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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근본은 몸 닦음

기자명 법보신문

세계화시대 다문화 융합 동력은 ‘상즉상입’
여러 사상 인정해 공존함이 진정한 세계화

우리 역사에서 불교는 일찌감치 종교로 자리 잡아 개인이나 국가의 성장에 많은 공헌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피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유구한 세월동안 사람들의 몸 가짐에 길잡이 구실을 한 것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다.

역대 왕조에서도 조선 왕조 이전에는 불교가 국교와 같은 자리를 유지하여 개인이나 국가에 이바지 한 점이 적지 않다. 그러나 왕실에 대한 지나친 의존 속에서 경계의 시선도 항시 함께해 왔음을 부정할 수가 없다. 불교문화의 극치를 이루었던 신라를 계승한 고려왕조가 그대로 불교를 사회적 통치 이념으로 받아들였기에 고려 초기 불교의 폐단은 적지 않은 듯하다.

태조가 임종을 앞둔 26년 4월에 미래를 염려하여 내린 교훈인 ‘훈요(訓要)’ 10조의 제1, 제2조에도 건국의 울력을 불교에서 입었으니 사원을 잘 지켜 문란함이 없게 하라는 당부가 있다. 그러나 이후 40여년이 지난 성종 1년에 상주국(上柱國)인 최승로(崔承老)가 올리는 시무책에는 그간 군왕들의 불교 신봉이 지나쳐 민생을 괴롭힘이 심하다 하면서 여러 사례들을 소상히 들고 있다. 그러니까 종교적 가르침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잘 살피라는 것이다. 동양 전래 삼교인 유(儒) 불(佛) 선(仙)에는 각기 받들어 행할 것이 있으니, 혼돈하여 하나로 여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의 결론은 “불교의 실행은 몸을 닦는 것이 근본이고, 유교의 실행은 나라를 다스림이 근본[行釋敎者修身之本 行儒敎者理國之本]”이라 하였다.

최승로의 이 제안은 고려 사회를 안정되게 이끌어나간 좋은 지표라고 생각된다. 마치 하나의 수레가 두 바퀴의 균형으로 안정되게 굴러 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역대로 높은 스님들이 중심에 서서 하나의 구심점을 이루고, 그 주변으로 젊은 학자들이 모여 경륜을 닦아 사회의 일선에서 활약했던 것이 바로 당시의 결사운동이었으니, 대표적인 것이 수선사나 백련사의 활동일 것이다.

이러한 결과로 우리의 역사에서 비교적 안정되었던 사회가 고려왕조인 것 같다. 종교적으로도 동아시아에 그 명성을 알렸던 시기였고, 문화적으로도 우수한 유산을 물려 준 것이 사실이다. 고려 후기 몽고 내침의 수난이 있었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저력에는 불교에 의지한 정신의 안정에다 강한 문화의 우수성이 침략인의 유화를 불러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유불 융합의 문화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여 진다.

21세기 우리사회는 세계화라는 만국 공통의 지향점에 서 있다. 이는 바로 여러 문화의 혼재 속에 공통적 문화를 생산해 내야 하는 문화 통일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시기임을 뜻한다. 이러한 다문화를 융합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불교가 지향하고 있는 상즉상입(相卽相入)의 막힘이 없는 교화일 것이다.

때마침 나라 안에서도 건국의 역사가 환갑을 지나 새로운 60년을 지향하는 원년으로 삼자하니, 이 새로운 나라로 가는 힘을 다문화의 포용력에다 두면서 사회질서의 틀을 순조로이 이끌어갈 덕치(德治)적 정치력을 기대해 본다.

여러 갈래의 이념이나 사상을 하나로 묶으려 함이 다문화의 통일이 아니라, 갈래를 인정하고 공존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되는 것이 바로 다문화의 공동체요 세계화인 것이다. “덕스러이 정치를 하면 뭇 별이 북극성으로 향하는 것 같다(爲政以德 譬如北辰居其所 而衆星拱之. 『논어』「위정」)”한 공자의 말을 연상하면서, “누구나 첫출발은 있지만 끝맺음이 드물다(靡不有初 鮮克有終. 『시경』 「대아」)”한 말을 다시 더 얹어, 새로 출발하는 정부에 드리는 서민의 심경으로 삼아 본다.

이종찬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sosuk0508@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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