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경 스님]굽어진 나무(曲木)

기자명 법보신문

제 환공(齊 桓公. BC 685~643년 재위)이 하루는 재상인 관중(管仲, ?~BC 645)과 함께 궁의 이곳저곳을 둘러보게 되었다. 지금도 사람간의 아름다운 우정을 ‘관포지교(管鮑之交)’라 하는데, 이는 관중과 포숙아(鮑叔牙)를 두고 생겨난 말이다. 바로 그다. 발길이 멈춰선 곳은 마구간이었다. 환공이 마구간의 관리를 불러 물었다. “마구간에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인가?” 관리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관중이 나서서 대답했다.

“황송하오나 저 역시 예전에 마구간에서 일해본 적이 있습니다. 마구간에서는 말을 세울 우리를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처음에 굽은 나무를 쓰면 그 굽은 나무가 다시 굽은 나무를 요구하게 되고, 반대로 처음부터 곧은 나무를 쓰면 이 곧은 나무가 다시 곧은 나무를 요구하게 됩니다. 무릇 사람을 등용함에도 이처럼 해야 할 줄로 아룁니다.”

게임 이론 중에 ‘매-비둘기 게임’이 있다. 매처럼 사나운 역할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비둘기처럼 평화로운 역할을 취할 것인지의 선택이다. 워싱턴 대학의 시버트 로워 교수가 참새를 가지고 짓궂은 장난을 했다. 지위가 아주 낮은 수컷 한 마리를 잡아 매직펜으로 가슴을 검게 칠한 뒤 다시 그들 사회로 돌려보냈다. 가슴의 검은 털을 본 참새들은 슬슬 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체모를 이 참새를 탐색해 보기 시작했다. 참새는 겁을 먹기 시작했고, 결국 별 볼일 없다는 들통이 난 순간 다른 참새들에게 쪼여 죽고 말았다.

냉전시대에 소련과 미국의 위기가 최고점에 달했던 시점은 후르시초프가 쿠바에 미사일을 갖다 놓으려 했던 때이다. 이 일은 3차 대전의 빌미가 될 수도 있었다. 케네디는 생각 끝에 국무장관 맥나마라에게 후르시초프를 가정하고 내각을 두 팀으로 나눠, 과연 미국이 군함으로 소련을 막아선다면 전쟁과 회항의 두 갈래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실전처럼 진행해 봤다. 결론은 소련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 케네디는 출격 명령을 내렸고, 소련은 돌아갔다.

명석한 지도자를 둔 국민의 복이란 게 이런 걸까? 새 정권이 탄생하는 즈음이다. 특히 내륙운하 건설공약의 경우 찬반논리가 너무 극명하게 달라 국민적 동의를 얻기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처음에 어떤 나무를 쓰느냐에 따라 하나의 흐름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니 사람이건 정책이건 심사숙고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새 정권의 기량이 궁금하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