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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7. 외부의 조건과 마음

기자명 법보신문

자비는 못생긴 얼굴도 빛나게 한다

마음이 번뇌에 물들지 않고
생각이 흔들리지 않으며
선악을 초월하여 깨어 있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두려움도 없다
 - 『법구경』

<사진설명>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김장경 원심회 회장

『법구경』 39번 게송은 원문에 의하면 안아와수따(anavassuta)라고 하여 ‘번뇌가 없는 마음의 상태’와 안안와-하따(ananvhata)라고 하여 ‘흔들림이나 혼란스러움이 없는 정신 상태’를 말하고 있다. 곧 우리의 마음 상태가 외적인 요인에 의해서 동요되거나 혼란의 상태에 빠지는 일이 결코 없는 초탈의 경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설하신 동기는 찌따핫타의 출가 이야기에 기인한다. 찌따핫타는 숲 속을 헤매다가 부처님 사원에 들어오게 되었고 때마침 걸식에서 돌아온 비구스님의 음식을 함께 공양하다가 출가는 평안하고 풍요로운 생활이라는 마음에서 출가를 원했다. 그러나 막상 사원에 살아보니 힘든 일이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수행생활을 그만두고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되돌아갔다. 가정생활은 처음은 잠시 즐거웠지만 또 다시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그는 또 다시 사원으로 되돌아 왔다. 그리고 다시 수행생활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여 가정으로 되돌아갔을 때 아내의 잠자는 모습에서 혼탁함의 극치를 보며 심한 역겨움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비로소 모든 집착과 번뇌를 떨쳐버리고 진정한 출가를 결심하여 수행에 매진한 결과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그리하여 그 어떠한 것에도 더 이상 동요됨 없이 일체의 걸림에서 벗어난 성자가 되었다고 한다. 경전에는 부처님 제자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아무런 꾸밈없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찌따핫타의 이야기도 그중에 하나이다. 외적인 원인에 좌우되어 진정한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끝없이 우왕좌왕하는 우리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출가 번복한 비구의 고민

또 하나 부처님 제자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5백 명의 비구들이 부처님께 수행의 가르침을 받고서 직접 가르침대로 실천하기 위하여 너른 숲을 찾아서 수행을 시작하였다. 마침 숲을 지키던 수신(樹神)들은 수행자와 함께 있는 것에 몹시 불편함을 느꼈다. 그래서 이들 5백비구를 숲에서 쫓아내려는 의도로 밤마다 흉측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비구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였다. 비구들은 수행력으로 귀신들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극복해 보려고 애썼지만 결국은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해서 부처님을 찾아가서 의논을 드린다.

부처님께서는 너희들은 흉측한 귀신을 대처하는데 필요한 알맞은 무기를 갖고 있지 못하다고 경책하신다. 비구들은 그 무기가 무엇인가에 마음을 모으고 부처님께 여쭈니 그 무기는 곧 자비심이라고 했다. 자비심은 모든 두려움을 이기는 최상의 무기가 된다는 말씀이다. 외적인 공포나 불안이 크면 클수록 내적으로 고요함과 자애로움이 가득한 자비심의 심연(深淵)에 자신을 안주시키는 수행을 하라는 말씀이다.

그리고 그 자비심이란 ‘매사에 올바르고 정직하며 부드럽고 사납지 않으며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이라고 일러주신다. 숲 속의 비구들은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악귀에게 까지 자비심으로 대하려는 수행을 실천하였다. 숲 속의 귀신들은 비로소 이 비구들을 이기지 못할 것을 알고 흉측한 모습을 감추고 비구를 옹호하는 선신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부처님이 몸소 실천하신 자비심의 한 예로서 띳사 장로의 이야기가 전한다.

부처님 제자 띳사 장로는 발심출가 하여 열심히 정진하던 중, 몸이 썩는 병을 얻게 된다. 피고름의 냄새가 극심하여 혼자 버려져서 외롭게 고통과 싸우고 있는 띳사를 찾아가서 부처님은 물을 데워서 상처를 닦아주고 더러워진 가사를 빨아 햇볕에 말려 청결하게 보호해 주셨다. 부처님의 보살핌을 받은 띳사는 심신의 편안함을 얻고 편안한 마음으로 열반에 든다.

이 모습을 지켜본 제자들에게 마음이 몸을 떠나면 몸은 나무토막과 같음으로 외적인 형상과 일시적인 현상에 집착하여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을 내지 말라고 깨우치신다. 그리고 모두가 겪게 되는 고통은 자비로 감싸 안아야 한다는 자비 실천을 몸소 보이신 일화로 기록되어 있다.

질그릇 같이 쉽게 깨지는 육체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외적인 요인은 참으로 중요하다. 외적인 요인 중에 그 첫째가 우리의 육신인 것이다. 얼굴이 예쁘면 예상 밖의 많은 이익을 얻게 되고 얼굴이 못생겼으면 본의 아닌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이 요즈음 세상이다. 그래서 얼굴을 아름답게 고쳐보려는 욕구가 어리석을 정도로 치성해 있고 자신의 모습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한탄의 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이러한 우리들의 불만에 대하여 부처님께서는 육신의 허망함이 질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것이라고 타이르신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매달려서 마음을 괴로워하지 말고 오히려 생긴 그대로의 자기 모습에 내면세계의 충만함을 보태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그 내면세계의 충만함이 바로 위에서 밝힌 올바르고 정직함과 부드럽고 사납지 않음과 겸손한 자비심으로 자신을 무장하는 것이다.

못생긴 얼굴을 애써 고치려고 수고하지 말자. 질그릇 깨지듯 허망한 육체에 한탄의 마음을 더하지 말자. 오직 더할 것은 정직하고 부드러운 자비의 마음을 더하는 삶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오직 이 자비심만을 지켜감으로써 세상사 모든 것에 두려움을 여의고 동요됨이 없는 초탈한 삶을 살도록 노력하자.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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