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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장] '초기-부파시대에도 기복신앙 있었다'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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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법보신문에서 진행된 대승불교 정체성과 기복불교 논쟁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지적할 것이 있다면 과연 논자들이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개념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나아가 가장 기본적인 '불교'는 무엇이라고 보고 이 같은 주장을 펴는지가 대단히 모호하다는 점이다.

사실을 탐구하는 학자라면 냉정하고 비판적으로 연구대상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불교=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완전등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시대와 역사적 배경에 따라서 개개인의 불교인식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구학자들은 문헌위주의 연구를 탈피해 고고학, 금석학, 사회학, 문화인류학 등의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도입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로서 '초기불교??대승불교??밀교'라고 하는 도식적 직선적인 이해방법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현존하는 팔리어 삼장은 대부분 18~19세기의 필사본에 의거하고 있다. 인도의 고온다습한 기후의 특성상 20년에 한번 필사되는데, 현존하는 필사본들은 오랫동안 필사, 정리, 교정, 수정 과정을 반복하면서 내려왔기 때문에 그것을 그대로 초기불교의 원전으로 간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적 인물로서의 붓다는 기록을 남기지 않았으며, 죽은 후에 그의 가르침은 수세기에 걸쳐서 구전된 바이므로 더욱 그렇다.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우리가 붓다에 대하여 확실하게 아는 것은 그가 아쇼카왕 이전에 북인도에서 다수의 제자를 거느린 스승이었다는 사실과 연대는 불확실하나 80세에 죽었다는 것뿐이다.

서구에서는 80년대 중반 쇼펜(G. Schopen) UCLA 교수 등에 의해 제기된 대승경전의 기록 시발점이 초기불교의 문헌들이 기록된 시기와 그다지 늦은 것이 아니라는 학설을 주장해 상당한 공감을 얻고 있다.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경전은 거의 동시에 진행되었고 '소승'과 '대승'은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면서 서로 경쟁하고 각자의 문헌을 기록하고 병행적으로 존재해왔다. 따라서 '대승'이라는 전통은 하나의 단일체가 아니라 서로 상이한 입장과 관점들은 총망라하는 개념이다.

최근 고고학의 성과에 따르면 기원 이전부터 승려들은 자신이 소유한 돈을 가지고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한테 자신의 부모가 사후에 극락왕생할 수 있도록 축원하는 비명문(碑銘文)을 주문한 경우들은 허다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들은 초기부파불교시대에 이미 기복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신행형태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불교를 그 시대와 지역의 특성을 배제한 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실제로 순수한 불교가 존재한 적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중국의 경우 불교를 도교 등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이 이해할 수 없듯이, 한국불교는 인도불교와는 다른 역사적인 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만 한다. 무조건 초기불교라는 불확실한 개념에 의해 재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따라서 학자라면 자기 뇌리에 상상한 순수불교의 이상을 구축하기 위해 비불교적 요소를 제거하려 앞장서기보다, 토착화된 한국불교의 특성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중심으로 잘못된 신행형태를 개선하려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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