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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은사 재가 포살법회 현장

기자명 법보신문
  • 지계
  • 입력 2008.01.2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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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모르게 지은 죄 일심으로 참회”

<사진설명> 봉은사는 1월 22일 보름을 맞아 청정교단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해 포살법회로 봉행했다.

“대중 가운데 보살계를 받지 않은 이와 청정하지 못한 이는 없습니까?”
“대중 가운데 보살계를 받지 않은 이나 청정하지 못한 이는 없습니다.”
“대중들이여, 이제 백월(白月)인 보름날에 포살을 지어 보살계를 설하노니, 대중들은 마땅히 일심으로 잘 듣고서, 죄가 있는 이는 드러내고 죄가 없는 이는 잠잠하라. 잠잠한 까닭에 마땅히 모든 대중들이 청정한 줄 알아서 보살계를 설하겠노라.”

300명 동참…‘포살 정례화’시동

세상의 모든 잡티를 하얗게 덮으려는 듯 흰 눈이 펑펑 내리던 1월 22일.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는 신도 등 사부대중 300여명이 동참한 가운데 보름을 맞아 포살법회를 봉행했다.
사시예불에 이어 거향찬(擧香讚), 칭불명호(稱佛名號), 개경게(開經偈) 등의 순으로 진행된 포살법회에서 사부대중들은 계사(戒師) 진화 스님(봉은사 총무국장)의 선창에 따라 『범망경 보살계본』에 수록된 각 계목을 독송하며 자신이 일상에서 알게 혹은 모르게 지은 죄를 스스로 참회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포살 법회에 참석했다는 연지(51) 보살은 “그 동안 사찰에서 오계와 보살계를 받았지만 일상에서 이를 올곧이 지키지 못해 늘 마음 한켠에 죄책감이 있었다”며 “포살법회를 통해 그 동안 일상에서 지은 잘못을 참회하고 새롭게 거듭날 것을 다짐해 기분이 홀가분해 졌다”고 밝혔다.

봉은사가 재가신도들을 대상으로 포살법회를 개최한 것은 지난해 3월. 출·재가를 막론하고 파계불감증이 만연된 교단에 경종을 울리고 청정 교단을 복원하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됐다. 이를 위해 봉은사는 보살 10중 48경계 가운데 10중계만을 따로 편집한 『범망경 보살계본』을 발간해 매월 보름마다 재가자들을 대상으로 포살법회를 진행해 왔다.

진화 스님은 “포살은 스스로 대중 앞에 나아가 자신이 지은 죄를 참회하고 다시는 악업을 짓지 않고 선업을 쌓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으로 부처님 당시부터 교단이 청정한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돼 왔다”며 “봉은사가 포살법회를 시작한 것은 이 같은 청정교단의 전통을 계승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포살은 모든 대중들이 보름과 그믐마다 한 자리에 모여 250계(戒)의 조문집인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의 한 조목을 3번씩 읽으며, 계율을 범한 자는 스스로 대중에게 나아가 고백하고 참회하는 의식이다. 특히 이 법회는 계율이 실행되고 있는가를 확인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출결(出缺) 뿐 아니라 그 진행 방식에 있어서도 매우 엄격했다. 계본을 외우는 과정에서 파계를 했다는 판단이 들 경우 수행자는 스스로 대중에게 그 죄를 고했고, 그 자리에 모인 대중들은 갈마를 통해 잘못의 경중을 가려 처벌과 참회를 병행하도록 했다. 또 승단 뿐 아니라 재가에서도 매월 보름과 그믐마다 계사를 찾아 함께 계목을 읽고 일상에서 저지른 잘못을 고하고, 또 스스로 참회하는 포살의 전통을 계승해 왔다. 이런 까닭에 포살은 부처님 재세 때부터 교단의 청정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받아들여져 왔다.

그러나 근대 이후 계율에 대한 인식이 미약해지면서 한국불교에서 포살의 전통은 대부분 사라져 갔다. 특히 ‘자신의 허물을 합리화하려는 파계불감증’이 확산되면서 매월 정기적으로 실시되던 포살 법회는 계율에 관심 있는 몇몇 스님들만 하는 것쯤으로 치부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청정교단 복원 계기 마련

때문에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종단의 모든 사찰에서 ‘포살법회를 정례화’시켜 청정교단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조계사, 봉은사 등을 비롯해 각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한 뒤 관계법령을 개정해 모든 사찰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포살법회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계율학을 전공한 동국대 목정배 명예교수는 “뒤늦게나마 종단이 포살의 전통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포살법회가 정착된다면 최근 각종 불미스런 사건으로 추락한 교단의 위상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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