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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중매 금지’ 계율 왜 생겼나

기자명 법보신문
  • 지계
  • 입력 2008.02.04 13:56
  • 댓글 0

결혼생활 불행해지면 수행자 위의 추락

“신도회 활동 장려해 선연 맺도록 도와야”

<사진설명> 부처님은 승가의 위상이 실추될 수 있다며 스님의 중매를 금지시켰다. 사진은 불교식 결혼식의 한 장면.
최근 불교식 결혼식이 확산되면서 스님이 주례를 서는가 하면, 직접 결혼을 앞둔 남녀에게 새로운 인연을 맺어주는 일이 늘고 있다. 혼기(婚期)에 찬 선남선녀에게 좋은 인연을 맺게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불자가정을 만들게 한다는 점에서 보면 적극 장려할 만한 일로 보인다.

그러나 부처님이 제정한 율장에서는 스님이 중매를 하는 것에 대해 엄격히 금지시키고 있다.
『팔리율』,『오분율』,『근본유부계경』 등 현존하는 율장에 의하면 부처님은 어떤 비구라도 남녀의 중매를 하거나, 남자의 뜻을 여자에게 전하고, 여자의 뜻을 남자에게 전하여 결혼을 하거나, 혹은 사통을 하게 하면 잠시라도 승잔(僧殘, 일정기간 동안 출가수행자로서의 자격이 박탈되는 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출가수행자는 어떤 경우라도 남녀가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주선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우다이 중매서 비롯

그렇다면 이 같은 계율이 제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팔리율』에 의하면 슈라바스티(舍衛城)에 신자들의 가족들과 교제가 많았던 우다이라는 수행자가 살고 있었다. 이 마을에는 일찍이 창부(娼婦)였던 여성이 있었는데 그에게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이를 안 사명외도(邪命外道)의 신자가 그 여성의 딸을 며느리로 삼길 원했다. 그래서 사명외도의 신자는 마을에서 신망이 두터운 우다이를 찾아가 부탁했고, 결국 그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는데 성공했다.

사명외도의 신자는 며느리를 맞은 이후 처음 한 달 간은 식사를 만드는 등의 가사 일을 시키는 등 극진히 사랑하고 아꼈지만, 며느리가 창부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부터는 농사일을 시키거나 청소 등 하인들이나 하는 일을 시키면서 노예처럼 부려먹었다. 이후 양가 사이에서는 불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이혼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 일이 있은 후 그 마을에서는 우다이의 중매로 결혼해 행복하게 된 사람들은 우다이를 지지했지만 불행하게 된 사람들은 우다이를 비난했다. 이 같은 비난은 부처님의 귀에까지 들리게 됐고, 결국 “모든 비구들은 결혼의 중매를 해서는 안 된다”며 계율로 제정했다.

이처럼 스님들이 중매를 해선 안 된다는 계율이 제정된 것은 중매로 인해 출가수행자가 세간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즉 좋은 인연을 맺어 준다는 선한 마음에서 출발했더라도 나쁜 결과로 이어질 경우 오히려 원망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출가수행자가 결혼을 전제로 한 남녀의 만남을 중매하는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는 것이 계율을 연구하는 율사 스님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수행자 구업 짓는 원인”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철우 스님은 “중매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강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칫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과장하는 등 출가수행자 스스로 구업(口業)을 짓게 한다”며 “이는 수행자의 본분과 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포교 일선에 있는 스님들이 율장의 규정만을 고집할 수는 없다. 가령 절에 열심히 다니는 신도가 불자가정을 꾸리고 싶다며 자식과 혼인할 사람을 부탁해 올 경우 무조건 거절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 해인사 율원장 무관 스님은 “포교현장에서 신도들이 자식의 혼처를 요청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그렇다고 스님이 나서 특정인을 소개시켜 주기 보다는 신도회 활동을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스스로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흔히 “잘되면 술이 석 잔이요, 못되면 뺨이 석대”라는 속담처럼 중매는 자칫 원망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출가수행자들에게 중매를 금지시킨 것도 자칫 신중하지 못한 중매로 소중한 인연이 잘못돼 악연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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