화

자비수관 수행을 시작한 지 4년이 가까워온다. 30년이 넘도록 사회에 대한 불만족, 가족에 대한 불만족,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모든 사람을 친구 아니면 적으로 바라보며 심지어는 나 자신조차도 적대시하며 살아왔었다. 그런데 자비수관 수행을 하면서 가장 먼저 나를 입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나 자신에 대한 연민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를 볼 수 있게 되자 서서히 다른 사람들이, 주위 환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의 마음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부정적으로만 보이던 사람들의 심리가 그 원인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말과 태도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렇다! 원인과 조건을 보지 못하면 내 문제이든 남의 문제이든 현상적인 것, 결과적인 것만 놓고 잘잘못을 가리고 원망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모든 역사를, 인간관계를 대립과 갈등의 문제로 바라보던 나의 내면에 흐르던 팽팽한 긴장감은 이제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평생 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여겼던 과거의 기억들도 더 이상 나를 좌절과 분노로 몰아넣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일체 모든 중생에게 부드럽고 따뜻한 마음을 전함으로써 무상과 무아의 마음으로 깨어나게 해주는 자비수관 수행은 내 젊은 날 그토록 찾아 헤매던 무지개였다. 숨 막히는 아스팔트 위에서도, 0.9평의 차가운 감옥에서도, 막다른 골목에서 수녀원 문고리를 차마 열지 못하고 돌아서며 ‘아! 이게 아닐 것이다, 분명 다른 길이 있을 것이다’고 수도 없이 되돌아서며 찾아 나섰던 그 무지개였다.

내 바깥에 저 멀리 있는가 싶어 밖으로만 돌던 내 마음이 드디어 자비수관 수행을 만나면서 안으로, 마음으로 돌려지고 그 숨 막히던 좌절감도 사라졌다. 아마도 자비수관이 모태로 삼고 있는 자비심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내게 주어지는 고통조차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관계성에 눈뜨게 해 준 자비심은 늘 우리 안에, 그리고 우리 곁에 흐르고 있음에도 그것을 제대로 발현시킬 줄 몰랐던 것이다. 자비수관은 바로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정견을 세워줌으로써 우리 안에 내재돼있는 자비심과 순수의식을 끌어내주고 있다.

자비수관 수행은 관계를 소통시켜 주고 내재된 자비심을 일깨워줌으로써 연기관계에 깨어있게 해주는 불교수행법이다. 특히 점점 더 분업화되고 세분화되어가는 현대 경제구조에서는 인간의 이기적인 심리가 더 많이 드러나게 되는데, 이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서로간의 마음을 따뜻하게 교류시켜주는 자비심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요하고 안정되어 있으면서도 모든 관계의 흐름에 명료하게 깨어있을 수 있는 의식! 불자이건 아니건 출가자이건 재가자이건 그 어느 구분 없이 모든 관계에서 편안하고 따뜻하게 흘러갈 수 있는 마음! 자비수관 수행을 하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는 현상이다.

요즘 수행센터를 찾아 명상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자비수관 수행센터가 한 해 한 해 거듭할수록 내 수행도 같이 깊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 한 해도 수행자로서의 발원을 세워본다.

‘늘 빈틈없이 의식이 깨어있게 해주십시오! 고통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불법의 인연, 수행의 인연 맺어 깨달음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게으름 없이 수행해나갈 수 있도록, 그리고 그 수행의 공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남김없이 회향할 수 있도록 부처님, 스승님 늘 저를 이끌어주십시오!’

(43, 대구,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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