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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랑 박사의 율장 속 부처님이야기]

기자명 법보신문

대망어

자신의 능력 과장하는 건 도적의 마음
부족함 인정하고 성실하게 노력해야

지난 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학력 위조사건을 비롯하여, 새로운 정부가 탄생할 때마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학력·경력 위조에 관한 보도를 바라보며,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과대 포장하여 자신의 노력 이상의 것을 덤으로 얻고 싶어 하는 잘못된 욕망에 빠져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학력 중시의 잘못된 사회 풍토라든가, 사람의 내면보다 외적인 조건에 더 쉽게 끌리는 일반적인 사회분위기가 더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자신의 경력을 속인다거나 혹은 사람들을 혼동 시켜 오해의 여지를 남기는 미묘한 표현을 사용하여 과장하려 하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이 이미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과 타협한 채 자신도 세상도 속이는 큰 거짓말을 하며 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을 자신 이외의 어떤 것으로도 전가하기 힘들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거짓말들이야말로 율장에서 말하는 대망어(大妄語)에 비유될 수 있다. 대망어란 얻지도 않은 상인법(上人法), 즉 깨달음을 비롯하여 초자연적인 신통력 등을 얻었다고 자신의 현재 능력을 과장하여 속여 말하는 것을 일컫는다.

한편, 우리가 흔히 거짓말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소망어(小妄語)라 불리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혹은 습관적으로 하는 일상적인 거짓말, 이간질, 욕설 등 거짓되고 올바르지 못한 말이 모두 포함된다. 이런 거짓말은 바일제죄(波逸提罪)라 하여 몇 명의 스님 앞에서 참회를 함으로써 그 죄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그런데, 대망어는 다르다. 이 거짓말을 하게 되면, 바라이죄라 하여 승단 추방에 해당되는 중한 벌을 받게 된다. 한 마디로 용서받기 힘든 거짓말이다.

대망어에 관한 율 제정의 인연담은 다음과 같다. 부처님 당시, 왓지라는 나라에 몇 년째 심각한 흉년이 들었다. 사람들의 생활은 궁핍해졌고, 따라서 그 곳에 머물고 있던 스님들도 먹을 것을 구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그러자 그 스님들은 모여 앉아 재가신자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먹을 것을 보시 받을 수 있을까 궁리했다. 그러던 중, 한 스님이‘우리 서로 상인법을 얻었다고 상대 스님을 칭찬해보면 어떻겠습니까? 이를 들은 재가신자들은 아마 도가 높은 스님에게 다투어 보시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라고 제안했다.

결국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 스님들은 재가신자들 앞에서 스스로 혹은 상대방에 대해 서로 초선, 제2선, 제3선, 제4선 내지 아라한과 등을 얻은 자라고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재가신자들은 그 이야기를 철썩 같이 믿은 채, 자신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굶으면서도 그 스님들에게는 온갖 방법으로 음식을 마련하여 보시했다.

이 일을 전해 들으신 부처님께서는 설사 예리한 칼로 배가 찢겨지는 고통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재가신자들에게 상인법을 얻었다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크게 꾸짖으시며, 거짓된 상인법을 설하는 것은 도적과 다름없는 행동이라고 하셨다.

대망어가 특히 엄격하게 금지되는 이유는, 자기가 일구어내지 못한 것을 마치 일구어낸 것처럼 거짓으로 포장하고, 이 거짓말을 통해 다른 많은 사람들을 속여 그들의 마음을 빼앗고, 또 그들의 존경과 지지를 기반으로 자신의 명성이나 이익을 쌓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거짓말은 자신의 올바른 길을 막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다른 사람까지 미혹에 빠뜨린다.

자신의 노력으로 얻지 않은 것을 거짓으로 내세워 도적의 마음으로 사소한 이익을 탐하기보다는, 부족함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성실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성실함이야말로 자신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여 언젠가 그 결실을 맺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자랑 도쿄대 박사 jarang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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